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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6.03
  • 1139

홈리스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실태와 제도 개선 제안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자칭 ‘서울역 김씨’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에 대해 두 번씩이나 전화를 걸어와 하소연했다. 60대 초로의 그는 ‘17살 때부터 노숙을 했다’는 것을 대표 이력으로 본인을 소개했다. 그리고 이 이력은 그가 평생을 불안정하게 부유하는 삶을 살았을 거라 추측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지난 3월,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청 민원실을 방문했다. ‘노숙인’ 신분이고, 이 신분을 오래 유지한 탓에 ‘거주불명등록자’이기도 해서 불안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의 ‘「코로나19 국가재난 위기 극복을 위한」 서울시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업무매뉴얼’은 ‘노숙’이나 ‘거주불명등록’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김 씨는 서울시로부터 ‘거주불명등록자에 대해서는 결론이 안 났다’는 설명을 듣는 것으로 그쳐야 했다. 포기했다. 5월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준다는 소식을 듣고 희망을 걸었다. 구청에 전화하니 ‘거주불명등록자는 안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전 국민인데 거주불명등록자를 빼놓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동 주민센터를 찾았더니 ‘거주불명등록자에 대한 지침이 안 내려와서 모르겠다. 하지만 신청하려면 신청은 해 보라’고 했다. 그는 안 될 일이라고 단념했고, 신청을 포기했다. 서울시와 정부의 재난지원금 정책 모두 그에게 실망과 허탈함을 주었을 뿐 어떠한 경제적 도움도 되지 않았다.

 

이런 사례는 활동을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김 씨처럼 적극적으로 재난지원금 수령을 위해 노력한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은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대상이 아닐 것이라 예단하거나, 신청을 포기한 경우였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등 네 단체들은 이와 같이 홈리스 상태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홈리스에 대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실태에 관한 설문’을 진행하였다. 설문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신청이 개시되는 5월 11일 직전 주말을 기해 진행되었다. 각 지자체 차원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정책이 홈리스들의 입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서,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정책이 같은 문제를 답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본 글을 통해 설문조사 결과와 이를 토대로 한 홈리스에 대한 재난지원금 정책 개선 요구를 전하고자 한다.

 

설문조사 결과 

1) 응답자 기본사항

조사는 서울역, 영등포, 용산 등 주요 거리노숙지역에서 머무는 홈리스를 대상으로, 거리홈리스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에 의해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총 103명을 조사하였고, 102명에 대한 결과를 분석하였다. 응답자의 대부분인 96명이 거리노숙 상태였고, 그 외는 쪽방(3명), 고시원(2명), 임대주택(1명)에 거주하고 있었다. 본 설문은 전 국민 대상 지급방식인 신청에 따른 지급절차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비 신청 일괄 현금지급 대상이었던 ‘취약계층: 생계급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자’는 조사에서 제외하였다. 응답자는 50대 〉 60대 〉 40대 순으로 분포하였는데 이는 근래의 거리홈리스 실태조사 결과와 유사하며, 평균연령은 53세였다.

 

2) 주민등록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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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의 약 40%가 부산, 전남, 제주 등 서울 이외의 다양한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었다. 31.3%는 거주불명등록 상태였고, 가족관계 미등록 된 이도 1명 확인되었다. 즉, 재난지원금 신청·지급 관할을 주민등록지로만 국한할 경우 상당수가 교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절반 가량이 거주불명등록이고, 신분증 분실 등 본인확인 수단이 없어 신원 확인을 위해서는 지문 정보 내지 노숙인시설 이용자 등록 확인 등 추가적 수단이 필요한 상태였다. 이런 어려움을 반영하듯, 거주불명등록자들은(32명) 신분증 소지 여부와 무관하게 지자체 재난지원금을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 지자체 재난지원금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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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재난지원금 관련한 정보를 주로 어디에서 얻는 지 물어본 결과 대부분 언론을 통해 접했고, 그 다음으로 홈리스 동료를 통해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인시설이나 동 주민센터 같은 행정이나 사회복지전달체계를 통해 정보를 접한 경우는 8%에 불과했다. 설문 문항으로 구성하지 않았지만 설문과정에서 노숙인 지원기관이나 행정기관을 통해 ‘거주불명등록자는 신청할 수 없다’고 안내 받은 사례가 일부 확인되었다. 이는 사실과 다른데, 서울시는 ‘주거가 없거나 거주불명등록이 되어 있어도 지원 가능’하다고 본 단체의 질의에 답한 바 있다(2020.04.07., 서울시 지역돌봄복지과). 설문 조사지역이 종합지원센터와 일시보호시설과 같은 노숙인시설이 설치되었거나 거리 상담이 이뤄지는 주요 노숙 장소였음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결과는 지원체계의 경직성을 심각히 드러낸다 할 것이다. 또한 언론을 통한 정보접근은 일반적이거나 서울 편향이란 점에서 서울 외 지역을 주민등록지로 한 홈리스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 조사대상자의 대부분인 77.5%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는데 주소지가 멀거나 신청 방법을 몰라서, 거주불명등록자여서 등 다양한 사유가 고르게 분포했다. 전체 응답자 중 재난지원금을 실제로 수령한 비율은 11.8%(102명 중 12명)에 불과했다.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시 이와 같은 사유들이 또 다시 신청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지 않도록, 행정과 노숙인 지원체계에서 정보 전달과 신청통로로서의 기능을 수행해야 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4) 경제적 조건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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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대상자 중 아무런 수입도 없는 이가 전체의 77.5%로 대다수였고, 수입이 있는 경우도 제일 많은 비율은 일용직이었다. 서울시나 정부의 공공일자리(특별자활근로, 노숙인일자리갖기, 공공근로) 참여 비율은 6%에 불과하였다. 일을 하더라도 월수입은 평균 56만원으로 기초보장 생계급여 수준에 불과하여 일을 통해 생계, 주거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수입이 없거나 미미한 홈리스들의 이런 상황은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의 필요에 대한 강조라 해석 될 수 있다.

