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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10.01
  • 147

코로나19시대 공적 연금의 역할은?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

  

국민연금은 왜 애물단지가 되었을까

국민연금은 공적으로 모든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자는 목표 아래 1988년 도입되었다. 경제활동 기간 동안 소득의 일정 부분을 보험료로 납부하고, 이후 노인이 되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일정 급여를 받으며 노후소득을 보장받는 제도다. 취지대로 운영된다면 우리의 노후를 지켜주는 좋은 제도가 되련만, 왜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리게 된 것일까.

 

먼저, 모든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한다는 목표 자체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실을 보자. 국민연금공단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연금월액은 52만 3천원이다.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이와 같이 적절한 연금 급여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규모도 큰 편이다. 2020년 4월 기준 사업장의 보험료 체납액은 2.4조원을 넘는다. 노동자의 경우 원천징수 되기에 매달 보험료를 자동으로 납부하게 되지만, 사업장이 체납을 하는 경우 가입기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사용자의 귀책임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가입자가 입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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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납부예외자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코로나로 인해 소득이 줄어든 경우, 납부예외 인정범위를 확대하였는데, 이 기간에 납부예외를 신청한 국민은 전년도 10만 1200명에서 22만 4983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처럼 현존하는 사각지대와 사회적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는 현재의 위험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노후의 위험, 그리고 국민연금의 위험으로 확산될 것이다.1)

 

이뿐만이 아니다. 각종 경제사회지표의 악화로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에 대한 공포마케팅이 힘을 더하고 있다. 기금 소진 시기가 2056년으로 앞당겨졌다는 발표가 있자, 일부 전문가들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면 하루 빨리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 주장의 근거는 노인인구는 증가하고 노동인구는 감소하는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늘어나는 연금 수급자들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노후 대비의 위기

코로나가 확산된 이후, 국민연금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더 목소리를 높이고있다. 코로나로 인해 고용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29세 청년층 고용률은 하락하였으며 실업률은 증가하였다. 취업자는 전년 동월대비 27만 4천명이 감소하였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청년을 비롯한 수많은 경제활동연령인구가 실업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 실업상태에 머물게 되면 가입기간에 연동된 국민연금의 특성상 향후 연금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안정한 경기로 인해 취업이 늦어진 청년들은 그만큼 가입기간이 줄어들게 되고, 장기간 실업상태에 놓이거나,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하는 이들 또한 노인이 되었을 때에 더 낮아진 소득대체율을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의 고갈 시점이 2056년으로 당겨진 데다가, 취업은 어렵고, 경기는 불안정하다. 심지어 노동시장의 변화로 인해 안정적인 일자리마저 가질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니 개인적으로 노후대비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가 속속들이 드러나는 지금, 각자도생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런 상황에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하니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을 하자는 주장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이러한 주장은 미래세대를 위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과 노동인구에게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기도 하다.

 

팬데믹, 국민연금을 강화해야 할 때

팬데믹으로 인한 삶의 변화와 사회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현재에 나타나는 위험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개인은 현재와 미래의 위험 대비를, 국민연금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는 시점이다.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가 달성될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가 국민연금과 같이 공적 노후보장제도를 운영하는 이유는 ‘노후’라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처하게 되는 사회적 위험에 대하여 제도를 통해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국민연금이 자신이 기여한 부분보다도 훨씬 더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 것도 공적으로 노령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을 충당하면서 발생하는 장점이다. 

 

당장 오늘 내일의 당면한 현실을 살아가는데 급급할 수 밖에 없는 국민들의 일정 소득을 국민연금에 내도록 만든 취지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도록 만든 것이다. 국민연금은 노동시장에서 빠져나오게 되는 은퇴의 시기, 소득감소를 겪게될 미래에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이와 같은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고, 연금의 역할을 약화시킨다면 우리의 노후는 위험 속에 결국 방치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현재 국민연금의 평균급여수준은 노후 생활을 영위하기에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국민연금 인구대비 수급자수 비율 전망을 보면 2050년 이후부터는 65세 이상 인구의 80% 이상이 국민연금 수급자가 되는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이들의 노후보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노동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을 이유로 재정균형에만 초점을 맞추다 적정 급여보장을 놓친다면, 미래 노인의 노후기반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미래세대에게도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보장을

결국,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공적연금을 튼튼히 하는 일이다. 연금재정의 균형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 도입이 오래되지 않았고, 이제 청년기를 맞이한 국민연금은 제도가 성숙되는 과정 중에 있다. 다른 나라의 연금 도입 여건과 현재의 노동시장, 경제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어떤 나라도 급여적절성을 고려하지 않고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급격하게 인상한 나라는 없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충분한 사회적 합의, 국민들의 수용가능성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인상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합의와 수용가능성을 넓혀가는 과정은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기금이 소진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엄청난 보험료 부담을 짊어지게 되거나, 연금을 못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식의 불안감 조성을 통해서는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쌓아올린 연금제도에 대한 신뢰, 사회적 토론 과정, 공적연금의 역할에 대한 인식 제고 등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방식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연금으로 노후 생활이 가능하도록 급여 적절성을 확보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공적연금의 역할과 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적연금은 모든노인에게 용돈을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노인의 존엄한 삶을 보장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만드는 일이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부담은 비단 국민연금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며, 앞으로 변화하는 시대상황 속에서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OECD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1위인 대한민국은 향후 노인빈곤을 예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위치에 있다. 미래세대를 이유로 국민연금을 튼튼히 하는 것을 등한시한다면 미래세대는 보험료율 인상과는 차원이 다른,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부담과 불안을 겪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민연금을 고민하자

코로나 이전부터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로 지적되었던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코로나라는 위기에 그 취약성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재택근무, 비대면수업 등 주거환경이 삶에 미치는 영향 또한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아이, 노인에 대한 돌봄공백이 발생하게 되자 가정에서 돌봄을 책임져온 여성들이 또다시 돌봄을 위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게 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연금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하고, 국민연금이 다른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코로나로 인해 실업상태에 놓이거나, 소득감소로 인해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입기간이 줄어들지 않도록, 수급권이 발생하는 시점에 급여적절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연기금을 활용하여 저렴한 가격의 공공임대주택, 공공어린이집, 공공요양시설에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고, 돌봄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먼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도 충분히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도록 함으로써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국민연금 가입유인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다.

 

나아가며

국민연금공단에서 민원인을 직접 대면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흥미로운 측면이 있다.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들은 항상 화를 내고, 연금 급여를 수령하는 사람들은 늘 고마워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연금제도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독일 청년들은 연금 보험료를 아까워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좀 아까워하기도 하는데, 직장을 몇 년 다니다 보면 노후가 보장된다고 하니 불만을 갖지 않더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아직 무르익지 못했고, 국민들 또한 연금제도가 주는 이점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국민연금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충분히 알리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미래세대 때문에, 노동시장의 변화 때문에 ‘안된다’고 하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라는 공적 연금제도를 통해 우리 노후가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지 경험하도록 국민연금을 튼튼히 하기위해 갖은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노인의 존엄한 노후보장’을 위한, 적정 급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의 국민연금 개혁이 되어야 할 것이다.

 

1) 김연주, (2020.10.05.) "국민연금 낼 돈도 없어요"…납부예외 신청 작년 2배,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0/10/1018069/에서 2020.10.06.에 자료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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