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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10.01
  • 292

전 국민 고용보험의 적용대상1)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들어가며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 우리 사회가 새롭게 인지하게 된 것은 우리 사회의 일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에 전통적 의미의 ‘표준적’ 일자리의 비중은 생각보다 적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기간제나 시간제 비정규직 외에도 파견, 용역,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영세자영업 등으로 채워져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형적인 임금노동자와 다를 바 없이 종속적인 노동을 하고 있지만, 사용자의 책임회피나 법적 지위의 모호함 속에서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감염병이 초래한 고용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은 것은 이들이지만, 이들은 임금노동자 중심의 기존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아이디어는 한국 노동시장의 이와 같은 상황이 널리 알려지며 힘을 얻었다. 애초에 ‘고용보험’이라는 제도는 일 하는 사람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전국민’이라는 수식어와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럼에도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말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사각지대 없는 포괄적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광범위한 사회적 요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국민 고용보험이 진정으로 사각지대 없는 고용안전망의 핵심 축이 되기 위해서는 숙제가 적지 않다. 이 글에서는 이 문제를 적용범위 확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두 축: 비임금노동자와 실질적 사각지대

고용보험 실업급여는 한국에서 실업자 소득보장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실상 유일한 제도다. 다른 많은 국가들의 실업보험이 그렇듯 한국의 고용보험은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되며,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의무적용 된다. 그러나 한국의 고용보험은 적용상의 사각지대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데, 하나는 의무적용 대상이 가입하지 않는 실질적 사각지대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의무적용 대상 자체가 좁은데서 나타나는 제도적 사각지대 문제다.

 

실질적 사각지대 문제는 주로 노동시장 주변부에 위치한 노동자에게서 나타난다. 임시·일용직,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종사자가 대표적이다. 사용자의 기여회피와 당국의 규제사각지대에서 나타나는 비공식 고용 문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소득이 낮으며, 실업과 불완전 취업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안전망의 보호가 절실하지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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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적 사각지대는 고용보험법상 적용대상인 초단시간 근로자,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65세 이후 고용된 고연령 근로자 등에서도 나타나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영업자를 비롯한 비임금노동자들이다.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임금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종속적 노동을 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비임금노동자와 실질적 사각지대의 문제로 인해 한국의 고용보험은 보호가 필요한 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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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관계 밖의 노동자 보호

실질적 사각지대 문제가 한국 노동시장의 특수성, 전근대성을 보여준다면, 비임금노동자의 배제는 좀 더 국제적인 문제다. 물론 한국은 예외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그 문제가 더 크긴 하지만, 종속적으로 일하면서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종속적 계약자’(dependent contractors) 증가는 국제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이들은 임금노동자를 당연가입대상으로 하고 자영업자에게는 임의가입 기회만을 제공하는 비스마르크형 사회보험체계를 가진 국가들에서 불충분한 사회적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 혁신 논의가 많은 국가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Eurofound, 2015; OECD, 2018).

 

구체적인 방안이야 다양할 수 있겠지만, 고용관계 밖의 취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원칙의 핵심은 고용관계와 사회보장급여 사이의 연관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가 모든 유급노동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에서 사회보장제도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보편적 접근성과 보호, 급여의 보편성, 이동성, 투명성, 성평등, 효율적인 거버넌스를 갖추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였다(Behrendt & Nguyen, 2019). 그리고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를 비교하여 사회보험 제도가 모든 취업자를 포괄하도록 확대될 때 이 원칙들에 가장 잘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Behrendt et a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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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종전의 표준적 고용관계에서 벗어나 일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환경 하에서 보편적 사회보장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회보험의 고용관련성을 완화하여 모든 취업자를 위한 제도로 발전시켜가야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을 어떻게 할 때, 한국의 고용보험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도 이 원칙으로부터 구체적인 실현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전국민 고용보험의 적용범위 문제

<표3-1>에 나타난 것처럼 현재 고용보험의 제도적 사각지대는 임근근로자 중 적용제외 대상자,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그리고 비임금근로자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실질적 사각지대를 더한 것이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다. 실질적 사각지대를 축소하는 일이 국가의 규제적 권한 확대와 근로자 및 사용자에 대한 가입 인센티브 제공 등 행정적 조치들을 필요로 한다면, 제도적 사각지대는 고용보험제도 자체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전국민 고용보험으로의 전환이 이런 맥락에서 제시된 것이다. 따라서 전국민 고용보험이 포괄해야 하는 적용대상은 ① 임금근로자 중 적용제외 대상자, ②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③ 비임금근로자가 된다.

 

임금근로자 중 적용제외 대상자는 초단시간근로자와 고연령 근로자다. 이들은 임금노동관계 안에 있기 때문에 이들을 고용보험 안으로 포괄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실제 초단시간근로자의 경우 3개월 이상 계속근로 시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데, 오히려 피보험 가입자격을 충족하지 못해 급여수급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향후 고용보험을 소득중심으로 재편할 때 이들의 수급조건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도 은퇴연령이 늦춰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연령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의 경우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고용보험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이는 사회보험 원리에 어긋난다. 사회보험의 원리는 개별적 위험 정도와 관계없이 모든 가입자를 강제 가입함으로써 가입자 간 위험분산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험이 낮다는 이유로 가입하지 않는다면, 사회보험의 재분배 기능이 약화된다. 이들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 사회보장체계의 합리성을 고려하면, 이들도 고용보험에 포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국민 고용보험으로의 확대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집단은 비임금근로자다. 비임금근로자는 크게 두 집단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종속적 계약자(dependent contractor)들이다. 이들은 고용원 없이 일하며 비록 임금근로관계는 아니지만 타인의 사업을 위해 인적용역을 제공하는 이들로, 인적 혹은 경제적 종속성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자영업자다. 자영업자는 종속성 없이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이들로 1인 자영업자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1인 자영업자에는 프리랜서가 포함된다.

