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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8
  • 2018.07.01
  • 46

UN주거권특별보고관이 한국 시민사회에 남긴 과제

 

홍정훈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UN주거권특별보고관, 한국의 주거권 실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다

레일라니 파르하(Leilani Farha)는 홈리스와 빈곤 문제를 위해 싸워온 캐나다의 명망 높은 활동가다. ‘빈곤없는 캐나다(Canada Without Poverty)’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수십 년간의 활동을 인정받아, 2014년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 to adequate housing, 이하 ‘유엔특보’)으로 임명됐다. 유엔으로부터 국가를 조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그가 2018년 5월 중순, 한국의 주거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방한했다. 

 

유엔특보는 약 열흘간의 공식 일정을 통해 한국의 주거 정책을 총괄하고 집행하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을 면담했다. 그는 시민사회가 주관한 일정도 소화하며 거리홈리스, 쪽방, 고시원, 재건축·재개발 피해지역, 이주민 등 다양한 당사자와 면담했다. 유엔특보는 한국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주거권 실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유엔특보는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뽑아, 한국 정부를 향한 권고 사항1)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홈리스(Homelessness)>

  •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따라 2030년까지 (노숙인 복지법 등에 따른) 홈리스를 예방, 해결, 종식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할 것
  • 고정된 주소지가 없는 모든 사람에게 사회보장급여와 주거급여를 제공할 것
  •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방지하고, 사설경비원들이 홈리스를 대하는 방식이 경찰 부합하도록 할 것

 

<취약계층>

  • 인권보호와 사회보장급여에서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제도는 국제인권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개정할 것
  • 급증하는 이주민의 숫자를 고려하여 ‘유엔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비준할 것
  •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주거급여, 공공임대주택,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일반적으로 제외하는 제도는 ‘유엔 사회권규약’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가능한 빨리 시정할 것
  • 장애인이 가족과 함께 거주하거나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적정주거 및 사회적 지원을 제공할 것

 

<도시 재개발 및 재건축>

  • 재개발 및 재건축과 관련한 정책과 법률 체계를 주거권에 대한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일반논평과 ‘개발로 인한 퇴거와 이주에 관한 기본 원칙과 지침’을 완전히 준수할 수 있도록 개정할 것

 

<주거비 부담과 주거환경>

  • 주거급여의 보장수준을 평균임대료에 상응하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수준으로 향상시킬 것
  • 주민과의 사전 협의를 토대로, 고시원과 쪽방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비닐하우스 등 환경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장기임대주택을 제공할 것

 

<거주의 안정성>

  •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하여 세입자의 거주 안정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할 것
  • 거주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다주택자들의 임대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할 것

 

<부동산 투자자들의 인권에 대한 주의 의무>

  •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은 ‘기업과 인권에 관한 지도원리’에 따른 인권에 대한 주의 의무를 이행하고 이를 투자지침에 반영할 것

 

‘주거권’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한국인에게 유엔특보의 권고안은 다소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 과거 한국 정부는 주거정책을 계획하고 수립할 때, 시민의 주거권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보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는 목적에 훨씬 큰 비중을 두었다. ‘집’은 거주자가 주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소유자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정부는 2018년에 들어서야, 외부 전문가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통해 과거 정부가 ‘빚내서 집사라’라는 정책을 추진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권고안2)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부동산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그보다 더 큰 욕망을 사람들에게 불어넣는 사회적 현상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유난히 주거권이라는 개념이 주거정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부동산 가격의 동향을 보도하는 언론이 ‘폭탄’과 ‘봇물’ 따위의 단어를 도배하는 틈에서 주거권이 그 생명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다. 이에 맞서 시민사회가 오랜 기간 주장했던 ‘집은 상품이 아니라, 주거의 공간’이라는 말을 사람들은 식상하다고 여길 뿐이다. 물론 그 말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똑같은 말을 유엔특보가 여러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꺼냈을 때, 참석자들은 매번 큰 울림을 느꼈다.

 

UN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를 이행하는데 기여한 한국 시민사회의 노력

유엔인권이사회(UN Human Rights Council)는 사람의 시민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권리 등 모든 인권 주제를 다룰 수 있는 특별절차(Special Procedures)를 운영한다. 유엔은 민간 전문가를 각 분야별 특별보고관으로 임명해, 어떠한 국가나 기관으로부터도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특별보고관은 국가를 직접 방문하여 인권 실태를 조사하여 권고안을 발표할 수 있고, 개인의 진정사건을 접수하여 해당 국가에 긴급조치나 성명을 통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유엔인권이사회에 특정한 주제 또는 국가 방문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할 수 있다.

 

한국은 특별보고관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도록 ‘상시초청(standing invitation)’제도를 시행 중이다. 올해 유엔특보의 방한 전에도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2016년) ▲인권과 유해물질(2015년) ▲현대적 인종차별(2014년) ▲인권옹호자(2013년) ▲표현의 자유(2010·1995년) ▲이주민 인권(2006년) 등을 다루는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특히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매우 중요한 시점에 방문해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을 계기로 촉발된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해 한국 정부에게 의미 있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를 통한 결과물은 각국의 시민사회의 인권옹호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되므로, 시민사회는 더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특별보고관과 협력한다. 특히 한국의 주거권을 다루는 시민단체들은 2016년 유엔해비타트III(UN Habitat III: 제3차 주거와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에 관한 유엔회의)에 참가해, 유엔특보에게 한국의 주거권 실태를 직접 전달하며 공식 방문도 먼저 요청했다. 그리고 시민단체들은 유엔특보가 1년 반 만에 한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시민사회보고서3)를 발표했고, 유엔특보가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하는 데 필요한 여러 당사자와의 면담을 주선하여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의 주거권 실태: 가장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는 현실

유엔특보는 한국의 <주거기본법>이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주거권으로 정의한 것이 국제인권기준을 적절히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시민사회는 정부가 주거권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도 않았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 적도 없다는 현실을 전달했다. <주거기본법>은 2015년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가치가 실현되지 않는 제도이며, <대한민국헌법>이 명시한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주거생활이 쾌적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전부다. 정부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가구의 통계조차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그런 비인간적인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을 구제하려는 노력을 보이지도 않았다.

