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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칼럼
  • 2019.09.06
  • 807

21세기 대한민국의 어두운 자화상

 

백종만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찾아가는 복지’가 등장했다, ‘동네복지’다 하여 여러 가지 처방들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나왔다.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의 수가 증가하였고, 동네 수준의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신설하는 등 매우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런 모든 사업들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독려되고 추진되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주도하여 추진한 이런 정책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따라 갔다. 정책 입안을 한 학자들과 정책을 실천하는 정책 당국은 이런 정책과 제도들이 사각지대 발굴에 성공적이고, 가난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그들이 살던 지역에서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지역사회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임대주택에서 발견된 탈북주민인 40대 여성 한 씨와 그녀의 6세 아들의 주검을 목도하면서, 사회복지 공무원 수의 증원을 통한 일선 전달체계의 강화와 정부가 사회 공학적으로 주도하는 지역공동체 강화라는 접근이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통한 빈곤 대응책으로는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 공무원 수 증원,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수용하고 있는 지역공동체 활성화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이런 불행한 상황이 해마다 거의 반복적으로 계속하여 발생하고 있는 연유는 무엇일까?

 

언론에서는 복지사각지대를 유발하는 핵심 문제로 ‘부양의무자 기준’의 존속과 복지인력 증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선 복지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 있음·미약·없음을 선별하는 과정 자체에 행정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있으며,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복지행정이 이를 조장한다거나, 공무원은 법·제도 밖에서 일 할 수가 없으므로 일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대폭 확대 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을 전하고 있다. 또한 지역공동체 형성과 같은 연결망 구축 사업이 관 주도로 사업의 성과 측면에서만 추진되고 있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필자도 이러한 언론의 지적에 일부 동의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가와 사회가 빈곤을 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빈곤의 원인이 개인이나 가족이 아닌 국가와 사회 전체의 정치·경제의 제도적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국가와 사회가 인정하는데서,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 봉천동 탈북 주민인 한 씨 모자 사망 사건과 같은 복지사각지대의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일선 복지공무원 수를 지금 보다 배로 늘이고, 공무원들의 재량권을 지금보다 확대하여도, 지역공동체를 구축하여 숨어 있는 빈곤대상자를 발견하여도, 우리나라의 정책 당국이 수급자의 극한적인 상황을 개인과 그 가족의 책임으로 보는 전 근대적인 빈곤관과 빈곤 정책의 기조를 벗어나지 않는 한 일선 공무원들의 제도와 법 그리고 상위 정책 당국의 빈곤 관과 빈곤 정책의 제도적 방향에 예속되어 그들의 재량권을 빈자들을 비난하고 빈자들을 조롱하는 방향으로 행사할 것이다.

 

 

5년 전의 송파 세 모녀는 국가나 이웃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도 하지 않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언론의 논조는 죽음을 애도하면서 이들이 남에게 의존하지 않으려는 자립심과 자존심이 강하여 밀린 방세를 집 주인에게 남기고 생을 마감하였다고 보도함으로써, 은근히 많은 기초생활 수급 신청자들을 자립정신이 부족하거나 자존심이 결여된 사람들로 보는 우리 시민들과 정책당국의 인식을 잘 보여 주었다. 21세기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을 자랑하기에 앞서서, 경제대국, 경제선진국의 그늘에서 싸늘하게 누워 죽음을 맞이한 탈북 주민 한 씨와 그의 어린 아들의 주검과 송파 세 모녀의 주검이 우리 대한민국의 민낯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송구하고 부끄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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