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09-01-20   943

다양한 표현을 접할 권리 VS 국가의 일방적 역사교과서 수정명령

오늘(1/20) 교과서문제해결 공대위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최근 교과부의 역사교과서 수정명령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로 보고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들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학생들이 편견 없이 다양한 표현을 접하는 것은 배우는 학생들의 권리입니다. 국가에 의해 똑같이 재단된 내용의 교육만 강요하는 것은  미래의 다양한 표현을 미리 억압하는 행위입니다. 아래는 헌법소원을 제기 기자회견문입니다.
 
역사교과서 수정명령으로 인한 학생의 교육권 침해’
에 대한 헌법 소원을 제기하며

최근 행해진 역사교과서 수정명령은 학생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사전검열이며 학교, 교사 및 학부모의 교육의 자유를 침해한다.

지난 2008년 12월 17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 6종에 대해 수정ㆍ보완을 한 결과 ‘수정권고 지시’ 53건, ‘집필자 자체수정’ 102건, ‘추가 오류수정’ 51건 등 총 206곳이 수정ㆍ보완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즉, 교과부는 교과서에 대하여 수정 명령을 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국가가 개입하여 학부모, 학교 및 교사들과의 협의 없이 특정한 정치적 관점에 부합하도록 교과서의 내용을 수정하는 것은, 그 교과서를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될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입니다. 이에 교과서문제해결 공대위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학생 4명, 학부모 4명, 교사 2명이 소송 담사자로 참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편견 없이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싶습니다. 역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접하면서 상상의 날개를 펴 역사를 접하고 싶습니다. 역사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나와 과거와의 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대화의 중재자가 역사 교과서이고 역사 선생님이라고 봅니다. 그 중재자들이 일정 범위의 재량권도 없이 모두 똑같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중재의 역할을 포기하고 학생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역사 교사가 ‘우리가 배우는 교과서는 이러한데, 약간 다르게 보는 교과서도 있어. 어떤 관점이 좀 더 설득력이 있을까? 역사를 통하여 현실 사회를 보는 눈을 키워갔으면 해…’하고 교육하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검인정을 받은 교과서가 잘못되었다고 나라에서 강제로 수정을 하도록 한 것은 아주 잘못되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는 보다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이번 교과서 파동은 아주 낯 뜨거운 사건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잘못된 것을 배워왔다는 것입니까? 학교 교육에서 이야기하는 진리가 정권에 따라 달라져도 되는 것입니까? 대화와 타협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사회에서 이미 정해진 절차인 검인정 과정을 통과한 교과서 내용을 강제로 수정하도록 하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까? 내가 투표하여 뽑은 정부가 이전 정부와 그렇게 많이 다른 것입니까? 너무 황당한 상황에서 질문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헌법재판소가 보수화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 교육권을 사법적으로 보호하는 헌법재판소에 다소 나마 희망을 걸어 봅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교과서는 절대적 진리를 담은 성전이 아니라 여러 수업 자료 중 중요한 하나일 뿐이라는 관점이 최근 보편화되었습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에서도 “교과서의 모든 내용을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기보다 교사 스스로 전문성을 살려 주안점을 두고자 하는 내용을 보완, 강조하여 가르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즉, 교과서를 합리적인 역사 탐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교과서는 중요한 사건에 대하여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담아야 합니다. 그러나 역사에서 해석과 평가는 필수적인 것이며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역사 학습의 본질에 부합됩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는 교사들의 교과협의회, 학교 운영위원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선택됩니다. 검인정제도는 학교의 실정과 학생의 수준에 맞게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이러한 선택권이 그동안 다소 보장되었는데, 교과서의 내용 자체를 교과부가 깊이 관여하여 수정 지시를 한다면 이러한 선택권은 없어지는 셈입니다. 과거 권위적인 정부 아래애서 교사는 부분적으로 정권의 앵무새 노릇을 하였습니다. 그 때를 회상하게 하는 역사 교과서 논쟁은 헌법 정신과 내용에 맞추어 올바르게 정리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교과서와 교육과정의 확립을 위하여 노력하며 어떠한 정치적 외압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교육권 확보를 위하여 활동할 것입니다. 특히 헌법 제31조 4항에서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여 민주주의 교육의 기틀을 세우는데 헌신할 것입니다. 이번 헌법 소원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조속히 판결을 내려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통해 헌법 수호의 기풍을 더욱 확립하여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2009년 1월 20일

교과서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