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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9
  • 2019.08.01
  • 735

덜 내고 덜 받는 복지체제의 유산과 쟁점

 

김도균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장

 

한국 사회는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덜 내고 덜 받는 복지체제를 유지해왔다. 비록 최근 들어 더 내고 더 받는 복지체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복지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반은 미약하기만 하다. 그러므로 앞으로 복지체제의 전환을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덜 내고 덜 받는 복지체제의 길을 거쳐 오게 되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소득세 감면이 복지국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소득세 정책을 중심을 덜 내고 덜 받는 복지체제의 형성 과정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 티트머스(R. Titmuss)의 재정복지 개념에 대한 검토에서부터 시작해보고자 한다.

 

재정복지(fiscal welfare)란 무엇인가?

복지국가 연구를 대표하는 티트머스는 사회복지, 기업복지와 함께 재정복지를 복지분업구조(social division of welfare)의 핵심요소로 강조한 바 있다. 재정복지란 부양가족 등을 고려하여 소득세 납세자에게 제공하는 세금감면 혜택을 말한다. 누진적 소득세 체계에서 부양가족 등을 고려하여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이 실제로 현금수당을 지급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갖기 때문에 재정복지로 불린다(Titmuss, 1976: 44-45).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연말정산 등을 통해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 것이 재정복지의 대표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복지는 조세지출 개념과 혼동되어 한국 복지국가 연구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김도균, 2013). 조세지출은 각종 세금혜택으로 인한 세수의 손실을 파악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으로 ‘특정한 조세체계를 지표 또는 규준으로 하고 조세체계가 이 규준으로부터 벗어나는 부분’을 말한다(임주영, 1997: 19).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조세지출의 포괄범위와 재정복지의 포괄범위가 일부 중복되긴 하지만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조세지출과 재정복지 간의 중요한 차이점은 지원대상의 특정성 여부이다. 만약 조세혜택이 특정 집단, 특정 활동에만 국한된다면 이는 조세지출로 간주된다. 반면 재정복지란 사회정책적 목적으로 제공하는 세금혜택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여기에서는 세제혜택의 특정성 여부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부양가족공제나 배우자공제 같이 사회정책적 목적으로 세금감면이 이루어지더라도 이것이 특정 집단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이상 이것은 조세지출로 파악되지 않는다(김도균, 2013).

 

우리나라의 관대한 소득세 감면 혜택이 국제적인 비교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조세지출과 재정복지 개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감면 혜택은 특정 집단이나 특정 활동에 표적화된 혜택이 아니다. 소득세 감면혜택의 대표적인 형태인 근로소득공제는 근로소득자 모두에게 적용되며, 인적공제는 근로소득자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에게까지 모두 적용되는 제도이다. 그러므로 특정 집단이나 특정 활동에 표적화된 세금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조세지출로 소득세 감면 혜택을 파악할 경우 그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조세지출과 재정복지 간의 개념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덜 내고 덜 받는 복지체제의 형성 과정

일반적으로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은 실업, 질병, 고령 등에 대응한 사회보장제도의 발전과 궤적을 같이 한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 국가는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실업의 위험이 낮았고, 젊은 인구로 인해 고령에 따른 노후소득보장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산업화 시기 한국 복지제도가 실업이나 연금보다 교육이나 의료 중심으로 발전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후발 국가의 급속한 산업화는 서구와는 상이한 사회적 위험을 초래하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저임금 체제하에서 경제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실질임금 하락의 위험을 초래하고, 급속한 도시화는 심각한 주거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양하겠지만, 한국의 경우 산업화 시기 실질임금 하락에 대응하는 주된 방식은 소득세 감면이었다. 1970년대 초반 오일쇼크 직후 대폭적인 소득세 감면 조치가 취해진 것이 대표적이다. 오일쇼크와 급격한 물가인상에 대응해 유신정부는 인적공제와 함께 근로소득공제, 특별공제 등을 통해 소득세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생계비를 보장하고자 했다. 당시 소득세 감면으로 소득세 납세자의 85% 정도가 세금을 감면받았다.

 

산업화 시기 소득세 감면을 둘러싼 논의 과정을 보면 각종 공제혜택을 통한 생계비 보장과 생활안정이 복지국가의 공백을 메우는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은 1970년대 국회 회의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소득세 감면 논의들을 발췌한 것인데, 당시 회의록을 보면 소득세 감면이 최소한의 소득보장을 위해서 얼마나 중요했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적어도 이 기초공제액을 결정하려면 정부가 적어도 국민들의 생계비는 보장해 주는 그런 기초공제액으로 결정해야 된다는 것 하나 또 하나는 사회보장제도가 우리나라에는 잘 안되고 있는 실정 또 이것이 앞으로도 확충될 가망이 없는 실정 아래에서는 최소한도 의료비공제만은 당연히 있어야 된다.”(1974년 제90회 재무위원회 회의록 12호)

 

