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센터 표현의자유 2009-11-03   2163

성공한 불매운동은 모두 협박에 의한 강요죄인가?

언소주 유죄선고 유감

 

 

성공한 불매운동은 모두 협박에 의한 강요죄?
2심 법원의 제대로 된 판결 기대

지난 29일(목) 서울중앙지방법원 김정원 판사는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의 일환으로 광동제약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선언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의 김성균 대표에게 공갈죄와 강요죄를 적용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교수, 고려대)는 법원의 이번 유죄 선고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서 보호받아야 할 정당한 소비자운동에 대한 “협박”이자 “위협”이라고 본다. 소비자들이 특정회사의 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하여 이를 협박이라고 한다면 시장경제의 토대가 되는 소비자 주권의 개념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정원 판사는 판결문에서, 언소주가 광동제약(주)에게 그 제품 자체의 하자가 아니라 한겨레, 경향신문에 광고를 게재하게 하고,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한 팝업 창까지 띄우게 한 행위는 “그 의사결정 및 의사실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대한민국 형법상 강요죄에서의 협박 및 공갈죄에서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또한 이는 사회상규에서 허용하는 정당한 권리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강요죄와 공갈죄 모두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피해자로부터 어떤 행위나 이득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즉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의 의사결정을 위축하는 것을 넘어서서 피해자의 활동을 실제로 강제할 때 강요나 공갈이 성립한다. 언소주의 광고불매운동이 과연 공갈과 강요죄에 해당하는가?

소비자의 불매운동은 협박이 될 수 없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돈을 시장에서 쓰면서 어떤 제품을 사는데 쓸지 결정할 절대적인 권리가 있다. 소비자들은 특정기업의 제품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그 기업의 환경, 노동정책 심지어 그 회사 제품의 광고모델 또는 광고매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불매운동을 벌일 수 있다.

 
1996년 세계적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사는 파키스탄 어린이를 고용해 축구공을 꿰맨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세계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곤혹을 치른 다음, 이제는 하청업체까지 윤리경영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이다.

제품이 마음에 안드는 것은 물론이고 그 기업의 윤리적 측면이 마음에 안들어도 소비자들은 충분히 불매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언소주가 광동제약의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것도 편파 및 왜곡 보도를 일삼는 신문을 광고로 지원하는 회사의 제품에는 자신의 돈을 쓰지 않겠다는 지극히 정당한 소비자 운동의 일환인 것이다.

소비자운동의 요구는 ‘좋은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다. ‘좋은 제품’이란 제품자체의 질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제품의 환경적 노동적 사회적 측면까지 포함할 수 있다. 소비는 바로 자신의 돈을 쓰는 것인데 이런 세세한 것까지 따져 모두 마음에 드는 업체만을 ‘애용’할 자유가 있다. 이런 요구를 협박이라고 한다면 소비자들은 기업이 원하는 대로 소비만 하는 자동소비인형에 불과할 것이며 오늘날 기업들이 제품의 질뿐 아니라 윤리경영에 그다지도 공을 들일 이유는 없을 것이다.

광동제약이 ‘법적 의무가 없는 행위’를 했는지도 결정적이지 않다. 광고를 할지 말지 최종적인 결정은 늘 기업의 몫이다.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끼칠 기업의 이미지, 매출 등 온갖 요소를 고려해 광고게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작년에도 조중동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항의 전화를 받았으나 계속 광고를 게재했다고 한다. 광동제약은 작년과 같이 이들을 무시하고 계속 조중동에만 광고를 할 수도 있었을 터이나 주소비자층의 동태나 기업 이미지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기업의 영업에 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를 협박에 의한 결정이라고 한다면,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공한 모든 불매운동은 모두 협박에 의한 강요죄로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불매운동은 늘 소비자와 기업간의 긴장관계를 만들어 낸다. 불매운동은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기업을 감시하고 유인하는 소비자들의 무기이자 권리이다. 이미 법원은 작년에 “언론매체의 소비자인 독자는 언론사의 편집정책을 변경시키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광고주들에게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하지 말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홍보하며,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주 리스트를 게재하거나 게재된 광고주 리스트를 보고 소비자로서의 불매의사를 고지하는 등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로 설득활동을 벌이는 것“은 합법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이번 광동제약에 대한 언소주의 불매운동 역시 이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2심 법원이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 것을 기대한다.

PIe2009110300.hwp
논평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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