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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8
  • 2018.06.01
  • 79

복지격차와 지방 분권

 

김희연 | 경기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

 

최근 ‘자치와 분권, 지역 간 균형발전’을 핵심가치로 삼은 헌법 개정(안)에 대한 6·13지방선거 동시 국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지역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1991년 지방자치가 30년 만에 부활하고, 1995년 5월 지방자치단체장(광역, 기초)과 지방의회의원(광역, 기초)을 동시에 뽑는 4대 지방선거가 재실시된 이후 일곱 번째 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복지는 여전히 중앙정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의 주체인 주민이 지역에 살고 있음에도 지방의 이해는 복지 이슈에서 배제되기 일쑤였고, 지방“자치”단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입법, 조직, 행정, 재정에 대한 “자치권” 행사가 제한되어 지역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복지의 발전을 이끌어 가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주민들이 복지에서 배제되고 있음에도 자치권의 제한으로 인해 주민의 복지를 보충하지 못하는 지방정부 중 하나가 경기도이다. 중앙정부가 정한 복지대상자 선정 기준은 대부분 소득과 재산인데, 경기도의 토지나 주택의 높은 가격을 고려하지 않아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되고 있고, 중앙정부의 간섭으로 인해 대상자에서 탈락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과 기초연금 두 제도는 대상자 선정에서 소득 뿐 아니라 재산에 대해서도 소득으로 환산하여 대상자 적격여부를 판단하는데, 재산의 가치는 지역별 거주비용을 고려하여 최소 거주비용(기본재산액)을 제외한 후 소득으로 환산한다. 지역별 거주비용을 고려한 기본재산액 공제기준은 거주비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매매나 전·월세가의 기준이 아닌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등 지역 규모를 기준으로 세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 31개 시군 중 28개 시는 중소도시에, 3개 군은 농어촌의 기준을 적용하여 기본재산액을 공제받고 있다. 

 

경기복지재단의 연구1)에 따르면, 실제 전세가액을 반영할 경우 31개 시군 중 16개 시(市)는 6개 광역시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경기도 31개 시군의 평균 전세가는 인천광역시를 제외한 5대 광역시 평균의 129.3% 수준으로 더 높은 상황이다. 이렇게 경기도는 타 도(道)에 비해 거주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도(道)의 기준(중소도시)을 적용받고 있어 다음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급률이 매우 낮다.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률은 서울보다 낮아 전국에서 가장 낮은 상황이다.

 

기초생활보장 중 하나인 주거급여(국토부 이관)의 경우 실 주거비를 고려하여 급지를 서울, 인천/경기, 광역시/세종, 그 외 등 4개로 구분하고 있는데, 인천과 경기는 수도권이라는 공통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부동산 실 매매/전·월세 가격이 유사한 지역 특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정한 기준으로 인한 복지격차의 문제는 경기도 31개 시군 사이에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률이 가장 높은 지역(5.95%)과 가장 낮은 지역(0.76%) 간 7.8배 차이가 나고, 기초연금 수급률도 최고(74.8%)와 최저(36.3%)간 2.1배 차이가 나 복지격차가 심각하다. 이러다 보니 수급에서 제외되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각지대가 8만4천가구에 이른다.2)  

 

대상자에서 제외된 도민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경기도 자체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도를 개정할 때마다 중앙정부(사회보장위원회)에 변경 협의를 요청하고, 승인받는 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해서 격차 완화를 위한 실제적인 노력에 어려움이 있다. 

 

