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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
  • 2019.07.10
  • 563

학대: 피할 수 없는 장애인, 갈 곳 없는 장애인

-장애인학대 대응을 위한 권리옹호 체계-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끝나지 않는 이야기 학대

2011년 광주 인화원이라는 청각장애인 시설과 학교에서 우리가 ‘도가니 사건’이라고 이야기하는 성폭행과 폭행 등 학대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2014년 신안염전에서 장애인들을 섬에 감금하고, 폭행하며 일을 시키는 노동착취 사건이 발생하였다. 끊이지 않는 장애인학대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크게 분노하였고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그 후에도 학대사건들은 계속되었다. 2017년 태백의 특수학교에서 교사가 여학생들을 4년 넘게 성폭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장애학생들이 안전하게 생활해야 할 학교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에 사회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2018년, 연이어서 서울시내 특수학교들의 학대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폭행과 학대행위 등이 있었던 특수학교 3곳은 오랜 시간 나름 특수교육의 주요 교육기관으로 운영되어 온 곳이었다. 장애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서 장애학생을 지원하고 교육해야 할 교사와 사회복무요원이 상습적으로 폭행과 가혹행위, 언어폭행 등으로 학생들을 괴롭혀오고 있었다.

 

이처럼 장애인에 대한 학대사건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쉽게 너무나 많은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거주시설에서 장애인들이 서로 싸우도록 하고 그 영상을 촬영해 돌려보며 욕설과 조롱행위를 하는 괴롭힘 사건, 그리고 거주시설에서 운영하는 농장에서 매일 돈 한 푼 받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장애인들, 이처럼 여전히 장애인거주시설 안에서의 학대상황 역시 바뀌지도 사라지지도 않으며 여러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학대를 피할 수 있는 쉼터가 되어야하는 가정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믿고 의지해야하는 가족 안에서까지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비롯해 경제적 폭력 등 학대상황은 예외 없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결국, 가정, 학교, 시설, 지역사회 등 장애인이 존재하는 모든 공간에서 학대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에게 학대, 차별, 인권침해의 상황은 누구나 다 알지만 알려지지 않는 바뀌지 않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장애인들은 또 다른 신안, 또 다른 시설, 또 다른 학교 등 자기가 머물고 있는 사회 속 어딘가에서 학대와 괴롭힘에서 벗어날 방법을 애타게 찾고 있을 것이다.

 

장애인 학대 왜 끝나지 않는 것일까?

① 장애인의 행동을 이유로 가해자에게 면죄부 주는 형사사법절차

2015년 인천시 옹진군의 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하던 장애인이 피멍이 든 채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두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해당시설에 대해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2014년에 이미 거주인 중 한 명이 재활교사에 의해 사망한 사실 또한 확인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 외에도 일상적인 학대와 괴롭힘의 상황들은 경찰이 압수하여 확인한 CCTV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탄성이 있는 줄을 들고 다니면서 그 줄을 거주인들의 얼굴을 향해 튕기며 겁을 주는 모습과 ‘안전방’이라는 별도의 방을 만들어 거주인들을 그 방에 강제적으로 밀어넣고 나오지 못하도록 폭력적으로 막아서는 행위, 거주인들을 질질 끌고가는 모습, 손바닥이나 주먹으로 얼굴과 배 등을 폭행하는 모습, 목을 잡고 흔들거나 벽으로 강하게 밀치는 모습 등 CCTV 영상에서 장애인을 ‘지원’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 곳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무서운 모습만 가득했다.

 

그리고 2016년 11월 법원(인천지법 형사4단독)은 거주인 2명을 숨지게 한 가해자들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 명은 장애인이 자해를 한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바닥에 엎어 눕힌 뒤 등에 올라타서 체중을 실어 제압하였고 그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는 가슴뼈가 부러져서 사망하였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다수의 장애인들의 얼굴과 배 등을 폭행하고 그 중 폭행을 당한 한 명이 2시간 뒤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하였다. 명백한 폭행으로 인한 사망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판사는 판결문에 “타 장애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동을 저지하거나 자해를 막기 위한 경우 등 제재적 성격으로 의도된 폭력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CCTV에 다수의 폭행 사실이 있지만 습관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는 이상한 판결문을 내놓았다.

 

또한 올해 1월 9일 검찰(서울 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은 서울시내 특수학교에서의 폭행사건으로 검찰에 송치된 12명의 교사 중 8명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하였다. CCTV에서 이 교사들은 학생의 팔다리를 잡고 짐짝처럼 들어서 별도의 방으로 던져놓으며, 빗자루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장애학생을 때리고, 복도에서 학생을 질질 끌고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교사 중 단 한 명도 말리는 사람 없이 모두 함께 쳐다보며 동조하는 모습들이 그대로 화면에 담겨있었다.

