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9-10   728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

일선 점검현장에 가지고 간 질문

지난 7월 정부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포함한 사회안전망 제도에 대한 일선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기 위하여 「사회안전망 합동점검반」을 구성하였는데, 필자는 이중 기초생활보장점검반의 일원으로 전북 부안군과 경기도 평택시를 방문하였다. 사실 필자는 정부로부터 점검반이 구성되니 참가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하였을 뿐만 아니라 약간은 설레는 마음마저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제한적이나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구상 초기단계부터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평소 현장과 유리된 연구실에서 이 제도에 대해서 고민하였던, 풀리지 않은 질문을 이번 기회에 현장에서 풀어보자는 마음 때문이었다.

이 법의 제정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가슴 속에 남아 있었던 나의 질문은 바로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의 차이에 기초하고 있다. 즉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고, 본격적으로 실시되기도 전에 우리 사회에서는 이 제도를 가운데 두고 양 측면에서 이 제도를 공격하는 목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법이 제정되기 전부터 집요하게 공격을 가했던 사람들은 이 제도가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들로 하여금 최저생계를 보장함으로써 근로의욕을 감퇴시켜서 복지병을 유발한다고 공격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또한 다른 한편에서는 이 제도가 기초생활을 보장한다기 보다는 부정수급자 색출에 보다 비중을 둔 '부정수급자색출법'이고, 주민등록표 때문에 가정해체가 촉진되는 '가정해체촉진법'이며 조건부 수급자에게는 근로를 강제하는 '근로강제법'이라고 맹렬한 공격을 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논의구조에서 한발 비켜서서 안타깝게 이 제도를 바라보고만 있었던 필자는 "과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그 정도로 심하게 공격받을 형편없는 제도인가?" 하는 질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비판의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딱히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찾지 못한 채 답답한 마음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국 이 제도가 일선현장에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수급자들은 이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선 공무원들은 또 이 제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제도가 전반적인 복지서비스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하여간 일선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이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알량한 전문적 식견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재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한 나 자신의 대답을 듣기 위해서 꽤 심각하게, 약간은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일선 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일선현장의 목소리와 제도개선 사항

물론 필자가 방문한 지역과 만난 사람들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과도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필자 자신의 경험과 다른 지역을 점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리고 제도가 시행된지 불과 10개월이라는 한계를 전제로 한다면, 이 제도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필자가 이러한 믿음을 가지게 된 근거를 지면관계상 모두 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다음에서 설명하는 세 가지 사실만을 가지고서도 우리는 이 제도의 미래에 확신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첫째, 필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최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 신뢰를 넘어선 감동을 받았다. 물론 점검을 하는 사람과 점검받는 사람은 동등할 수 없고, 또한 점검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보다 좋은 점검결과를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필자가 만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 대한 믿음과 미안한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거의 초인적인 수준의 업무량과 업무강도를 소화하면서도 가장 낮은 처우를 받고 있었다. 이에 대한 너무나 당연한 결과로 업무과중과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 이혼, 유산, 그리고 입원이 우려할 수준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나마 '사회복지사'라는 자부심 하나로 지금까지 우리 기초생활보장제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분들에게, 권한만 부여된다면 훈장을 주렁주렁 달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앙에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별 생각 없이 제도에 대해서, 특히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툭 던진 한 마디가, 일선현장에서 땀흘리는 이들의 사기를 얼마나 저해할 수 있는지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는 것 역시 깨달았다. 결국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성패는 이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전문성을 발휘하느냐에 달려있다면, 적어도 사명감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들에 대한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둘째, 무엇보다도 생활보호제도에 비해서 이 제도가 시행됨으로서 수급자들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권리의식이 점차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권리의식이라는 것이 실체로 명확히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의견과 다른 점검반원의 평가를 고려해볼 때 조금씩이나마 사회적 권리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정착하고 있다는 희망 섞인 평가를 하게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의식의 향상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여전히 시민사회단체의 균형 있는 개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하겠다.