“5인 가족 평균가계비가 교육비 의료비 다 합쳐서 10만 원이 안 된다고 하면 이것은 거짓말이예요 ... 세금을 많이 물리는 나라에 있어서는 사회보장제도가 완비되어 있어요.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는 너무나 형편없습니다... 이러한 실정 하에서 각자가 아플 때에는 다 책임을 져야 하고 각자가 교육을 다 맡아야 되는 이러한 실정 하에서 이 10만원을 너무 많다 이렇게 애기하는 것은 너무나 어불성설이다.”(1975년 제94회 재무위원회 회의록 8호)

 

박근혜 정부 때의 연말정산을 둘러싼 논란이 불과 몇 년 전이지만 사실 소득공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미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 위에 발췌한 내용들은 유신권위주의 하에서 정치과정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소득세 감면이 사회정책적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안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유신체제라고 해도 국가복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조세정책이 최소한도의 소득보전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고서는 사회안정이 유지되기 어려웠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1970년대에 복지국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도화되기 시작한 소득세 감면제도들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1974년 대폭적으로 소득세 감면 조치가 시행된 이후 소득세 감면은 1970년대는 물론 민주화와 세계화를 거치면서 지금까지도 중요한 소득보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민주화 이행기에 이러한 경로와 단절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1980년대 초반 반(反)인플레이션 정책과 노동자 대투쟁 이후 임금상승으로 실질임금이 상승하게 되면서 1970년대식의 소득세 감면 정책의 중요성은 줄어들었다. 게다가 민주화를 계기로 복지와 분배에 대한 요구가 사회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러므로 당시 사회적 합의만 있었다면 1970년대식의 소득세 감면을 통한 소득보전이 아니라 증세를 통한 소득보장으로의 전환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민주화와 노동자 대투쟁 이후 고부담 조세체제로의 전환에 실패했다. 무엇보다도 조세부담의 형평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데 실패했다. 급속한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은 재벌 대기업들과 자본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받은 부유층에 대한 과세가 먼저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종합과세와 같은 제도 개혁이 선결되어야 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금융실명제 실시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증세를 위한 사회적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결과적으로 실질 임금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저임금 체제하에서 소득보전수단으로 활용되었던 소득세 감면 정책은 지속되었다. 오히려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근로소득 소득공제 외에 근로소득 세액공제 같은 혜택이 추가되는 등 대규모 소득세 감면이 추진되었다. 결국 한국 사회는 민주화라는 중요한 계기에도 불구하고 저임금 체제에서는 벗어나게 되었지만, 저부담 조세체제에서 벗어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 실패로 인해 복지국가 발전에도 제약이 발생했음은 물론이다.

 

소득공제를 통한 재정복지는 근로자의 소득을 보장하는 여러 수단들 중 하나일 뿐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그러므로 근로자의 생계비나 필요경비 등이 상승하더라도 이를 국가가 소득세 경감 조치가 아니라 공적이전 지출을 통해 보장해 줄 수도 있다. 실제로 서구 선진국의 복지국가들은 근로자들의 소득보장을 위해 저소득층을 과세대상에서 배제시키는 대신, 적극적인 소득보장 정책들을 통해 생계비를 지원해 왔다. 북유럽의 보편주의적 복지국가의 경우에는 관대한 사회보장제도가 존재하는 반면, 조세부담 수준이 매우 높고, 인적공제 등 사회정책적 성격의 소득공제 혜택 또한 거의 없는데, 이것은 소득공제 즉 재정복지와 공적 소득보장이 대체관계에 놓여 있음을 잘 보여준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산업화 이후 줄곧 근로자의 복지 향상과 생계비 보장, 그리고 국민생활의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소득공제 수준을 대폭 증가시켜 왔다. 한국 사회가 이러한 경로를 형성하게 된 일차적인 이유는 국가가 복지지출을 극도로 억제하면서 가용자원을 모두 산업화를 위해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지국가의 공백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소득세 감면을 소득보전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민주화를 계기로 이러한 경로에서 단절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조세형평성 문제와 증세에 대한 합의 실패로 인해 소득세 감면을 통해 재정복지가 공적인 소득보장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덜 내고 덜 받는 복지체제가 재생산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덜 내고 덜 받는 복지체제의 문제점

복지국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소득세 감면을 통해 소득을 보전하는 것이 불가피했을지는 몰라도 이러한 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하게 되었다. 우선 누진적 소득세 체계 하에서는 소득공제의 혜택이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는 문제가 있다. 이렇게 조세감면의 역진성을 갖기 때문에 재정복지는 불평등과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조세부담을 낮추어서 일정 정도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가계가 부담하는 조세부담 수준은 낮을지 몰라도 개별적으로 사회적 위험에 대처해야 했기 때문에 결코 가계의 부담이 적었다고 하기 힘들다.