정부의 기준이 경기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제도의 기준과 불일치되고 있어, 지방정부의 대내・외적 형평성 제고를 위해 기본재산액 공제기준 재설정을 보건복지부에 계속해서 건의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공제기준은 보건복지부의 고시(행정규칙)로, 보건복지부의 의지만 있다면 쉽게 변경이 가능함에도 말이다. 중앙정부가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복지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배려를 기대하기보다 복지자치권 즉, ‘복지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복지분권이란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보편적 보장과 함께 거주지역에 따른 특수한 복지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 지역자원의 분배방식을 지역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3) 이같은 개념 정의에 근거하여 볼 때 복지분권은 지방정부가 담당할 특수한 복지 욕구(복지사무)를 정하고, 이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우선, 지방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복지 사무를 정해야 한다. 이는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복지사무에 대한 법적 근거(입법), 수행할 주체(조직), 예산(재정) 등 자치권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기 위함이다. 많은 학자들은 복지사업의 사회적 성격(기본생활보장/일상생활지원/사회기반투자)과 지방의 집행재량에 따라 복지사무를 다음 그림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그림을 보면 지방정부는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사업을 담당하며, 사업의 포괄범위나 복잡성 정도를 기준으로 광역지방정부와 기초지방정부 사무로 구분한다. 보편적 복지와 높은 수준의 지방자치를 시행하고 있는 스웨덴의 경우 광역지방정부(Landsting)는 교통 및 SOC, 보건(대학병원, 1차 진료소)을 담당하고, 기초지방정부(Kommun)는 사회복지서비스, 아동, 장애인, 노인, 상수도, 환경, 학교(유아부터 고등학교까지), 체육, 여가, 주택 등 주민의 일상생활과 좀 더 밀착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복지사무의 배분과 함께 지방정부가 복지사업을 추진할 때 중앙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최근 3년 간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새로운 복지사업을 추진하거나 변경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위원회에 신설변경을 협의한 안건은 187개이고, 이 중 1차에 동의를 얻는 경우는 56.7%에 불과하다. 성남시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의 경우 사회보장신설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경기도를 통해 재의를 요구하였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무효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제소한 상황으로 사회보장신설변경제도의 자치권 제약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지방정부가 주민복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체 복지사무를 구분하는 한편, 복지업무를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신설변경 협의를 명시한 사회보장기본법 제25조를 개정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재정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재정분권은 자치사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국가위임사무를 집행하는 경우 그 비용은 위임하는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앞서 그림에서 본 바와 같이 기초생활보장과 기초연금은 전국적 통일성이 필요하고 지방정부의 재량이 적어 국가가 직접 담당해야 하는 사무이다. 그럼에도 경기도 사회복지 예산 중 기초생활보장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2.4%에 달한다. 신우진 등(2018)4)의 연구에 따르면, 복지예산 중 7개 국가사업(기초연금, 영유아보육료, 가정양육수당, 아동수당,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이 차지하는 비중은 도(道) 77.6%, 시(市) 66.2%, 군(郡) 58.2%로 지방정부가 마련해야 하는 대응지방비 규모가 매우 커서 주민복지를 위한 자체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7개 복지사업의 향후 5년 동안 지방비 부담규모는 연평균 6.3%의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중기지방재정계획 상의 연평균 증가율(2.3%)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여서 지방재정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복지수요의 증가에 따라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복지사무의 재원이 부족한 경우 지방정부가 확보할 수 있도록 과세자주권도 보장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조세부과권을 지방정부에 부여하고 있는데, 기초지방정부(Kommun)는 개인소득세 평균 32%(29%~35%), 법인세 22%를 부과할 수 있다. 이번 헌법 개정안도 지방정부가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방법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과세권이 보장되더라도 세원(稅源)의 충분성 정도에 따라 재정자립에 차이가 발생하므로 부족한 재정을 조정할 수 있는 도(道)의 역할이 중요하다. 2016년 지방재정개혁을 통해 법인지방소득세의 50%를 도세(道稅)로 전환하여 광역지방정부의 재정여력은 더 커졌지만, 도비 분담비율이 10% 미만(국고보조금법 기준은 30%)인 국고보조사업이 많아 기초지방정부에 대한 보충자(subsidiarity)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미흡하다. 광역지방정부가 기초지방정부 간의 재정격차를 완화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재정조정’을 헌법 개정(안)에 포함한 것은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복지 격차를 완화하여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복지분권을 논의하기 위한 상설 기구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 제55조 제3항 및 제97조에 중앙과 지방의 소통강화를 위해 ‘국가자치분권회’를 설치하고,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과 지방행정의 장으로 구성하며, 지방자치와 지역 간 균형발전에 관련되는 중요 정책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자치분권회는 시도지사협의회가 그동안 제2국무회의라는 이름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안으로, ① 주요 정책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역할 분담 ② 지방정부의 행정적·재정적 부담을 가져올 수 있는 법령 제·개정 및 정책 수립·집행 ③ 국고보조사업의 재정분담비율 조정 등 지방재정 및 지방세제에 관한 사항 조정 ④ 중앙행정기관 권한의 지방 이양 등 지방자치 및 복지분권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나, 지방의 이슈들이 아직 활발하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쟁점이 되는 이슈가 없기도 하지만, “모든 문제는 주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자치와 분권의 대명제가 선거이슈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 성공 뒤에는 잘 작동하는 지방분권이 존재한다는 스웨덴 사례를 교훈 삼아 지방분권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대리인을 잘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복지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1) 민효상・우지희(2016). 「경기도의 기초연금 및 기초생활보장 기본재산액 공제기준 변경 방안 연구」, 경기복지재단 단기현안보고서

2) 경기복지재단(2016). 경기도민 복지실태조사 자료

3) 윤홍식・김승연・이주하・남찬섭(2018). “사회복지 지방분권에 대한 비판적 검토: ‘민주적 분권’을 위한 복지분권의 3층 모형”

4) 신우진・이상호・이남형・한재명(2018). “새정부 복지정책 추진에 따른 국가와 지방의 재정부담 전망과 평가”, 2018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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