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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8
  • 2018.05.01
  • 31

가족 내 무급노동의 불평등과 사회정책

 

안미영 |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사회의 발전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무급노동의 여성화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남자는 나가서 돈을 벌고 여자는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한다”가 바람직하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무급노동의 여성화는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혹은 일부에서 그러하듯 가족에 대한 현금지원을 통해 여성의 가계생산과 가족 돌봄자 역할을 사회적으로 인정하여 여성의 지위를 향상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었던 정도까지는 아니었겠으나 가족 내 노동 분배의 불평등은 정책적 관심과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논의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새천년 이후 돌봄에 대해 국가의 대대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적 개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내 무급노동 분배의 여성화는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 있다. 남성이 생계를 부양해왔던 한국사회는 맞벌이 가구의 증가를 목도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맞벌이 가구의 무급노동 역시 여성의 몫이다. 혹실드가 1970~1980년대 인터뷰했던 일하는 여성들의 경험을 통해 제시했던 The Second Shift를 새천년 이후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는 한국사회에서 발견한다. 본 글은 한국의 무급노동 분배의 실태 및 젠더와 돌봄에 관한 사회정책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무급노동 분배의 실태

먼저 OECD가 제공하는 15세 이상 인구의 1999~2012/2013년 사이 행위별 시간 분배율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도록 하자(<표 2-1> 참조). 자료는 전체시간 대비 해당 행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한국 남성의 유급노동 또는 학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6.5%, 여성은 15.4%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노동시장참여를 통한 생산 활동이나 생산 활동을 위한 학업이 한국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보여준다. 유급노동 또는 학업에 할애하는 시간의 젠더 차이는 (영국을 제외하고)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크다.

젠더 차이가 더 두드러지는 것은 무급노동이다. 미국 남성은 10.2%를 무급노동에 사용하고, 영국, 스웨덴, 독일 남성도 각각 9.5%, 10%, 9.8%로 비슷한 수준을 나타낸다. 여성의 경우 독일은 15.9%, 영국은 16.6%, 미국은 14.8%, 스웨덴은14%를 사용하고 있어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면 무급노동에 남성이 할애하는 시간의 비율은 여성이 할애하는 비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남성이 무급노동에 사용하는 시간의 비율은 3%에 불과하고 여성은 다

른 국가에 비해 낮지만(13.7%) 남성에 비해 4배이상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돌봄행위에 남성이 할애한 시간의 비율은 독일 1.4%, 스웨덴 1.8%, 영국 1.6%, 미국 1.6%이고, 여성의 경우 독일 1.7%, 스웨덴 3%, 영국 3.6%, 미국 3.2%이다. 독일의 경우 돌봄행위에 남성과 여성이 사용한 시간의 비율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스웨덴, 영국, 미국의 남성이 돌봄에 할애한 시간의 비율은 여성의 절반 이상의 수준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남성이 돌봄에 할애하는 시간의 비율은 0.8%로 다른 국가의 남성에 비해서도 낮으며, 한국 여성이 할애하는 시간의 비율

3.4%에 비해 4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림 2-1>은 한국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결과로 가구유형별 행위자의 요일 평균 시간이다. 2014년 기준 맞벌이 가구 남편의 일시간은 436분, 아내의 일시간은 373분으로 나타났다. 남성 외벌이 가구의 남편 역시 맞벌이 가구 남편과 비슷하게 431분을 사용하였고, 아내는 평균 113분을 일자리 알아보기 등을 포함한 일하기 관련 행위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외벌이 가구의 남편은 116분을 사용하였고, 아내는 390분의 시간을 사용하여 맞벌이 가구의 일하는 아내보다 조금 많은 시간을 일 관련 행위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관련 (가정관리와 가족돌보기) 행위에 맞벌이 가구 남편이 사용한 시간은 125분, 아내는 250분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더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외벌이 가구 남편의 무급노동 시간은 139분, 아내는 423분이며 여성 외벌이 가구의 경우 남편은 193분, 아내는 219분을 무급노동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가정을 위해 사용한 시간을 모두 고려하면 맞벌이 가구 남편은 561분, 아내는 623분을 사용한다. 남성 외벌이 가구의 남편은 570분, 아내는 536분을 사용한다. 여성 외벌이 가구의 아내는 609분, 남편은 309분을 할애한다. 유급노동을 통한 생산과 가계생산과 가족돌봄이 국가경제 발전에 모두 중요하다면,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젠더화는 간과할 이슈가 아니다. 더욱이 노동시장참여를 통해 확보한 자원이 경제적 협상력을 발휘하게 하여 가사노동을 줄일 수 있다는 상대적 자원론을 고려하면 한국 맞벌이 가구의 여성이 여성 외벌이 가구의 여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정관리와 가족돌보기에 할애하는 것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문제이다.

