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시민권리 2001-07-19   642

시민운동에 재갈 물리는 대법원판결

마이클잭슨 방한공연반대운동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의미

1. 시민단체가 벌이는 불매운동 등의 경제적 압박수단 때문에 기업이 본의 아니게 계약을 파기함으로써 영업이익을 침해당했다면 시민단체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시했다. 이같은 대법원 판결은 부도덕한 기업활동에 대해 불매운동과 같은 압력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시민단체의 활동의 불가피성과 현실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법원이 법률해석의 재량권을 이용해 시민운동의 손과 발을 묶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2. 대법원 제2부(주심 이용우 대법관)는 지난 7월 13일(금) 마이클잭슨 방한공연 반대운동을 벌인 시민단체를 상대로 공연기획사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파기한 ‘은행의 결정이 불매운동과 관계없이 스스로의 반성적 고려에 의한 독자적인 결정임을 알아 볼 수 있는 사정이 심리되지 않았다’며 원심의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이유 외에 대법원은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경제적 압박수단을 고지하여 이 때문에 경제적 손실을 우려, 본의 아니게 입장권판매대행계약을 파기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위법하다고 보아야 하며, 그 목적에 공익성이 있다하여 이러한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히며 시민단체 활동의 위법성 기준을 제시했다.

3. 즉 이번 판결은 시민운동의 위법성 여부를 사회 상규가 아닌 피대상 기업의 ‘반성적 고려에 의한 독자적 판단’이라는 편파적이고 모호한 척도에 두고 있다. 불매운동을 벌이는 대상 기업의 영업활동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설득, 호소하지 않고 불매운동 등 영업에 손해를 주는 압력 수단을 행사했다면 이에 대한 위법성 여부는 피대상 기업의 반성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즉 기업이 ‘우리가 반성하여 이를 그만둔 것이다’라고 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없고 ‘시민단체의 압력에 의해서 그만두었다’라고 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이다.

4. 그러나 이번 판결은 시민운동, 소비자운동이 벌이고 있는 불매운동 등의 압력행사 방법의 실상과 불가피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불매운동은 설득과 호소의 과정을 배제한 폭력적 운동이 아니며, 오히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득과 호소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경우, 사회적으로 문제 있는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설득과 호소를 통해 소비자와 시민들에게 알리는 운동인 것이다.

또한 공익과 기업윤리보다는 당장의 이윤추구에 얽매이는 우리사회의 기업현실에서 불매운동과 같은 대중적 압력수단 없이 이같은 관행을 개선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불매운동 등은 기업에 직접 경제적 손실을 안겨주는 압력수단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업에 손해를 주는 경제적 압력수단을 행사한 것이 위법성의 전제가 된다는 법원의 논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5.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압력행사의 위법성 여부를 해당기업의 ‘스스로의 반성적 고려에 의한 독자적 결정 여부’에 두고 있는 점이다. 이는 압력행사라는 시민운동 방식이 본질적으로 해당기업의 자율성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활동 전체를 위법하게 간주하도록 한다. 불매운동이 광범위한 시민적 호응을 얻어 시민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때는 당연히 피대상기업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대상기업의 스스로의 반성에 따른 자율적 결정여부에 따라 시민단체 활동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편파적이고 모호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6. 한편 원심은 시민단체의 행위가 ‘통상 시민단체가 취할 수 있는 전형적인 운동방법의 하나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행위로 인해 각 은행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당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배척한 바 있다. 우리는 이같은 원심의 법률해석이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정당성과 국민들의 인식을 반영해 주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판단에 확신을 갖는 것은 불매운동 등의 소비자 운동에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인정한 외국의 사법적 판단의 선례가 없다는 것이다.

7. 우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시민단체의 활동방식을 극히 제한함으로써 시민운동에 재갈을 물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 더구나 그 방법이 법원이 가진 법률해석의 재량권을 이용 교묘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최근 낙선운동에 대한 판결 등 일련의 법원 판단은 일반국민의 법감정과 괴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해서 대단히 부정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같은 법원의 태도를 예의주시할 것임을 거듭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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