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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라이버시권
  • 2012.09.18
  • 1969
  • 첨부 1

 

법원, 혐의사실과 무관한 이메일까지 압수한 것은 위법 인정

이메일 압수수색도 반드시 계정소유자 통지해야 한다면서 ‘수사관행’ 부정하고는 ‘수사현실’은 인정하는 모순

 

지난 9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27단독 정현식 판사)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후보로 출마했던 주경복 건국대 교수의 선거법위반 혐의 수사를 하면서 7년치 이메일을 압수수색한 것은, 수사와 무관한 사생활의 정보까지 모두 압수하여 강제수사의 비례원칙에 반하여 검사의 직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며 국가가 주교수에게 700만원의 손해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수사기관이 수사편의에 치중해 강제수사를 행할 때는 반드시 적법절차에 따라 최소한의 침해를 해야 한다는 헌법의 적법절차 원리를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이 이와 같은 압수수색이 주경복 교수에게 아무런 통지 없이 이루어진 것에 대하여, “이메일의 삭제 가능성, 복원의 어려움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통지의무의 예외에 해당하는 급속을 요하는 때는 반드시 아니”라고 하면서도 그에 대한 판단은 수사기관의 재량이라고 인정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은 점은 모순이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2008년 당시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주경복 건국대 교수와 2009년부터 용산참사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낸 박래군 인권활동가의 이메일 계정을 압수수색하면서 검찰 및 경찰이 형사소송법 제118조, 122조 등의 통지의무 등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침해하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것에 대해 지난 2010년 10월 12일 국가를 상대로 각 5천만원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영장에는 피의자의 성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신체·물건과 압수수색의 사유 등이 특정되어야 하며 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피의자와 변호인은 압수, 수색의 집행에 참여권이 있고, 압수, 수색 영장을 집행함에는 미리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참여권이 있는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또한 압수조서와 압수목록을 작성하고, 압수목록을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기타 이에 준할 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러나 주경복 전 교육감 후보의 선거법위반 혐의 수사를 하면서 검찰은 이메일계정을 압수수색하여 7년치 이메일 등 통신자료를 압수하였으면서도 재판과정에서 증거로 제시할 때까지 당사자에게 전혀 통지하지 않았다. 또한 박래군 당시 용산참사범대위공동집행위원장의 2008년 11월 1일부터 2009년 3.12.까지 이메일 송수신 메일내용 일체를 압수하면서 이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지하지 않았다. 

 

물론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예외로 규정되어 있다. 법원은 이메일의 경우 미리 통지할 경우 피의자가 이메일을 쉽게 삭제할 수 있고 그 복원이 어렵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하여 ‘이메일 압수가 언제나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적절히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꾀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수사관행에 따랐다는 사실만으로 직무상 과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급속을 요하는 때’를 판단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재량이 인정되며, 이메일 삭제 가능성을 차단할 조치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수사현실’에서 수사기관이 그렇게 판단한 것을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수사관행’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수사관행에 의해 규정되는 “수사현실”에 의존한 검찰의 판단은 재량의 범위라고 한 것은 모순적이다. 

 

결론적으로 주경복 교수에 대한 이메일 압수수색의 미통지, 압수목록 미교부 등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였다는 주장은 인정하지 않고 주경복 교수의 7년에 걸친 방대한 정보를 압수색한 것은 비례원칙에 맞지 않으며, 박래군 인권활동가의 경우는 7년 치보다 적은 4개월 여 정도의 기간이므로 혐의사실과 근접한 시기의 이메일을 압수수색한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이메일처럼 내용을 열어보지 않고는 범죄관련성 여부를 알 수 없는 증거의 경우에도 이메일 전체를 압수수색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기간 또는 송수신자 또는 검색어 등을 통해 압수수색을 제한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점은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이메일 압수수색의 범위를 한정하려는 검찰의 노력을 기대한다. 


하지만 압수수색에 대해 피의자 등 당사자에게 미통지하는 수사관행이 적법절차 원리에 앞설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법원의 판결이 유감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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