 

<그림3-1>은 OECD 국가들의 공적보험료와 사적보험료 부담을 비교한 것이다. GDP 대비 민간보험 납부액 규모가 한국이 11.8%로 가장 큰 것을 알 수 있다. 핀란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한국의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총 32개국 중 5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적 보험료와 사적 보험료 부담 규모가 국제적 기준으로 봤을 때 매우 대조적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적 보험료 및 조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민간복지 구입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조세부담률과 사적보험료 부담 비중을 종합할 경우 한국은 OECD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OECD 국가의 조세부담률과 사적보험료 부담 평균은 40%인 반면, 우리의 경우는 37.8%에 달한다. 공사혼합(public-private mix)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사회는 평균 정도의 지출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상당한 비중을 사적 보험료로 지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3-1> 조세부담과 사적보험료 부담 국가간 비교(OECD)

 

에스핑-안데르센도 지적하듯이 공적 복지의 비중이 크건 작건, 그래서 복지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크건 작건, 가정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각각의 가구가 삶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지출하는 공적복지 비용과 민간복지 비용의 총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복지국가의 역할이 매우 작은 미국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조세부담이 작지만 대신 주거·교육뿐만 아니라 질병·사고, 노후준비까지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시장복지를 구입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스웨덴의 경우는 대부분의 가구들이 상당한 규모의 조세부담을 지지만 대신 시장복지를 구입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할 필요는 없다. 결국 복지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조세규모나 시장복지를 구입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나 가정경제의 입장에서 보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복지의 민영화 혹은 시장화는 사회 전체적으로 복지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복지비용을 각 개개인에게 전가시키는 효과만이 있을 뿐이다(Esping-Andersen, 1999).

 

한국은 민간 복지를 중심으로 한 사적 보장체제를 유지해 왔고, 이런 점에서 미국과 매우 유사한 특징을 공유한다. 물론 건강보험 등과 같이 구체적인 정책 영역에서는 미국과 한국은 상당히 다르다. 하지만 전체로서의 복지체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미국처럼 세금이나 공적 보험료 부담은 작지만, 시장복지나 주거·교육 관련해서 지출하는 복지 관련 지출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동일한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공적 복지를 통해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것과 민간 복지를 통해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것은 그 효과가 매우 다르다. 공적 복지가 잘 갖추어져 있다면 민간 복지를 구매할 여력이 없는 저소득계층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민간 복지를 통해 각자 알아서 사회적 위험에 대응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민간 복지를 구매할 여력이 안 되는 저소득계층은 사회적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사적 보장체제가 사회적 위험과 시장변동에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가 이와 관련된다. 한국 사회는 그동안 국가의 복지지출 규모가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평등한 사회를 이룩한 국가로 주목을 받았다. 급속한 경제성장의 결과 상당수 사회구성원들이 민간 복지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률이 하락하고 실업이나 불안정 고용 등이 증가하면서 민간 복지를 구매할 여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불평등과 빈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은 이러한 문제를 잘 보여준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그동안 어느 정도 작동해오던 사적 보장체제가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더 이상 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덜 내고 덜 받는 복지체제에서 벗어나기 

앞으로 복지지출은 지속적으로,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므로 증세는 불가피하다. 일본의 경험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일본은 제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가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일본과 같은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향후 조세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증세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이슈도 없을 것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은 조세부담률이 매우 낮은 나라에 속하지만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도는 그렇지 않다. 객관적으로는 조세부담률이 낮지만 사람들이 조세부담이 과하다고 느끼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낸 만큼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고(복지체감도 문제),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국가신뢰·투명성 문제), 고소득자들과 재벌들이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조세형평성 문제), 납세여력이 안 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납세 여력 문제). 아마도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지 않고서 증세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므로 증세를 어렵게 하는 이유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적으로 정책을 실행해서는 안 된다. 조세형평성이 문제라면 선(先)자본과세-후(後)노동과세라는 시간표를 마련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할 것이다. 납세여력이 문제라면 주거관련, 교육관련 고비용사회 구조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복지체감도가 낮아 증세가 어려운 것이라면 선(先)복지확대-후(後)증세라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느 경우이든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유지되어 왔던 덜 내고 덜 받는 복지체제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사회적 협약을 이끌어내야 할 시기이다. 

 


참고문헌

김도균. 2013. “한국의 재정복지와 ‘근로소득세 면세점 제도’에 관한 연구” 사회보장연구. 29(4).55-79.

임주영, 1997, 『조세지출예산제도의 도입에 관한 연구』, 서울: 한국조세연구원.

Esping-Andersen, G. 1999. Social Foundations of Post-Industrial Economies. Oxford: Oxford Universy Press.

Swiss Re. 2018. “World insurance in 2017: solid, but mature life markets weigh on growth”. Swiss Re Institute.

Titmuss, Richard M. 1976. Essays on 'The Welfare State' Third Edition. London: Allen & Unwin.

Steinmo, Sven. 2010. The evolution of modern states : Sweden, Japan, and the United State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 조세지출과 재정복지의 또 다른 차이점은 조세지출은 사회복지 목적의 세금혜택으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의상 사회복지 목적이건 산업지원 목적이건 특정 집단 혹은 특정 활동에 세금혜택이 돌아갈 경우 이것은 모두 조세지출로 파악된다. 반면 재정복지는 사회정책적 목적의 조세혜택으로 한정된다. 이런 이유로 복지국가 논의에서 조세지출은 사회정책적 목적의 조세지출로만 한정된다. 

 

2) 북유럽 복지국가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소득계층이 조세부담을 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Steinmo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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