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행동' 결성의 의미와 전망



12일 한-민 공조에 의한 탄핵안 가결 이후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국 속에서 13일 오전 제 시민-민중단체 비상 시국회의'가 2시간 가까이 열렸다. 시국회의는 '탄핵무효와 부패정치척결을 위한 범국민행동 준비모임(이하 범국민행동)'을 구성키로 했다.

범국민행동은 일단 탄핵정국에 대응하는 시민사회의 구호를 '탄핵무효와 부패정치 척결'로 잡고, 노사모, 국민의힘 등 이른바 친노 단체들과는 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또한 탄핵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실천투쟁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범국민행동의 의의는 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시민-민중단체 연대체라는 점이다.

시민-민중단체 '민주 수호'에 의견 일치

범국민행동에 참여하는 단체는 여성, 환경, 평화, 자치, 청년학생 등 거의 모든 영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 전농, 빈민연합 등 37개 전국민중연대 소속단체 등 550여 단체들이다. 별도 내부 논의를 갖는 것으로 알려진 경실련, 흥사단, 기윤실 등 일부 시민단체를 제외하고 범시민사회단체 진영과 민중단체 진영이 함께하는 연대운동이 탄생한 셈이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1000여개 전국시민단체가 참여한 2000년 낙천낙선운동은 사실상 민중운동 진영이 빠져 있었다"면서 "이번 범국민행동은 '민주주의 수호'라는 공통의 명분을 바탕으로 6월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시민-민중단체 연대기구를 구성했다는 조직적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87년 6월항쟁 당시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서는 민주세력 진영은 '민주헌법 쟁취 국민운동본부'를 구성했다. 당시 민주화 진영의 주도세력이 학생, 재야 등이 중심이었다는 점은 현재 상황과 다르지만, 시민사회단체와 민중운동 진영 간의 연대라는 본질은 6월항쟁 당시와 비슷한 것이다.

오늘 범국민행동이 합의한 '탄핵무효와 부패정치 척결' 구호 역시 다른 시대적 상황을 반영할 뿐, 6월항쟁 당시 '독재 타도, 호헌 철폐' 구호에 비견될 만하다. 김민영 국장은 "탄핵 무효는 한-민 공조에 의한 탄핵안 가결이 기본적으로 반민주적 의회 폭거라는 의미와 함께 헌법재판소가 최대한 빨리 탄핵소추안에 대한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2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부패정치 척결을 구호로 내세운 것은 이번 탄핵안 가결이 부패정치를 특징으로 하는 기득권세력의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기본 인식에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노사모·국민의힘 등 특정 정당 지지단체와 선 그어

한편 이날 시국회의는 범국민행동이 노사모, 국민의힘 등 열린우리당 지지단체와 연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국장은 "시민사회단체가 대통령 탄핵안에 반대하고 저항운동을 벌이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 지지 또는 열린우리당 지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범국민행동의 저항운동은 이번 탄핵안 가결을 87년 이후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룬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규정하고, 민주 수호를 위한 저항운동에 나설 뿐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나 지지와는 무관"한 것임을 강조했다.

범국민행동은 이에 따라 앞으로 있을 촛불집회 등에 있어서도, 노사모나 국민의힘 소속 단체와 회원들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공동집회 형식은 피하기로 했다.

개헌론과 총선연기론 제기되면 더 큰 저항운동 펼칠 것

이날 시국회의에서는 한나라당, 민주당 등 탄핵 주도 야당의 향후 정국 기도에 대해 전망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민영 국장은 "우선 한나라당, 민주당 등 야당은 시민사회단체의 항의와 규탄을 국정혼란으로 매도하며, 국정혼란을 야기한 자신들의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면서 "범국민행동은 모든 국정혼란의 책임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의회 쿠테타로 끌어내린 두 야당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국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개헌론과 총선연기론이 구체화된다면 이를 권력찬탈 음모로 규정하고 더 큰 국민적 저항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국민행동은 광범위한 국민들이 동참할 실천투쟁 방안으로 매일 광화문 앞 촛불집회를 기본으로 '탄핵무효 범국민 서명운동', '16대 국회 사망 리본 달기', '경적 울리기' 등 실천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장흥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