[16대 국회를 망친 말말말① 색깔시비] “주5일 근무제는 사회주의적 정책”

한나라당 의원들, 색깔 공세 ‘애용’

이번 총선을 통해 구성될 17대 국회는 과연 국민들이 기대하는 대의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부패무능정치와 함께 국회에서 사라지길 바라는 것들이 또 있다. 색깔론, 지역감정, 욕설, 몸싸움 등 수준 이하의 정치행태들이다. 이에 인터넷참여연대는 16대 국회 평가 2탄으로 ’16대 국회를 망친 말말말’ 시리즈를 연재한다. 첫번째는 색깔시비다. <편집자 주>

16대 국회 역시 색깔시비로 얼룩졌다. 색깔시비로 시작해서 색깔시비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6대 국회가 출범한 지 7개월 만인 지난 2000년 11월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은 통일, 외교, 안보 분야에 대한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민주당의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을 성토하다가 “김대중 정권은 북한노동당의 2중대”라고 발언했다. 당시 김 의원은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자 “택시기사들이 하는 이야기를 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고, 한나라당은 “김용갑 의원의 발언은 당론과는 별개”라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16대 국회 의원별 색깔시비 발언 모음

16대 국회 폐회가 얼마 남지 않은 2004년 1월에는 “노무현 정부 지지세력은 김정일 지지-우호세력과 일치한다”라는 발언이 물의를 빚었다. 여론조사 결과라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인 듯 포장했으나, 본질은 색깔시비인 이 발언의 주인공은 제1 야당의 원내총무인 홍사덕 의원이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겨냥해 이인제 의원이 색깔론을 들고 나온 것 외에는 색깔시비는 전부가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이뤄졌다. 특히 ‘선거’라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국민 다수의 선택으로 세워진 정부에 대해 “현 정부 내부에는 친북세력이 있고, 이들이 주요 사건마다 북에 이롭게 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를 서슴치 않았다.

앞서 ‘북한 노동당 2중대’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용갑 의원은 2002년 대선 직전에 “노무현 정권이 되면 북한 노동당 2중대 1소대다”라는 속편을 내놓았다.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운위되던 시기라는 점을 들어 “자유언론 말살 공작은 김정일 답방 사전정지용” 이라고 주장해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한나라당 권철현, 김기배, 김용갑, 박관용, 심규철, 홍사덕 의원 등)

지난 해 송두율 교수 사건이 터지자, 한나라당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현 정부 내에 북한 핵심세력이 있다”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북한의 핵심세력이 정부 내에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송 교수를 위장잠입시키려고 했다. 정부의 최고위층이 개입됐다”는 주장이다.

정형근 의원은 당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북한의 핵심세력이 정부 내에 있다고 확신한다. 변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핵심세력에서 컨트롤, 미화, 찬양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 뒤에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인 송두율 씨를 정부가 나서서 위장잠입시키려 했으며, 그 배후와 의도를 다 수사하면 내가 말한 게 다 드러날 것이고 공개방송에서 이같이 얘기할 때는 단순히 생각만 갖고 얘기하지는 않는다”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인 ‘북한과 연계된 정부 핵심세력이 누구며,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짐작하는 바는 있으나 공개할 정도는 아니다. 수사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라며 대답을 피했다.

한나라당 내 보수우익 의원들에게 전교조는 “가장 사회주의적인 집단” 이고 노사정위원회나 주5일 근무제도 “사회주의적 정책”이다. (김만제 의원) 한완상 부총리가 2002년 학벌타파를 주장하며 입사서류에서 학력란을 없애겠다고 하자, 김용갑 의원은 “사회주의를 넘어서 획일적 하향 평등주의, 국가 통제형 전체주의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그 뿐 아니다. 동료 의원을 겨냥한 색깔시비도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은 유시민 의원을 ‘국회 내 친북세력’이라고 공격했다. 김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강금실 법무부 장관에게“반공이념이 무뎌져서 친북좌익 세력이 국회에도 있는 것 같다”며 유시민 의원을 지목했다. 김 의원은 “유시민 의원이 (당선 전에) 북경의 북한 대사관을 수차례 방문해서 당시 이회창 후보와 관련된 자료를 북으로부터 들여왔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시민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2000년 1월 이후 출국한 적이 없고 2002년에 금강산 갔다온 게 전부이며, 중국 영토에는 간 적이 없다”며 “기본적인 사실확인도 없이 의혹만 제기하는 전형적인 색깔시비”라고 반박했다.

이와 같이 16대 국회 4년 동안 한나라당내 보수 우익 의원들은 유치한 색깔시비로 구시대의 유물인 ‘레드 콤플렉스’를 되살리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이들의 ‘폭로’와 ‘의혹 제기’ 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실제로 지난 대선 막바지에 한나라당은 노무현 후보 장인의 경력 등을 언급하며 색깔시비를 걸었지만, 국민들은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시도 때도 없이 색깔론을 동원해 자기 당 지지율을 높이려는 시도에 더 이상 국민들은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며,“국민들의 합리적 정치의식을 마비시키고 색깔 덧칠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단세포적 정치행태를 이제는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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