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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8
  • 2018.12.03
  • 77

가입 장벽은 높아지고 차별은 강화될 이주민 건강보험 제도 개정안의 문제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입국한 베트남인 A씨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2년을 넘게 일했다. 언제부터인가 쉬어도 늘 피곤한 증상이 계속되었지만 일이 힘들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직장 건강검진을 받았고, 간수치가 높아 재검사를 받은 끝에 C형 간염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 3개월 정도 약물 치료를 하면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건강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에 병가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전염이 우려된다며 A씨를 해고했고 이에 따라 A씨의 취업 비자도 만료되었다. 다행히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특별히 체류가 가능한 기타 비자(G-1)를 발급받았지만, 그 비자로 체류하는 경우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결국 3개월여의 치료기간 동안 700만 원이 넘는 병원비가 나왔고, 이 비용은 주변 친구들의 도움과 지역 이주민 단체의 지원으로 겨우 충당했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중국동포 B씨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눕히고 일으키는 일을 반복하느라 늘 허리가 아프다. 하지만 병원에 가는 게 부담스럽다. 건강보험이 없어 간단한 진료와 물리치료만 받아도 병원비가 엄청나게 나오기 때문이다. 간병협회에 가입해서 일을 소개받고 병원의 지시로 일을 하고 있음에도 간병인은 노동자가 아니고, 그래서 직장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가 없다고 한다. 다른 한국인 간병노동자들은 배우자나 자녀들의 건강보험에 얹혀 있다고 하는데 국내에 가족이 없는 B씨는 그럴 수도 없다. 물론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월급이 일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달 1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니 선뜻 가입하지도 못한다. B씨는 허리 상태가 좀 더 심각해져서 수술이라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면 중국에 가서 수술을 받고 돌아올 생각이다. 대부분의 중국동포 간병인들도 아파서 큰돈이 들어갈 것 같다 싶으면 중국에 다녀온다고 한다.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이름부터 “국민”건강보험인 만큼 원칙적으로 국민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실시되기 시작한 1989년 이전에도 외국인에 대한 특례 조항을 두어, 이주민들에게도 신청에 의한 건강보험 가입을 허용하고 있었으며, 2005년부터는 건강보험 당연적용 사업장에 고용된 이주민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다. 여전히 지역가입은 신청에 의해서만 가능하지만, 내년부터는 지역가입까지 의무화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되고 관련 제도가 정비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차별이 심화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먹튀 논란 일으킨 보건복지부의 발표

지난 6월 7일,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및 재외국민 건강보험 제도 개선으로, 도덕적 해이는 방지하고 내․외국인간 형평성은 높인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이주민의 건강보험 지역가입 제도의 전면적인 개정을 예고했다.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지역가입을 의무화하고, 지금까지 가입을 할 수 없었던 인도적 체류허가자에게도 지역가입을 허용하되, 보험료 산정 기준, 가족관계 확인 절차, 보험료 체납에 대한 처벌 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였다.

장기체류 이주민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가입 가능 체류자격을 확대해 건강보험 적용인구를 늘리겠다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도덕적 해이 방지’, ‘내·외국인간 형평성 제고’, ‘부정수급 시 처벌 강화’ 등 마치 이주민들이 건강보험 제도를 남용하고 있으며 부당하게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을 사용했다. 언론은 앞 다투어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 막는다’, ‘외국인 건강보험 무임승차 이제 그만’ 등 자극적인 제하의 기사를 쏟아내며 그렇지 않아도 확산되고 있던 이주민 혐오 정서를 더욱 부채질했다.

사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개정안의 문제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체류기간 요건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면서 내국인보다 높은 보험료를 부과해야 하는 대상은 늘리고, 동일세대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족의 범위는 축소하면서 가족 관계를 증명하는 절차는 까다롭게 하는 등 이주민의 건강보험 지역가입의 장벽을 오히려 높여 놓았다는데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및 「장기체류 재외국민 및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기준(보건복지부 고시 제2015-138호)」은 외국인등록을 하고 국내에 일정 기간 이상 체류하는 이주민에 대해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직장가입 또는 지역가입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말 기준 장기 합법체류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59.4%에 불과해, 전체 건강보험 가입률인 95.6%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표1). 이주민들의 건강보험 가입률이 낮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표1] 건강보험 가입자 현황(2017년 12월 말)
 

여전히 어려운 건강보험 직장가입

우선, 이주민들은 취업을 하고 있어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건강보험 당연적용 사업장이 아닌 곳에 고용되어 있거나, 당연적용 사업장에서 건강보험 가입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가 비숙련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용허가제 하에서도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사업장에 고용허가를 내주어,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이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숱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사업주에게 고용허가를 발급할 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라는 인권단체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당연적용 사업장의 건강보험 가입여부를 감독하거나 사업주의 가입 거부를 제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에는 건강보험 직장가입률 제고를 위한 대책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을 위한 체류기간 연장으로 길어질 건강보험 공백 기간

