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또 다시 전세대란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전국민의 절반은 자기 소유의 집이 없어 임대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목 돈 안드는 전세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전세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집주인이 있을까요? 철도부지에는 임대주택 20만호를 짓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3~4만호 이상 지을 부지가 없다고 합니다. 


세입자가 원한다면 현재 사는 집에서 조금 더 살 권리(계약갱신청구권), 전세값 폭등 없이 살 수 있는 권리(전월세 상한제), 적당한 민간임대주택이 없다면 들어갈 수 있는 공공임대 주택을 충분히 마련할 수는 없을까요?


2년마다 이사를 다니지 않고 살만한 집에서 살 수 있는 세입자의 권리, 세입자 스스로가 지켜야 합니다. 이를 위한 첫 모임이 3월 8일 7시 참여연대에서 진행됩니다. 세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이 글은 2012년 10월 24일 안진걸(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님이 오마이뉴스에 작성한 글입니다. >> 오마이뉴스 원문 읽기(클릭)


남의 집에 세들어 산다면, 이 글을 꼭 봐주세요

 '제기랄, 월세가 너무 비싸 당' 대한민국에도 필요합니다


뜬금없는 제안일지 모르겠지만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도 '전월세가 너무 힘들어당'이나 '세입자는 너무 힘들어당'을 만들어봤으면 합니다. 세입자 정당이 정 어렵다면, '전세협(전국세입자협의회)'은 어떨까요? 


예전에는 세입자NGO를 만들자고 하면 많은 분들이 언젠가 곧 집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달라졌습니다. UN의 PIR(Price Income Ratio : 연소득대비주택가격으로 UN은 3-4년의 연간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대한민국 수도권은 한 푼도 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연간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기간이 11년 안팎이 걸리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보통의 직장인은 집을 살 수 없는 것이죠) 지수를 거론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집을 살 수 없다고 깨달은 많은 분들이, '2년에 한 번 꼴의 임대료 폭등이 없거나, 지금 사는 집에서 쫓겨 나지 않게 살수만 있게 해달라, 중소형이라도 좋으니 장기전세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서 살게만 해 달라...'라고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세협' 또는 '집값과 임대료가 너무 비싸 당'이라도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땅의 절반이 넘는 세입자라면 누구라도, 집이 없는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이 조직의 주인이고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우선 오마이뉴스-참여연대-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이 공동주최한 기사공모  '나는 세입자다' 에 글을 쓰신 분들부터 나서주시면 어떨까요? 


"제기랄, 월세가 너무 비싸 당" 

 

그런 일은 실제로 가능합니다. 2010년 미국의 지미 맥밀런이라는 이가 실제로 '제기랄, 월세가 너무 비싸 당(The rent is too damn high party)'을 만들어 미국의 중간선거에 뉴욕주지사에 출마한 바 있고, 당시 미국에서는 그 정당과 그 후보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TV 토론에 나와 항상 "월세가 너무 비싸다"라고 답하면서 미국 서민들의 스타가 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교육비 문제는요? 월세가 너무 비싸서... 의료 문제는요? 월세가 너무 비싸서... 노인복지 문제는요? 월세가 너무 비싸서..." 이렇게 답한 것입니다. 즉 과도한 주거비와 서민들의 주거 불안으로 많은 국민들이 제대로 살아 갈 수 없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하지만 너무나 정확하게 호소한 탓에 당시 미국 사회에서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인형까지 출시될 정도였습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와 수입은 줄어드는데 집세는 내리지 않는 것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가 배경이 됐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나라 상황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우리나라가 훨씬 심각하죠. 국민 절반이 집이 없는데, 매년 전세대란과 임대료 폭등이 반복되고 있으니까요. 집세가 내려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몇 천만원씩 폭등하고 있으니 이 땅의 세입자가 미국의 세입자들보다 더 상황이 안 좋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세입자다>기사들에 올라온 절절한 사연만 보더라도 이 땅에서 세입자들이 겪는 설움과 고통이 얼마나 큰 자 생생히 알 수 있습니다. 현재도 많은 서민들이 그런 설움을 겪거나 겪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도 지금까지 이사만 10번 넘게 다녔습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좋은 집주인을 만나기도 했지만, 서럽고 난감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장기전세주택 '시프트'는 왜 로망이 됐을까 

 

그렇다면 지금 전국 세입자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요? 다들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아예 집값이 지금보다 훨씬 더 떨어져서 어렵지만 집을 살 수 있게 해주든지, 아니면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나지 않고 임대료 폭등 없이 계속 살게 해주든지, 아니면 가구 수에 맞는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공공임대주택을 장기 전세로 제공해주든지.

