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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10.01
  • 480

전 국민 고용보험을 위한 재정 분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전국민 고용보험과 재정 분담

전국민 고용보험이 가능할까? 고용보험의 원리를 완전히 바꾸면 가능하다. 지금은 취업자의 노동시장 지위에 따라 고용보험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노동시장에서 주변부에 있는 사람이면 대부분 고용보험 밖에 있다. 새로운 원리는 ‘소득 기반’이다. 취업자라면 노동시장 어디선가 소득을 얻고 있으므로 그 소득에 보험료를 매기면 자동으로 고용보험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러면 모두의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가? 역시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최근 전자정보, 디지털화가 일상 영역으로 자리잡고 신용카드 사용도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의 소득, 소비, 그리고 자영업자의 매출이 실시간으로 어디엔가 기록되고 있다. 이 자료들을 한 곳에서 통합관리하면 된다. 실시간 소득을 근거로 소득이 발생할 때마다 자동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는 사실상 해소될 수 있다. 한국은 서구 어느 나라보다도 이런 자료를 지닌 국가다. 사각지대 없는 고용보험을 구현하는 선도적 국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전국민 고용보험을 시행할 수 있을까? 이건 장담할 수 없다. 앞에서 이야기한 건 전국민 고용보험을 위한 기술적 수단, 즉 실시간 소득파악체계의 가능성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또다른 과제, 재정 장벽을 넘어야 한다.

 

2019년 기준 경제활동인구 2,736만 명 중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1,354만 명으로 절반에 불과하다. 이중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 적용자 약 150만 명을 제외해도 무려 1,236만 명이 고용보험 밖에 있다. 이 사각지대 취업자들이 대규모로 전국민 고용보험 안으로 들어오면 고용보험 재정상태는 크게 달라진다. 대부분 저소득, 불안정 취업자들이기에 이들이 납부하는 보험료는 많지 않을 것이며 반면 실업급여 수급 비율은 높아질 것이다. 즉 고용보험 재정을 대폭 확충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 분담이 필수적이다.

 

전국민 고용보험 재정을 둘러싼 이해관계

현재 고용보험의 기여 구조를 살펴보자. 현재 고용보험의 재정은 실업급여계정과 고용안정·직업능력 개발사업 계정으로 구분돼 있다. 임금노동자는 자신의 월평균보수의 0.8%를 실업급여 보험료로 납부하고, 사업주는 실업급여 계정에 0.8%와 고용안정·직업능력 개발사업 계정에 고용규모별로 0.25~0.85%를 납부해 총 1.05~1.65%를 기여한다.

 

한편 자영업자의 보험료율은 2.25%로 상당히 높다. 자영업자는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처럼 고용보험료를 전액 책임진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런데 현재 종합소득신고에서 확정되는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은 폭넓은 경비 인정으로 인해 실제 소득과 부합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자영업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보수’ 중 자신이 선택한 금액에 기여율 2.25%를 곱하여 보험료를 납부하고 그 금액에 연동해 실업급여를 받는다. 2020년 기준보수는 1등급 182만 원에서 7등급 338만 원 사이에서 제시된다. 현재 자영업자 고용보험은 임의가입이고 보험료율도 노동자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2019년 가입자는 4.4만 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4.4%에 불과하다. 아직은 고용보험이 자영업자의 제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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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고용보험에서 각 주체들은 어떠한 이해관계에 처하게 될까? 전국민 고용보험에서 재정 책임을 분담할 주체는 기존 가입자 노사, 신규 가입자 노사, 자영업자, 정부, 이렇게 네 집단이다.

 

첫 번째로 기존 가입자의 노사를 보자. 전국민 고용보험이 시행되면 실업급여 대체율(현재 60%)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급여지출은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 전체 고용보험 재정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 상향이 불가피하다. 기존 가입자의 노사는 전국민 고용보험이 불편할 수 있다. 이들의 재정 분담 동의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

 

두 번째로 신규 가입자를 살펴보자. 노사는 고용보험 가입으로 보험료를 분담하게 될 것이다. 새로 가입한 노동자의 경우 고용보험료가 부담일 수 있으나 자신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책임이고, 저소득 노동자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도 존재하기에 보험료 납부를 수용하리라 기대한다.

 

신규 가입자의 사업주는 보험료를 납부하는 의무를 새로 갖게 된다. 당연히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럼에도 노무서비스를 제공받는 사업주가 사회보험 재정의 일부를 책임지는 건 현대사회의 기본 규칙이다. 이미 기존 사업주들이 절반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으므로 신규 가입자의 사업주도 이러한 규칙에 저항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영세기업 사업주는 추가 보험료가 힘겨울 수 있다. 노사 모두에게 적용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이 강화되어야 한다.

 

프리랜서 노무제공자처럼 특정 사업주와 전속적 관계를 맺지 않는 경우 사용자성을 두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현행 노동법을 적용하면 그러하다. 따라서 전국민 고용보험에서는 전속성을 따지지 않고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주라면 그 노무제공자의 사회보험료를 분담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림 4-1>처럼 복수의 기업이 속한 플랫폼노동 네트워크에서도 동일하다. 배달노동자로부터 받은 수수료 비중만큼 해당 플랫폼 기업들이 사업주 고용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세 번째는 자영업자의 재정 분담이다. 현재 자영업자의 고용보험료는 임금노동자에 비해 본인부담률이 2배 이상 높다. 이러한 구조에서 자발적 고용보험 가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본인부담이 임금근로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대신 정부가 자영업자의 사업주 몫을 책임져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에서는 예상 건강보험료 수입의 20%를 정부가 지원한다. 이는 과거 직장과 지역으로 분리되어 있던 시절에 정부가 지역건강보험 재정의 절반을 국고지원하는 방식이 건강보험이 통합되면서 전체 보험료 수입 기준으로 조정된 결과이다. 즉 건강보험에서는 정부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몫만큼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자. 자영업자 고용보험료 수입에 해당하는 재정을 정부가 일반회계에서 지원하면 된다.