직장가입이 어렵다면 지역가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다. 유학이나 결혼을 목적으로 입국한 경우에는 바로 건강보험 지역가입 신청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주민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려면 국내에 최소한 3개월 이상 체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백 기간 동안 건강보험이 없는 외국인은 의료관광객으로 분류되어 의료비에 건강보험수가의 200%에 달하는 외국인수가가 적용된다. 즉 건강보험가입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20이라면 건강보험이 없는 외국인은 100이 아니라 200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표2] A 국립대학병원 수가 산정표(2017년)


이러한 고액의 의료비는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주민 환자들을 몰아넣고 있다. 앞으로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 공백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면, 장기 체류 이주민들의 어려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간 적은 보험료 부담으로 고액진료를 받고 출국한 이주민의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지, 또 그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은 얼마나 되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근거 자료도 제시하지 않은 채 ‘먹튀’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건강보험 지역가입 자격을 얻는데 6개월 이상의 체류기간을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지역가입 건강보험료 차별 규정 유지·강화로 저소득층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 장벽은 여전히 남아

이주민의 지역가입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도 전혀 형평에 맞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인은 국내에 소득·재산이 없거나 파악이 곤란한 경우가 많아 건강보험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부담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외국인 지역가입자 세대에 대해 전년도 지역가입자 평균보험료 이상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치 지금까지는 이주민 지역가입자들이 건강보험료를 적게 납부해온 것처럼 표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금까지도 이주민들은 앞서 언급한 보건복지부 고시 제6조 제2항(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기준)에 따라 소득(임금)이 없거나 파악이 어려운 경우는 무조건 전년도말 지역가입자 세대당 평균보험료(2018년 기준 103,080원) 만큼을 내야 했고, 소득(임금) 파악이 가능한 경우는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정하되 산정된 액수가 평균 보험료 이하이면 평균 보험료를, 평균 이상이면 산정액을 내야 했다. 그렇기에 소득이 낮거나 실직상태에 있는 경우 매달 10만원이 넘는 보험료가 부담되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주민의 소득과 재산을 파악해 공정하게 보험료를 산정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대신, 차별적인 규정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방문동거(F-1), 거주(F-2), 영주(F-5), 결혼이민(F-6) 비자를 소지하고 체류하는 이주민에 대해서는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에게만 동일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된다면 가장 걱정이 되는 이들은 보호자 없이 아동복지기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주아동들이나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으로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이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내국인들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어 의료급여 혜택을 받게 되지만, 이주민들은 수급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본인 부담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 가운데 F-1이나 F-2 비자로 국내에 체류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낮은 보험료를 부과 받아 왔는데, 내년부터 동일기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고액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그렇다고 의무가 된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체납자로 분류되어 체류기간을 연장하지 못하게 될 것이나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피부양자 범위 축소되고 확인절차는 까다로워져  

나아가 이번 개정안으로 이주민 가족의 직장가입 피부양자 등록 또는 지역가입 동일 세대 구성원 인정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지금도 건강보험공단은 이주민이 배우자를 피부양자/동일 세대 구성원으로 등록하는 경우 6개월 이내에 발급받은 혼인증명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자녀의 경우 유전자검사 결과를 요구하기도 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동반비자를 발급받았는데, 이를 통해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때문에 본국에서 가족관계와 관련된 서류를 준비하지 못했거나, 난민 등 이를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이주민들은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정안대로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지역 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해지면 아예 본국에서 가져온 가족관계 증명 서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문서 발행국 외교부의 확인까지 요구하겠다고 하니, 이주민 가족의 피부양자 등록/세대 구성원 인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부모나 형제·자매를 아예 동일 세대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또한 개인 자격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할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체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의 의미 다시 상기해야

보건복지부는 이주민 당사자들과 인권단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10월에는 이주민 건강보험 적용과 관련된 고시의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상태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건강보험 제도의 개정이 공정성과 합리성을 제고해 이주민의 무임승차와 부정수급을 막게 되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실상 내용을 따져보면 사회보험에 대한 몰이해와 이주민에 대한 차별이 반영된 것에 다름 아니다.  

누군가는 수십 년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도 병원 문턱 한 번 안 밟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수년간 고액의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후자의 경우를 건강보험 무임승차로 비난할 수는 없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능력껏 함께 모으고,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보험이기 때문이다. 다만, 가입을 의무화하고 가입자의 기여금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만큼, 형평성과 공정성은 필수 조건이다.

지금까지 건강보험은 이주민들에게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의 제한을 두고, 소득수준에 비해 높은 보험료를 책정함으로써 가입 장벽을 높게 쳐왔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주민에 대한 기존의 비형평과 불공정은 유지·심화하면서, 가입은 의무화하고 제재와 처벌은 강화하는 방안을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개선책으로 내놓았다. 이쯤 되면 더 많은 이주민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지, 건강보험 제도 운영의 문제를 이주민에게 덮어씌우려는 것인지 그 의도가 아리송하다.

 

복지동향 제242호: 2018년 12월 발간

 

편집인의 글

복지동향 제242호 | 김형용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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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4] 청년정책의 경험으로 본 실업부조 도입의 과제 | 김민수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실행위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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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1] 정치하는엄마들의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 경과 | 류하경 정치하는엄마들 소송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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