 

그런 이유로 서울에 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가(최장 20년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있음) 이른바 '로망'이 된 것입니다. 어떤 시프트 단지의 경우는 경쟁률이 100:1이 넘어가기도 했습니다.

 

이런 전국 세입자들의 소망을 실현 시켜주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협력해서 집값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쓰거나, 지금 사는 주인 집에서 최대한 임대료 폭등 없이 오래 살 수 있게 해주거나,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에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정책에 '올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의 정책은 어떤가요? 5년 가까이 어떻게든 부동산 부자 또는 투기꾼들을 위해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을 펴고,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미명하에 집 부자 감세를 끊임없이 시도했습니다. 이 정권은 민간 임대 주택에서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지금의 최장 2년보다 더 긴 기간을 살 수 있게 해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반대하고,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량이 이전 정부에 비해서 줄어들게 만들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세계 최악의 교육비, 주거비, 의료비, 통신비 부담에, 물가대란, 전세대란, 실업대란, 가계부채 대란과 이자폭리 부담까지. 그러다보니 OECD국가 가운데 대한민국은 자살률 1위 수준, 출산율은 꼴찌 수준의 나라가 됐습니다. 반면 노동시간은 최고, 산업재해사망율도 최고 수준의 국가가 돼 버렸습니다. 너무나 참혹한 일입니다. 

 

박근혜 후보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실효성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후보가 지난 9월 23일  주거 관련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직접 발표한 공약은 보증금 부담 없는 전세제도의 도입(집 주인이 보증금 대출을 받고 관련 이자는 세입자가 내는 방식), 하우스푸어를 위한 지분매각제도 실시, 행복주택 20만호 건설 등이었습니다.

 

우선 집 없는 세입자를 위한 공약이라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세입자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정책입니다. 박근혜 후보 주장대로라면,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하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이런 집주인이 얼마나 될까요? 세입자가 전세자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도 동의해주지 않던 집주인들이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리가 있겠습니까. 설령 집주인이 호의로 대출을 받는다 해도 전월세 상한제가 없는 한 세입자의 이자 부담만 폭증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철도가 지나는 철도부지 위에 데크를 씌워 인공대지를 조성하고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약속도, 소음과 안전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이미 국토해양부나 LH공사 등이 내놓은 유사한 계획들도 이러한 문제들과 주민 반대로 인해 중단된 상태이기도 합니다. 박근혜 후보가 기존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조차 게을리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문제해결, 공공임대주택 확충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문제이기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대선후보가 서둘러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내놓은 대책은 답이 아닙니다. 집 없는 서민의 전세난 해결을 위한다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법제도적 대책과 보금자리주택을 현행 분양위주에서 공공임대주택 위주로 공급하는 정책 전환과 함께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임대주택 마련 등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기 위한 계획과 재원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우스푸어 대책과 관련해서도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개인회생절차시 거주 주택에 대해서는 집을 경매로 뺏기지 않고 원금과 이자를 개인회생계획에 의해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도산법 개정과 함께 일시상환형 대출을 장기모기지론으로 전환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연립 다세대주택 및 전용면적 18평 이하 소형아파트의 경우 정부가 매입하여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말 그대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서민주거안정 대책 조속히 발표해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게도 호소합니다. 대선이 6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하루 빨리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특히 제1야당의 문재인 후보는 지금이라도 국회에 제출된 서민주거안정 법안을 처리하는 데 앞장서고, 관련 공공임대주택 예산안도 대폭 증액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당론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모자랍니다. 후보가 직접 나서서 관련 정책의 현실화를 직접 진두지휘해야 합니다. 안철수 후보 역시 분발해야 합니다.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이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을만들기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2년만 지나면 떠나야 하는 세입자들에게 마을만들기는 남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세입자 지원정책을 개발해서 뒷받침해야 마을만들기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무주택 서민들에겐  20년간 쫓겨나지 않고 살 수 있는 장기중소형 공공임대주택(시프트형)이 더 절실합니다. 또한 1-2인가구를 위한 공공원룸텔 확충, 대학생·청년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기숙사와 방 공급 확대 정책 등도 매우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전국의 세입자여 단결하라!" 아니 나아가 "만국의 세입자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세입자들도 세입자 NGO로, 세입자 사회세력으로 모여보자고 제안 드리는 것입니다. 전국 곳곳의 세입자들의 연락과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다들 힘내서 지금의 주거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