 

검찰은 이에 대한 불기소 결정문에서 “장애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한 다른 대안을 사실상 찾기 어려웠던 사정, 장애학생 다수를 지도해야 하는 특수학교의 특수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장애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행위로서 장애학생에 대한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로 보기 어렵다”라고 의견을 밝히고 있다.

 

결국 위와 같은 법원과 검찰의 결정은 이러한 폭행의 원인이 장애인의 행동에 있는 것이며, 가해자는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형법에서의 폭행의 범위는 매우 넓다. 직접적으로 가해를 하는 것 이외에도 위협적인 행동이나 말, 가학적인 행위, 욕설 등을 모두 폭행의 범위 안에 넣고 있다. 그리고 법에 따라 누구나 타인에게 폭행을 가하면 공정한 원칙으로 벌을 받도록 하여 이후에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사법절차에서 장애인에게만 예외를 두고 있다. 장애인이 남들과는 다른 행동을 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맞아도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학대가 일상화되고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공정하지 않은 형사사법절차에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통해 가해자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면서 또다시 똑같은 폭력적인 일상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위의 두 사건이 일어난 공간은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거주공간이고 특수학교이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전문가로서 장애인을 지원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마치 장애인을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사람들처럼 장애인 당사자의 행동에 대해 ‘어쩔 수 없어서 때렸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럼 그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은 결국 무엇이란 말인가?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의 학대행위는 가중처벌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학대는 반복적일 수밖에 없으며 점점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② 장애인은 보호받아야하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편견

신안군의 섬들이 모여있는 염전 지역에 장애인들이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거의 감금되다시피 하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역주민 누구도, 경찰조차도 장애인들이 돈도 못 받고 맞기도 하면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찰이나 지역주민들은 도망가려는 장애인들을 염전 주인에게 돌려보내 주었다.

 

우리가 흔히 노예사건이라고 이야기하는 장애인의 노동력 착취 사건들은 말 그대로 사람을 사고팔던 시절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몇 십 년씩 월급 한 푼 없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경우는 기본이고, 가축축사 옆의 컨테이너 박스와 같은 사람이 살 수 있는지 고민되는 곳에 살면서 기본적인 먹을거리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김치와 밥으로만 끼니를 때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서 같은 서류는 구경도 해보지 못한 채, 그저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조건으로 동네 이장님에 의해서 또는 가족에 의해서 아는 친척에 의해서 본인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 일하는 어딘가로 보내진다.

 

이러한 노동력 착취를 중심으로 하는 학대사건들은 잊을만하면 세상에 알려진다. 그리고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기간이다. 이러한 학대사건은 기본 10년 정도로 아주 장기간 이루어진다. 한 번 일하면 피해자인 장애인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거나 늙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가해자들의 변명이다. 사건 조사를 위해 가해자들 만나면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장애인에게 일을 시킨 것이 아니라 갈 곳이 없어서 돌보아주고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피해자인 장애인에게 월급을 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돈을 다 써버릴까봐 적금도 들고 하면서 자신이 잘 보관하고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세 번째는 외부에 알려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안에서 가해자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지역 안에 자리를 잡고 생활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가해자들의 갈 곳 없는 장애인을 내가 돌보고 있다는 변명은 지역사회 안에 진짜처럼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러면서 지역경찰을 포함한 지역 사람들이 모두 합심하여 장애인이 그곳으로부터 떠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의 학대도 위의 사례와 내용은 다르지만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비장애인 동생과 함께 사는 와상장애인이 있었다. 장애인 당사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동생과 20년 가까이 함께 살았지만, 그동안 한 번도 자신의 통장을 본 적이 없었다. 본인 앞으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 등이 어떻게 입금이 되고 어떻게 쓰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외출을 하고 싶어서 용돈을 좀 달라고 해도 동생이 전혀 돈을 주지 않아서 거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바라보는 동생은 장애를 가진 형을 돌보는 선량한 사람이었다. 장애인 당사자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장애인은 누군가로부터 보호를 받아야하고, 그 과정에서 조금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장애인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은 선량한 사람이라는 사회 깊이 뿌리박혀있는 편견은 위의 두 학대상황에서 장애인들을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큰 올무이다. 그리고 그 보호라는 편견의 테두리에서 노동력 착취도 경제적 착취도 폭력도 모두 허락되고 있으며, 보호를 받는 장애인은 그러한 학대를 감수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결국 학대는 어쩌면 가해자 몇 명이 만드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장애인은 남과 다른 행동 때문에 맞아도 어쩔 수 없고, 보호를 받는 입장이니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도 견뎌내고 참아야한다는 사회 속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장애에 대한 편견들이 결국 모이고 모여 우리 모두 함께 학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장애인학대, 권리옹호체계의 문제점과 대안

매번 언론에서 마치 처음 있는 일처럼 떠들어대는 장애인학대 사건들은 사실은 새롭지도 갑작스럽지도 않은 일이다. 그리고 언론의 이런 호들갑스러움과는 달리, 자극적인 기사에 잠시 관심을 가질 뿐 제대로 된 대책이나 체계에 대한 고민은 소관부처인 복지부에서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사건이 발생하면 그냥 그 사건이 별탈 없이 조용히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국가와 지자체의 태도 속에서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장애인의 현실만 고스란히 남는다.

