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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보인권
  • 2020.05.26
  • 925

정부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자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출입자들이 기록한 명부가 허위로 기재된 경우가 있어 역학조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앞으로 노래방, 클럽 등 유흥시설에 시범기간을 거쳐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쉽게 말해 클럽, 노래방 등 유흥시설을 이용하려면 나의 개인정보(실명확인이 가능한 정보)를 인증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염병 예방이라는 선한 목적을 위해서는  그 어떤 식의 방법도 용인되어야 할까요?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지는 기본권과 방역이라는 두 공익은 서로 균형을 맞출 수 없는 것일까요?

법률적 근거 없는 전자출입명부 도입 중단해야 

사생활의 비밀 침해 심각하고, 새로운 개인 감시시스템 될 우려

기본권 제한은 사회적 논의와 국회 입법 거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정부)가 지난 5월 24일, 올 6월부터 시범실시를 거쳐 클럽, 노래방 등 집합제한조치대상 시설에 전자출입명부(QR코드)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집합제한조치대상 시설의 관리자는 의무적으로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스템을 설치, 해당 시설에 출입하는 사람의 QR코드를 제공하도록 하고, 그외 시설은 자율적으로 시스템 도입 여부를 결정하여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 따른 의무와 자율은 해당시설 관리자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도입된 시설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해당 시설 출입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특정한 시설에 출입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개인정보(실명확인이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시설출입실명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으로 그 법률적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 혹은 편리하다고 해서 무조건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전자출입명부시스템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

 

감염병예방법상 특정장소에서의 집회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접촉을 통한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전자출입명부는 접촉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학조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감염병 역학조사규정을 갖고 있다. 메르스사태의 경험에 따라 2016년 개정된 <감염병 예방및관리법>제76의2조 등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장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감염자 등의 인적사항, 진료기록, 출입국 기록, 신용카드 등의 사용명세 및 CCTV 내역을 제3자에게 요청하여 수집할 수 있고, 위치정보에 대해서는 기초 및 광역지자체장도 경찰을 통해 전기통신사업자 및 위치정보사업자로부터 수집할 수 있다. 올해 3월 26일부터 경찰청과 여신금융협회, 통신사, 신용카드사 등 28개 기관을 연계한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을 가동하여 감염자의 상세 위치정보는 물론이고 신용카드 사용명세, 진료기록부에 이를 정도로 세세한 사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감염의심자까지 감시대상자에 포함되어 있으며, 자가격리위반자의 경우 안심밴드까지 부착할 수 있다. 이런 수단들은 전자출입명부시스템과 같은 포괄적이고 사전적인 개인정보수집장치보다 훨씬 덜 인권 침해적이지만, 이 조차도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한 발 더 나아가 법이 예정하지 않은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소한의 개인정보만 암호화한다거나, QR코드를 생성한 회사가 개인정보와 방문기록은 사회보장정보원에 분리해서 보관한다고 해도 합법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조치를 “의무화”하고 나아가 집합제한조치대상시설 외의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감염병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면 법을 초월할 수 있다는 발상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목적이 선하다고, 위험을 막기 위한 그 어떤 방법도 다 용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자체적으로 공공기관 출입에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듯이 전자출입명부시스템이 한 번 도입되면 집합제한조치대상시설은 물론 공공기관을 비롯하여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이 새로운 시스템을 아무런 제약없이 도입될 가능성도 크다. 공공기관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자의 출입기록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관리 집적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행정의 편의성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

 

개인정보수집의 수단들을 사용한다면 명확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정보주체의 권리제약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비례적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강제적인 개인정보수집의 판단을 보건당국이 단독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행정에 대한 민주적, 법치적 견제장치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보인권의 기본원칙과 감염병 확산방지라는 공익과 조화를 이루는지 제대로 검증할 통제장치는 없는 것은 물론이다. 보건 당국의 이같은 접근 방식은 코로나19 이후  IT기반의 통제시스템을 효율성, 편의성만을 이유로 일상 각 부문에서 용인하게 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회의 입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임의적 수단으로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는 것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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