 

유엔특보는 적절한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의 구성 요소인 적절한 주거(adequate housing)의 완전한 실현을 촉진하고, 사회적 약자와 취약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필요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유엔특보는 빽빽한 일정 속에서도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아현동 재건축 지역 ▲공덕역 컨테이너 ▲성북구 주거급여 수급자 ▲서울역 거리홈리스 ▲동자동 쪽방 ▲대연우암공동체 ▲부산 지역 이주민 주거시설 ▲서울역 고시원 ▲홈리스 자활시설 ▲상도동 재개발 지역 등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주거환경을 확인하고, 적절한 주거를 실현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계획은 매우 부실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2018.05.22. 상도동 재개발 지역을 둘러보는 유엔특보> ⓒ주거권실현을위한한국NGO모임

 

유엔특보는 여전히 기존 주거지를 전면 철거하는 방식이 지배적인 한국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거주민들을 강제로 퇴거시킬 수 있는 절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쪽방·고시원 등 빈곤층이 밀집한 주거환경을 직접 둘러보고 참담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고, 그 환경을 개선할 의무가 있는 소유주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현실에 분노했다. 유엔특보는 시내를 이동하는 곳곳에서 발견한 홈리스의 수에 대해서도 탄식했고, 홈리스 당사자와 대화하는 와중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공식 일정 마지막에 발표한 성명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을 수 없었지만, 2019년 3월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할 한국 조사결과를 담은 보고서에는 더 상세한 현실을 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시민사회에게 남은 과제, ‘유엔특보의 방문 이후가 더 중요하다’

유엔특보는 자신이 국제사회에서 활동한 경험에 비추었을 때, 한국은 매우 독특한 국가라고 총평했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모델을 가진 국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관계자의 관점에서 그 말을 풀어보자면, 경제의 풍요로움과 부동산 시장의 규모가 큰 국가 중에 주거정책을 계획하고 수립할 때 고려해야 할 인권기준이 한국 수준에 머물러있는 곳은 없다는 뜻이다.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그마나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인권 의제는 자유권 분야이고, 주거권을 비롯한 사회권 분야는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크게 뒤쳐져 있다. 유엔특보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이제는 주거를 인권의 영역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유엔특보가 한국에서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인 거리홈리스, 이주민, 강제퇴거 피해자, 주거급여 수급자 등의 사람들을 만난 후에 남긴 말은 매우 인상적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을 보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자신이 주거권을 요구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의 말은 당사자들을 나무라는 뜻이 아니다. 정부가 자본의 편에 서서 약자들의 권리를 빼앗았고, 나아가 빈곤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다는 ‘명제’를 학습시킨 한국의 현실을 개탄한 것이다. 그 명제는 빈곤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한국의 세입자는 2년마다 같은 집에 계속 거주할 권리를 위협받지만, 집주인에게 얹어줄 웃돈이 없다면 모두가 그 이상 살 권리가 없다는 것을 학습했다. 집주인이 선의를 제공할 기미가 없다면, 누구나 포기하고 이삿짐을 싼다. 옮길 곳이 없는 가장 취약한 사람만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정주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악다구니를 부려야만 한다.

 

<2018.05.14.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유엔특보> ⓒ주거권실현을위한한국NGO모임

 

유엔특보가 한국을 조사한 활동이 큰 의미를 갖게 된 것은 가장 취약한 당사자를 직접 옹호하는 시민단체들의 역할 덕분이다. 한국 사회가 이제야 가장 취약한 사람의 입장에 공감하기 시작한 건, 어떠한 정치세력도 옹호하지 않는 사람들의 곁에 있었던 소중한 활동가들의 공이다. 물론 대안적 정책을 개발해서 정치권이 수용할만한 의제를 제시하는 것 역시 시민사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분양가격을 제한하거나 전월세 인상률을 제한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사항이 부동산 시장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수준에 머무른 아쉬움이 남는다. 시민사회의 주장으로 정치권이 수용한 주거 의제에서 유엔특보가 강조했던 인권의 관점은 찾아볼 수 없다.

 

쉽게 믿을 수 없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한 평 남짓의 쪽방에서 빗물의 악취에 시달리는 사람, 10년 째 개발이 멈춰있는 폐허 같은 땅에 재개발을 반대하며 살아가는 사람, 공휴일에는 임시시설에서도 쫓겨나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하지만 21세기의 한국 정부는 그들을 과거에만 존재했던 사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치부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유엔특보의 방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다짐을 늘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가 유엔인권이사회의 기구가 내린 권고, 견해, 결정 등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석하면 끝나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유엔인권이사회의 이사국과 의장국을 역임한 한국 정부는 이를 수용하고 이행할 국제적 의무가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정부가 그 의무를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박해야 한다. 주거를 소비의 영역에서 인권의 영역으로 옮겨오고, 한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주거가 실현될 수 있도록.

 


1)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 <End of Mission Statement to Republic of Korea>

http://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23116&LangID=E 

2)  국토교통분야 관생혁신위원회, 2018,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권고안>

3)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 모임, 2018, <2018 한국 주거권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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