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156] 김능환 전 대법관이 일하는 편의점은 안녕하십니까?

 

 

[시민정치시평 156] 

김능환 전 대법관이 일하는 편의점은 안녕하십니까?

: 불공정한 편의점 가맹계약의 비밀에 대해

 

김철호 변호사

 

 

최근 김능환 전 대법관이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모습이 보도되어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회자된 바 있다. 그런데 만약 그 편의점의 매출이 다소 저조한 편이라서 하루 매출이 100만 원 정도 된다면 김능환 전 대법관은 돈을 얼마나 벌까? 2011년 기준으로 25.8%의 편의점은 하루 매출이 100만 원 이하라 하니 전혀 엉뚱한 상상도 아닐 것이다.

 

편의점 물품의 마진율은 27% 정도로 알려져 있으므로, 이 편의점의 하루 매출이익(매출액-납품원가)은 27만 원이다. 여기에서 편의점 가맹본부는 매출이익의 35%를 가맹수수료로 받아가므로 가맹본부가 매일 받아가는 가맹수수료는 9만4500원(=27만 원*35%)이다. 그리고 편의점주는 나머지 17만5500원을 가지고 임대료, 인건비, 전기요금 등의 경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 이 편의점주가 한 달 동안 편의점을 운영하면 가맹본부는 매출이익 중 35%인 280만 원의 가맹수수료를 받아가고, 편의점주가 가지는 매출이익은 520만 원 정도이다. 그런데 월말이 되어 임대료 150만 원을 내고, 알바생 급여 350만 원(2013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4860원이므로, 24시간 알바급여는 11만6640원, 한 달 급여는 349만9200원)을 주고, 전기요금 20만 원, 세무 대리 기장료, POS사용료 등을 내고나면 적자가 나게 된다. 편의점주는 고민에 빠져 들게 된다.

 

다른 편의점주들처럼 최저임금을 무시하고 시간당 4000원만 알바생에게 주고 말까? 김능환 전 대법관은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다. 평생을 법을 지키라고 판결을 해 온 내가 법을 위반할 수는 없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24시간 전부를 알바생을 쓰면 돈을 한 푼도 벌수가 없으니, 내가 직접 일을 해야 하겠다고 결심한다. 그 다음 달엔 하루에 8시간을 직접 일을 해보았다. 하지만 점주가 가져가는 돈은 시간당 최저임금에도 미치지를 못하는 현실을 깨닫게 된다.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내가 뭐 하러 편의점을 운영할까, 다른데 가서 알바나 하는 게 낫겠네. 점주가 이렇게 고민을 하고, 어려움에 처해도 가맹본부는 280만 원의 가맹수수료를 받아가고 있다.

 

그래서 심야 시간에는 장사도 잘 안되고 하니, 가맹본부에게 심야에는 문을 닫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를 해본다. 그러면 가맹본부는 이렇게 답을 할 것이다. 편의점 하면서 24시간 영업해야 한다는 걸 모르고 가맹계약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24시간 영업은 편의점 영업의 핵심이니, 24시간 영업을 반드시 지키세요. 안 지키면 점주의 의무위반으로 가맹계약 해지하고 위약금을 물리겠습니다.

 

점주가 알바생을 대신해서 야간 근무를 하는데 지쳐서, 편의점 문을 닫으려고 한다. 그런데 편의점 가맹계약에는 점주가 일방적으로 폐점하는 경우의 위약금 규정이 있다. 위약금은 크게 가맹본부의 기대수익상실분과 인테리어잔존가로 구성된다. 기대수익상실분은 점주가 폐점해서 가맹본부가 앞으로 얻을 가맹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되므로, 가맹수수료의 10개월분을 물어내라는 것인데, 위 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2800만 원이 된다. 인테리어잔존가는 초기에 가맹본부가 무상으로 제공한 인테리어(3000만 원 상당)와 설비·집기(3000만 원 상당)에 대해 감가상각한 나머지 비용을 물어내라는 것이다. 가맹계약 5년 중 1년을 영업을 하다 문을 닫았다면 6000만 원의 5분의 4를 물어야 하므로 인테리어잔존가 배상액은 4800만 원이 된다. 그러니 합계 7600만 원의 위약금을 물어내야만 편의점을 폐점할 수 있는 것이다.

 

복잡하게 보이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편의점 가맹본부는 점주가 돈을 벌든지 말든지 매출만 발생하면 무조건 매출이익의 35%를 무조건 받아가므로 이익이고, 손해가 나면 이는 모두 점주에게 돌릴 수 있는 계약구조에서 모든 문제가 파생한다. 개별 점포의 이익은 떨어지더라도 24시간 영업을 강제할수록, 근접출점을 늘릴수록 매출 자체는 늘게 되므로 가맹본부는 이익을 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의 편의점수는 2008년 1만1802개에서 2012년 2만3687개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가맹본부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매년 10%에서 40%씩 큰 폭으로 성장하였다. 같은 기간 개별 편의점의 매출이 떨어졌음은 당연한 것이다.

 

앞에서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이 나는 편의점을 예로 들었지만, 그 이하의 편의점수도 전체 편의점의 4분의 1 가량이 된다. 폐점을 하고 싶어도 폐점위약금 때문에 폐점할 수 없는 편의점주가 전체 편의점의 4분의 1은 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와중에 거제도에서 청년 편의점주가 자살한 일도 발생한 것이다.

 

4월 임시국회가 4월 8일부터 열린다. 이번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지난 대선기간의 공통공약이었던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한다. 위와 같이 24시간 영업강제로, 근접출점으로, 과도한 해지위약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편의점주들을 살리기 위해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불공정가맹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해 주기를 간곡히 바랄 뿐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24시간 영업강제를 금지하고 점주의 선택에 따라 영업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영업지역 보호가 가맹계약에 따라 배제할 수 있는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지만 영업지역 보호를 강행규정으로 개정해야 한다. 편의점처럼 가맹점 폐점시 가맹본부의 기대이익상실분까지 물어내도록 하는 과도한 해지위약금은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가맹본부의 거래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해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하여 가맹본부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김능환 전 대법관도 불공정한 편의점가맹계약으로 고생하고 계신게 아닐까하는 의문이 드는 건 기우일까?

 

참여사회연구소가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들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 본 내용은 참여연대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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