 

① 장애인학대에 대한 권리옹호 체계

2017년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면서 장애인학대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기관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되었다. 본래 장애계는 계속되는 장애인 학대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권리옹호 체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독립적인 권리옹호 법안의 마련과 시스템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급하게 장애인학대를 법안에 일부 넣으면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라는 권리옹호기관을 설치하였고, 아직은 미비한 법체계 속에서 기관이 설치·운영되게 되었다.

 

현재 지역별 장애인권리옹호 체계는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발달장애인인법상의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장애인차별시정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노동청, 노동위원회 등의 국가기관들, 그리고 경찰이나 법원 등 형사사법기관 등이 있다. 여기에 민간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차별상담전화, 각 장애유형별 상담센터들이 장애인의 권리옹호를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렇게 많은 권익옹호기관이 한 지자체 안에 있다면 그곳에서 장애인의 차별이나 인권침해 학대 사건 등은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게 지원되어 해결되어야 하며 그만큼 문제 발생도 적어져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장애인 당사자가 어려움을 만났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실제로 제대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물론 지역에 따라서 권리옹호기관의 설치 여부가 다른 것도 명백하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권리옹호기관의 숫자의 문제는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하게 기관들이 생겨날 때마다 각 기관들은 이전기관과의 업무 중첩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작 장애인 당사자는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이야기를 한다.

 

현재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중심으로 권리옹호 체계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권리옹호 활동 경험이 있는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권리옹호를 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기관들의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적절한 인원을 찾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기관간의 연계 부족으로 지역별 유기적인 권리옹호 체계 확립이 어렵다. 권리옹호 활동에 업무 중첩은 있을 수 없다. 장애인의 권리옹호를 위해서 모든 지역 내 기관은 최대한 협조하고 논의하여 최대한 함께 하여야만 지역 안에 장애인의 문제를 체계적이고 유기적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 많은 기관들이 눈에 보이는 실적 때문에 함께 해결해가야 할 문제를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각자 기관별 특징과 역할에 대한 규정을 함께 논의하면서 업무 중첩을 고민하기 전에 업무 협조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각 기관들의 관료적인 기관운영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위탁의 형태로 운영되는 기관의 경우에도 위탁운영의 장점인 민간의 역동성을 살리기 보다는 행정청의 위탁기관이라는 부분에 더 비중을 두고 마치 준공무원과 같이 매우 소극적인 운영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많은 당사자들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해야 하는 역할과 업무에 비해 예산이 부족하여 인력이 지속적으로 부족한 상황은 제대로 된 기관의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③ 장애인의 학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우리가 바꾸어야할까?

첫째, 위와 같은 학대사건들에서의 가장 큰 고민은 이러한 사건을 우리가 알기까지의 과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숨겨진 상황들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결국 지역사회 장애인의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곳은 지역의 행정청과 경찰이다. 권익옹호기관과 같은 기관들이 있다 해도 읍면동 주민센터와 지역경찰처럼 지역의 상황과 그 안에 장애인의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의 권리옹호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체계는 결국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가장 작은 단위의 행정청과 경찰서가 그 역할을 하도록 해야만 한다.

 

둘째, 이러한 작은 단위의 행정기관과 경찰관서에서 사건이 파악되면 이후의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를 고려한 대응과 지원을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지역별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장애인인권센터 등은 공공에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체계를 위탁이나 공공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 곳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관의 수가 몇 년 사이 늘어나면서 관련한 지원체계도 수적으로는 확대되었지만 실제로 전체적인 체계는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자의 전달체계를 통해 산발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한 사건에서 필요한 지원을 확인하고 각각의 기관이 각자가 해야 할 역할을 잘 분담해서 전체 체계가 유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의 인지의 어려움을 이용한 노동력 착취와 학대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하는 형법 체계에 일괄적으로 장애인을 맞추는 식의 형사사법절차의 판단으로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장애가 고려되는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관련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선 가장 처음 장애인은 어려움을 만나도 갈 곳이 없다. 기존의 여성쉼터, 한부모쉼터, 학대쉼터, 경찰이 운영하는 쉼터 모두다 장애인이 찾아가면 받아주려 하지 않는다. 그 쉼터들안에 장애인에 대한 고민은 어느 곳에도 없다. 그래서 결국 장애인은 학대를 당해도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다시 시설로 돌아간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

 

 

피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장애인거주시설로 쉽게 입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상황에 대응할 동안 쉴 곳이 필요하다. 다음을 준비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것을 고민해야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지 않으면, 우리는 매일 언론을 통해 새로운 피해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70년 전 만들어진 기본적인 세계인권선언문의 인권조차,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보장되기 어려운 장애인의 삶을 이제는 어떻게든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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