 

네 번째는 정부의 재정 책임이다. 위에서 제안했듯이 정부는 자영업자 고용보험료에서 사업주 역할을 맡아 건강보험처럼 일정한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지원해야 한다. 또한 영세사업자 사업주, 저소득 노동자의 부담을 경감하는 고용보험료 지원도 필수적이다. 현재의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이 확대 강화될 필요가 있다.

 

결국 전국민 고용보험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각 주체들의 재정 책임 분담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일반회계 지원, 두루누리 사업 확대가 중요하다. 정부가 선도적 책임을 자임하면서 기존 가입자 노사, 신규 가입자 노사, 자영업자에게 사회적 분담을 제안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을 시행하겠다고 말하면서 재정 책임에서 뒷짐을 진다면 사실상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면 여러 주체들의 이해 충돌만 전면화되어 전국민 고용보험이 제대로 시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에서 실질적 장벽은 고용보험 재정에 있다고 말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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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고용보험에 부합하는 사업주 기여방식은?

전국민 고용보험 재정 논의에서 특히 주목할 주제가 사업주 기여방식이다. 현재 기업은 임금근로자 보험료의 절반을 납부한다. 그래서 사회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용을 회피하거나 비정규 방식을 늘리는 경향도 나타난다. 다양한 불안정 고용계약이 늘어나고 이는 사회보험 사각지대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대응하는 제도라면, 전국민 고용보험 설계에서 사업주들의 고용 회피를 예방하는 방안까지 담을 수는 없을까? 그래서 등장한 주제가 사업주 기여방식의 개편이다.

 

첫 번째 대안은 현재 임금근로자 급여에 따라 정해지는 사업주 기여금을 법인 이윤에 연동하자는 제안이다. 이러면 고용 인원과 무관하게 사회보험료를 납부하므로 굳이 고용을 회피하려는 동기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적자로 경영이 어려운 기업은 보험료 부담에서 벗어나고 이윤을 많이 올리는 기업일수록 보험료를 많이 내니 사회 연대 가치에도 부합한다.1)

 

이 대안은 기업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사회보험료를 부담한다는 강점을 지닌다. 하지만 현행 기여방식과 완전히 다른 구조이기에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019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8년 국세청에 신고된 74만 법인 중 결산서상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기업은 약 48만 개이고, 여러 세무조정을 거쳐 최종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은 39만 개이다. 만약 이윤 기반으로 사업주 기여 방식이 바뀐다면 수십만의 기업들은 고용보험료를 면제받고 또 수십만의 기업들은 지금보다 훨씬 무거워진다. 사회연대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전환 비용이 클 것임을 예고한다.

 

두 번째 대안은 기업 매출과 연동해 사업주 기여금을 정하자는 방식이다. 원래 사회보험료는 생산물을 만드는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 항목이다. 매출은 생산물의 비용이 포함된 개념이므로 현재의 노동비용 분담 원리를 담고 있다. 또한 최근 디지털 기반 산업에서 고용인원은 적으나 매출은 많은 대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업에게 사업주 책임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역시 사회 연대 가치를 구현할 수 있다.

 

매출 방식 역시 지금과 현격히 다른 구조이기에 전환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매출 규모가 기업의 경제 여력에 꼭 상응하는 것은 아니다. 매출이 적지만 고이윤 기업도 있고 매출은 상당하나 실제 이윤은 별로 얻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업종별로 매출 이윤율을 상정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으나 기업간 형평성 논란은 계속 제기될 듯하다.

 

최근에 급여와 이윤 기준을 함께 적용하는 ‘혼합 방식’도 제안되었다. 두 기준의 보험료율을 각각 설정하되 우선 급여총액 기준 보험료를 적용하고 이윤 기준 보험료가 급여총액 보험료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추가 납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행 급여 방식을 유지하되 이윤이 많은 기업에게 추가 책임을 부과하여 현행 급여 기준을 지속하면서 기업 경영 성과를 반영하는 장점을 지닌다.2)

 

위에서 제시된 여러 방식들 모두 사회연대 취지를 지닌 긍정적 대안들이다. 다만 지금과 현격히 다른 구조이기에 논란이 클 것이다. 결국 전국민 고용보험으로 가는 로드맵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의 순서를 정하는 일이다. 필자는 지금 시급한 숙제는 고용보험을 소득기반으로 전환해 전체 취업자를 포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선 고용범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이후 사업주 기여방식의 전환을 논의하는 게 합리적이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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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없는 사회보장체제를 향해

코로나 재난을 계기로 전국민 고용보험이 본격 부상했다. 25년 고용보험 역사에서 획기적인 일이다. 그 동안 알면서도 방치했던 사각지대 문제가 비로소 우리가 해결해야 할 긴급 과제로 자리잡은 것이다.

 

사실 전국민 고용보험은 ‘고용보험’을 넘어서는 주제이다. 이는 기존 ‘고용 지위’에서 ‘소득’으로 사회보험 전체를 전환하는 대개혁이다. 20세기 복지국가가 직면한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사각지대 없는 사회보장체제’를 지향한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 과업을 선도적으로 이루기 바란다.

 

1) 홍민기/장지연(2020), “전국민 고용안전망을 위한 취업자 고용보험”, [전국민고용보험제 도입을 위한 긴급토론회]. 정의당. 19~20쪽.

2) 조돈문(2020), “전국민고용보험제의 정치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방안”, [긴급토론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국민고용보험 시행 방향].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해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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