 

학력별로 일과 가정에 사용한 시간을 살펴보면 <그림 2-2>와 같다. 학력이 높을수록 남성과 여성 모두 생산관련 시간이 증가한다.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남성이 334분,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남성이 436분,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여성이 272분,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여성이 390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급노동의 경우 남성의 학력이 높을수록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의 경우 학력이 높을수록 증가한다.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남성은 하루 평균 154분을 가정관리와 가족돌보기에 사용한 반면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남성은 140분을 사용하였다. 반면 초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을 가진 여성은 하루 평균 277분을 사용한 반면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여성은 322분을 가정관리와 가족돌보기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별로 보았을 때 유급노동을 통한 생산과 가계생산 및 가족돌봄에 사용한 총시간은 대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여성이 가장 많은 712분을 사용한다. 이는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남성의 576분보다 2시간 이상 많은 시간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국의 무급노동의 젠더화 및 계층화된 불평등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특징적인 것은 첫째, 한국의 일하는 기혼여성은 남편의 돈벌이 여부와 상관없이 남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무급노동에 할애한다. 둘째, 학력 별로 무급노동의 계층화된 현상은 여성에서 나타난다. 셋째, 그 계층화된 현상은 학력이 높은 여성이 결혼 이후에도 유급노동자로서 살아갈 경우 가정관리와 가족 돌보기를 위해 할애하는 시간이 학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에 비해 더 많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무급노동 분배 불평등과 사회정책

지난 20여 년 동안 가족 및 돌봄 관련 정책의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돌봄서비스의 확대, 휴직 제도의 변화, 양육수당에서 아동수당까지 현금지원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가 무급노동의 젠더화 및 계층화된 불평등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논의하고 정책적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논의와 정책 발전에 기여하고자 본고에서는 다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가계생산과 가족 돌봄을 “노동”으로 인지하고 “규범적인 틀”로 개념 및 분석해야 한다. 사회적 돌봄(social care) 개념을 주장한 데일리와 루이스는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돌봄 이론가들(Gilligan 1982; Tronto 1993; Bubeck 1995)은 관계로서의 보살핌의 중요성, 그리고 그것의 특징으로 상호 연결성, 상호 의존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인간은 합리적이고 경제적 행태를 한다는 주장은 개인주의를 가정으로 삼고 있다. 시장은 계약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법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쟁적이며 독립적인 인간의 존재를 가정한다. (중략) 돌봄이 유급노동으로 공적 영역으로 흡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돌봄윤리는 돌봄을 ‘무정한 세상의 천국’으로 이해하고 있다.”(Daly and Lewis, 2000: 284)

 

무급노동 분배가 한 사회가 안고 있는 젠더와 계층을 가르는 불평등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오랫동안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라면 돌봄을 노동으로, 규범적인 틀로 개념화해야 그러한 불평등을 야기하는 구조적인 매커니즘에 대한 사회ㆍ정치ㆍ경제 관점에서의 분석과 논의가 가능해진다. 우리가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부모님을 돌보고, 장을 보고 음식을 하는 등의 모든 행위가 누군가를 위한 돌봄이라면, 그 무급노동에 대해 사회정책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관점이 중요해진다.

 

“첫째, 돌봄은 노동이다. 노동으로 개념화 하는 것은 돌봄자(carer)와 돌봄 행위(caring)를 강조한다. 그리고 다른 형태의 노동(예를 들어 유급노동)과의 비교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돌봄이 행해지는 조건도 중요하다. 따라서 사회정책이 이러한 일련의 이슈에 대해 어떻게 얼마나 개입하는 지가 중요해진다. 둘째, 돌봄은 의무와 책임에 관한 규범적 틀이다. 따라서 돌봄의 사회적 관계 및 돌봄을 규범화하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셋째 돌봄은 공사 영역을 가로지르는 금전적이고 감정적인 활동이다.”(Daly and Lewis, 2000:285)

 

오늘날 한국의 돌봄서비스, 휴직 제도, 현금지원 등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낙후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일련의 정책 변화가 가지는 젠더화 및 계층화된 불평등에 대한 함의는 복합적일 수 있다. 돌봄의 상품화는 40대 이후 중장년 여성의 돌봄서비스 분야 고용 증가로 이어졌으나 보육 서비스의 확충이 어린자녀를 가진 엄마들의 노동 시장참여율을 제고하지는 않은 현실이다. 또한 최근 아빠의 돌봄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만들어진 아빠육아휴직 보너스제를 통해 과거보다는 더 많은 남성이 돌봄자 역할을 제도적으로 지지받게 되었다. 아동 수당을 통한 현금지원 강화는 지금의 전통적 젠더관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으나 동시에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행위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효과를 가져 올 가능성도 있다.

 

복지제공에 있어 국가-시장-가족의 책임분배에 대한 논의는 무급노동의 젠더 및 계층 간 불평등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무급노동의 분배가 남녀별로 고착화된 상태에서 변화가 없다면, 그리고 계층화된 현상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우리의 사회정

책 발전 논의에서 그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국가의 사회경제발전을 위해서 젠더 노동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Bubeck, D(1995), Care, Gender and Justice, Oxford: Clarendon Press.

Daly, M. and Lewis, J(2000), The concept of social care and the analysis of contemporary welfare state.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51(2): 281-298.

Gilligan, C(1982), In a Different Voice,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Tronto, J. C(1993), Moral Boundaries: A Political Argument for an Ethic of Care. London: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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