 

신용카드(체크카드 포함)를 사용할 수 있는 이는 24.5%로 낮게 나타났고, 통장 사용이 가능한 이 역시 34.3%에 지나지 않았다. 기존 조사에 따르면 거리 홈리스의 71.3%가 부채가 있거나(2019,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전국 ‘노숙인 등’(거리, 생활시설, 쪽방 거주)의 77.1%가 금융채무 불이행자(2016, 보건복지부)인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고려할 때 응답자들은 부채로 인한 지급정지 내지 압류에 대한 염려로 거래와 지불수단 사용의 제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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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여러 실태조사 결과와 유사하게 현재 응답자에게 가장 필요한 지출은 주거비(50%), 그 다음으로는 식비(20.6%)로 나타났다. 그런데 주거비는 대부분 현금으로 지불되는 특성이 있어, 현행 카드나 상품권 같은 지불수단으로는 홈리스들에게 재난지원금이 전달되더라도 ‘주거’라는 주 필요는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홈리스의 현실을 고려해야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이 위 설문에서 드러난 홈리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자체 재난지원금 정책의 한계를 답습한다면 여전히 가장 가난한 홈리스들을 배제하는 우를 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홈리스행동 등 단체들은 아래 세 가지 개선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였다.

 

첫째, 실 거주지 중심, 찾아가는 신청을 통해 신청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 홈리스들은 거소와 주민등록지의 불일치, 신분증 미 보유, 거주불명등록 등의 신청 장벽을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 신청은 공인인증서 같은 접근 매체의 문제로 더더욱 어렵다. 따라서 종합지원센터·일시보호시설 같은 노숙인 시설을 거점으로 지자체 공무원이 현장 접수를 받도록 해 접근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 이미 정부는 거동이 불편한 독거·고령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신청’을 하기로 한 바 있다. 이 대상을 홈리스에게까지 확장하면 될 일이다.

 

둘째, 홈리스를 별도 가구로 인정, 지원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주민등록 세대를 기준으로 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 개념을 적용한 가구의 세대주가 신청하여 지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가족과 단절됐지만 건강보험 상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있는 홈리스, 시설 이용경험이 없는 가정폭력 피해자와 18세 미만의 청소년 홈리스 등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찾아가는 신청’을 통해 이의신청을 병행하도록 해 가구 단위 지급이 갖는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셋째, 홈리스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현금지급을 실시해야 한다. 현행 재난지원금 지불 수단(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은 주거비용 등 홈리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 정부는 이미 지난 5월 4일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자에게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상 제약이 없도록 범용성 높은 수단을 제공한 것인데,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홈리스에 대한 지급수단 역시 동일하게 해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전체 가구의 84.3%가 재난지원금을 신청했다며 그 속도를 자랑하고 매일 마다 신청·지급 현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요구에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 거주불명등록자의 경우 신청 관할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전체 가구의 99%가 재난지원금을 받더라도 홈리스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머물 수밖에 없다. 가장 가난한 이들이, 가난하다는 그 이유만으로 생긴 장벽에 가로막혀 배제되는 형국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속도에 몰두한 나머지 사람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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