 

정부의 단계적 확대안과 그 한계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는 비임금근로자들을 단계적으로 고용보험에 적용시키겠다는 입장이 담겼다. 즉, 임금노동자에 가장 가까운 이들인 특수고용으로 시작에서 진성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에 포괄한다는 것이다(관계부처합동, 2020). 그러나 이 계획에는 이들을 어떻게 가입시키겠다는 것인지, 자영업자는 1인 자영업자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까지 포괄하는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2025년 고용보험 제시된 가입자 목표인 2,100만명은 전체 취업자(2020년 기준 약 2,700만)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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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용노동부는 예술인을 고용보험에 포괄하였고, 특수고용노동자를 고용보험에 포괄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 법안에서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하는 노무제공인은 “근로자가 아니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계약(이하 “노무제공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사람으로서 이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다.2) 이는 ① 특고, 플랫폼 노동 등 비임금근로자가 “계약체결”을 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계약체결에 관한 증명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② 직종별 가입을 규정하고 있어 그간의 전례로 볼 때 종속성과 전속성을 따져 포괄하겠다는 방향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특고를 가입시키고 있는 산재보험이 지난 10여 년 동안 가입시킨 특고의 규모가 미미하다는 것에 있다. 물론 이는 특수고용노동자가 희망할 경우 적용제외 신청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가입대상 대비 가입률이 약 13%에 머물러 있는 문제의 영향도 크다. 그러나 직종별 가입방식으로는 산재보험 가입대상 특고의 모수 자체도 과소평가된다. 2018년 기준으로 산재보험에는 9개 직종의 특수고용노동자가 가입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추청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규모(166만~221만) 대비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47만 명만이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 5개 업종을 추가하여 가입대상을 27만 명 추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전체 특수고용노동자 추정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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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하는 사람의 고용보험

요컨대 현재 정부의 접근방식은 자영업자까지의 확대를 규정하긴 했지만, ① 임금노동자에 가까운 종사상 지위의 취업자부터 순차적으로, ② 가장 임금노동자에 가까운 특수고용노동자 역시 종속성 및 전속성을 따져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방향으로 보인다. 이렇게 해서라도 조속하게 가입대상 확대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매 단계마다 전속성과 종속성을 따지고 그렇게 규정된 일부 직종을 가입시키는 방식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이 실현가능할지 의문이다. ‘단계적 확대’라는 말은 그럴싸하지만, 매 단계마다 어느 업종이 전속성이 높고, 어느 업종은 낮으며, 어디까지가 특수고용이고 어디서부터가 진성 자영업인지, 누가 계약을 체결했고, 누가 체결하지 않았는지 등을 놓고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서두에 설명한 것처럼 전국민 고용보험 논의의 핵심 문제의식은 종사상의 지위나 직종과 무관하게 모든 일하는 사람은 소득의 감소나 단절에 대한 사회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일의 형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에, 정부가 여기까지는 보호가 필요한 노동이고 저기서부터는 아니라고 규정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이렇게 본다면 전국민 고용보험의 적용범위는 원칙적으로 ‘모든 취업자’로 놓고, 다양한 취업자들의 상황을 포괄할 수 있는 소득파악, 보험료 징수, 급여지급 기준마련 등의 조치를 취해나가는 것이 정석이다. 현실적 보호 필요성이 낮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영업자(예를 들면 고용원이 5인 이상)는 임의가입 대상으로 둘 수 있겠지만, 그 밖의 취업자는 모두 당연가입 대상으로 포괄해야 한다. 그것이 전국민 고용보험의 취지에 부합한다.

 

1) 이 글은 2020년 8월 13일 발표된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이슈페이퍼(2020-01) 「소득기반 전국민 고용보험 방안」의 일부를 기초로 수정·보완하여 작성되었다.

2) 「고용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고용노동부 공고 제2020-283호) 

 

참고문헌

  • 관계부처합동(2020).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 이병희(2020). 「코로나19 대응 고용정책 모색」. KLI 고용노동브리프 제95호.
  • Behrendt, C., & Nguyen, Q. A. (2019). Ensuring universal social protection for the future of work. Transfer: European Review of Labour and Research, 25(2), 205-219.
  • Behrendt, C., Nguyen, Q. A. and Rani, U.(2019). Social protection systems and the future of work: Ensuring social security for digital platform workers. International Social Security Review, 72(3), 17-41.
  • Eurofound (2015), New forms of employment, Publications Office of the European Union, Luxembourg.
  •  
  • OECD (2018), The Future of Social Protection: What Works for Non-standard Workers?, OECD Publishing,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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