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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건강보험/보건의료
  • 2020.11.16
  • 112

"믿을 수 있고 나를 잘 아는 의사가 동네에 있었으면…", "치료비 걱정으로 아픈 걸 참지 않았으면…", "늙고 병들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병실에서 죽지 않았으면…"

 

이런 걱정 없이 우리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보다 먼저 공공의료체계를 굳게 다져 온 이탈리아 의료를 통해 코로나19 시기 우리 삶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건강한' 의료는 어떻게 가능한지 상상해보기 위해, 지난 11월 5일 <온라인 시민강좌 : 이탈리아 공공의료가 건네는 상상력>를 개최했습니다. 

 

이탈리아 공공의료 체계를 다룬 <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의 저자 문정주님의 강의를 들은 참여연대 맹행일 회원님이 행사 후기를 보내주었습니다.

 

2020. 11. 5(목) 19:00 참여연대 1층 카페(온라인 생중계), 이탈리아 공공의료가 건네는 상상력 '온라인 시민강좌'

 

 

<온라인 시민강좌 : 이탈리아 공공의료가 건네는 상상력> 후기

맹행일 (참여연대 회원)

 

나이를 먹으니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자주 찾게 되고, 가파르게 치솟는 의료수가에 맞닥뜨리게 된다.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시달리고 있던 지난주 11월 5일 ‘이탈리아 공공의료가 건네는 상상력!’을 주제로 한 온라인 시민강좌에 참가했다. 강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이사로 재직 중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문정주 씨가 자신이 쓴 책 <뚜벅뚜벅 이탈리아 공공의료(피에몬테 에밀리아로마냐 의료 견문록)>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 책은 저자가 2015년 이탈리아를 찾아가 그곳의 공공의료 실태를 직접 조사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필자는 공공의료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다만 강사가 주장하는 주치의 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또한 강의 후 질의응답에 나온 의사들의 파업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1. 강의는 의료 선진국에 공공의료가 잘 발달된 이탈리아가 왜 코로나19에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졌나 하는 점부터 시작됐다. 롬바르디아주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하고 또한 공공의료가 앞선 주다. 그러나 2020.06.18. 기준 인구 1천만 명에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92,000명, 사망자가 16,000명으로 20개 주가 있는 이탈리아에서 전국 확진자의 40%, 사망자의 50%가 이 주에서 발생했다.

 

이에 대한 강사의 답은, '지방자치가 발달한 이탈리아에서 롬바르디아주는 극우성향의 ‘북부동맹’이 오래 집권하면서 그사이 1998년부터 공공의료를 민영화한 점, 그리고 상공업계의 입김에 약한 주정부가 대처를 늦게 한 점'이 큰 이유라고 한다. 이에 더해 개인의 자유를 앞세워 마스크 쓰기를 반대하고, 확진자 동선 추적을 비판하는 분위기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2. 이탈리아의 가정의(주치의) 제도는 인상적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인구 1,000명(340~350세대) 정도를 기준으로 가정의가 있어 주민들의 건강을 살핀다. 가정의들은 매일 오전 2~3시간 동안 찾아오는 주민의 건강 상담을 하고, 이후 중증환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왕진을 한다. 주민 개개인의 병원 또는 약국 의료행위가 모두 가정의에게 모여져, 가정의는 주민의 이름만 들어도 그 환자의 건강문제는 물론 가정사정까지 훤히 알 수 있으니 오진 확률이 낮다. 

    

이탈리아의 일차의료는 병이 난 환자를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병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정의는 만성질환자 가정을 방문하여 회복과정을 도우며, ‘통합가정돌봄기록부’를 작성하는 등 돌봄(Care)에도 힘을 쏟는다. 이탈리아에는 가정의가 45,200명, 어린이 일차의료 의사가 7,700명으로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총 52,900명이며, 이는 전체 의사 중 약 30%에 해당한다(2016년). 이러한 일차의료 성과로 이탈리아는 당뇨병 환자의 입원율이 OECD회원국 중 가장 낮고, 천식환자 입원율도 두 번째로 낮다.

 

3. 강의를 들으며 한국에서 있었던 의사들의 집단휴진 사태가 떠올랐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책으로 '공공병원 확충과 의대 정원 확대(안)'을 발표하자 의사협회가 이를 반대했다. 이 문제가 타협을 보지 못하자 8월 26일~28일 동네의원은 물론 대형병원 전공의까지 파업하는 사태로 번졌다.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의 주장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고 앞으로 저출산 때문에 남아난다는데, 과연 그럴까?

 

문정주 강사는 자신의 책에서 한국은 의사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서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의사 수가  OECD 회원국 중에 최하위권으로 평균의 70%에도 미치지 못하며, 간호사 수도 하위권으로 평균의 77%에 머문다......이처럼 열악한 여건에서 의료진은 과로, 사고, 감염 등의 위험에 고질적으로 시달린다(338쪽)” 고 쓰고 있다. 한국 의사협회의 요구들은 미국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의 경우 의사협회가 의료민주화를 노골적으로 거부하여 오늘날 미국의 건강보험제도가 부실해진 원인을 제공한 전력이 있다. 즉,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수정하는 뉴딜정책에서 채택된 사회보장제도에서 유일하게 의료보험제도를 제외시킨 것이다. 

 

이번 집단휴진 사태를 보며 더 큰 문제라고 생각이 들었던 건, 한국의 철저한 민간 의료공급 구조가 인프라뿐 아니라 의료인의 철학(소양)과 인식까지 시장 지향적으로 바꿔 놓았다는 사실이다. 20세기 쿠바혁명의 영웅 ‘체 게바라’는 아르헨티나의 의사이며 의학박사다. 그는 평소에 ‘장사로서의 의료 행위 폐지’를 주장하고 이에 따라 쿠바의 의료 조직을 완전한 공공조직으로 만들었다. 지구상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가장 잘 한 나라는 바로 쿠바다. 체 게바라 평전을 보면 쿠바혁명 당시 정부군에게 쫒기면서도 전장에서 부상당한 적군(정부군) 포로를 극진히 치료하는 모습이 나온다. 물론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도 장기려 박사, 마닐라의 박상철, 완도·청산도의 이강안 원장 등 많은 한국의 슈바이쳐가 있었다.

 

4. 더불어 의사협회의 주장 중에 ‘한방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있다. 내용은 안전성, 효능성,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은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있다. 이들 양의사들이 전통 한의학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의심스럽다.

 

임진왜란 당시 나라가 전란에 휩쓸리자 걸출한 의원들이 나타나 국민들의 병과 상처를 치료한다. ‘동의보감’을 쓴 한의사 허준과 ‘침구경험방’을 쓴 침구사 허임이 그들이다. 이들 책은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하여 그들 나라에서 출판되고 널리 읽혔다. 오늘날 구당 김남수가 지은 ‘나는 침뜸으로 승부한다’를 보면 양의사에게 사형선고를 받은 환자가 전통의술 덕분에 수명을 연장하는 사례가 여럿이 나온다. 중국, 일본, 인도, 이란 등은 전통의학을 현대화하여 발전시키고 있다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밥그릇 싸움만 할 것인지 답답하다. 이들의 과격한 행동은 일부 개신교 극성 신도들이 천년고찰에 가서 복음을 지키겠다며, 불상을 훼손하고 심지어 방화하는 사례를 연상케 한다.

 

이번 <온라인 시민강좌 : 이탈리아 공공의료가 건네는 상상력>는 한국의 의료체계를 돌아볼 좋은 기회였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한국사회는 이탈리아 공공의료 체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깊게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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