셋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단순히 금전적인 수급이외에 대인 상담 서비스와 지역사회의 정보와 자원을 연결하는 사회복지 서비스에 대한 욕구를 급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구의 역사를 보더라도, 공공부조와 사회보험과 같은 금전적인 급여체계는 일단 정착되기만 하면, 업무의 상당부분이 대상자 선정과 급여지급과 같은 일정한 기준에 따른 단순업무로 운영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급여지급체계를 기초로, 사회복지사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대상자의 직접적인 사회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사회복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계기로 지역현장에서 이러한 요구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필자의 믿음은 제한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피상적일 수 있으며, 또한 개인적인 가치관과 선입관이 개입된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이제 불과 10개월이라는 한계를 고려한다면, 적어도 이 제도는 초기 구상단계에 설정하였던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물론 필자는 이 제도에 대해서 어느 정도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 제도는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켜야 할 변화하는 제도이며, 그런 만큼 헤쳐나가야 할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즉 아직까지 이 제도는 수많은 제도적 결함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결함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극복될 수 있느냐에 제도적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다음 장에서는 필자가 점검반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제도개선 사항을 정리하고자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정착을 위한 개선 사항

1 수급자의 선정 및 관리

1.1 부양의무자

얼마 전 리서치 월드가 실시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사회복지사들은 부양의무자 규정을 제도의 가장 불합리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데,

결혼한 딸이 부양의무자인 경우, 부양의무를 면제하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들에게 부양비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득과 재산의 조사시에도 사위의 재산을 파악하기가 거의 힘든 실정에서 부양의무의 완전 면제가 필요할 것이다.

이혼한 부양의무자가 재가한 경우, 부양의무를 면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역시 현실적으로 이들에게 부양비를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부양의무자의 가정생활 유지에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1.2 이의신청

이번에 점검한 4개 읍면동에서 모두 이의신청이 한 건도 없었다고 보고하고 있는데, 실제로 제도에 불만이 없어서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것인지 혹은 이의신청 절차의 복잡성 때문인지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고령의 수급자가 일반인도 하기 어려운 이의신청제도를 충분히 이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보다 쉽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이의신청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1.3 생활보장위원회

기초자치단체에 구성되어 있는 생활보장위원회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조사대상 지역 생활보장위원회의 회의록을 열람한 결과, 회의내용이 전문적이라기 보다는 형식적이어서 수급자의 입장에서 전문적인 판단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각급 지자체에게 생활보장위원회의 직무를 명확히 하고, 지역의 차원에서 수급자의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강력히 권고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2 급여

2.1 의료급여

현행 의료급여의 종별구분은 기초생활보장법의 정신과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에 당연히 폐지되어야 하나, 예산상의 이유로 당장 폐지하기 어렵다면, 일단 만성장기질환자의 경우에는 근로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1종 보호를 하여야 한다.

2.2 자활급여

자활사업은 실시하기가 가장 어렵고 또한 사업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번 점검에서도 역시 이러한 사실이 입증되었다. 따라서 다음에서 제시한 바와 같은 획기적인 사업으로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자활사업을 위하여 보호된 시장(cared market)을 만들어야 한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9조에 명시된대로, 자활지원센터 공동작업장 공간마련을 위해 지자체 소유 유휴 건물이나 토지의 무상임대 혹은 저리임대 등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한편으로, 공동작업장에서 생산된 물품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우선구매하고, 또한 지자체 발주 사업을 자활후견기관에게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자활공동체가 자립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일정기간 동안 조세특례업체로 지정하여 세금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자립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취업대상자를 고용하는 기업체에게는 고용보험제도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상으로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어야 이들의 고용을 촉진할 수 있다.

수급자가 많은 지역에는 자활사업만을 전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배치하고, 수급자가 많은 기초자치단체에는 자활계를 신설하여야 한다.

2.3 장애인 생계보조 수당

장애인 생계보조 수당이 적용되는 장애등급이 현행 2급(정신의 경우 3급)에서 3급까지로 확대되어야 한다.

생계보조 수당이 추가비용에 근접하도록 상향조정되어야 한다.

2.4 경로연금

1995년 국민연금제도의 군(郡)지역 확대로 인하여, 5년 보험료 납입에 따라서 특례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료를 미납하여 국민연금 수급자격을 갖지 못한 노인 중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된 경우에는, 국민연금도 못 받고 경로연금도 못 받는 실정이다. 따라서 군지역의 65세 이상 수급자 노인은 경로연금이나 국민연금 하나는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3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근무여건

3.1 수당제도의 신설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경우, 읍면동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다른 직책보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책수당이 없기 때문에 근무의욕이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직책수당을 신설하되, 그 금액은 최소한 세무담당 공무원의 수준인 8만원 정도로 책정되어야 한다.

3.2 승진기회의 확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시에 따라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일반직으로 전환되면서 형식적으로는 6급 이상으로 승진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 차원에서는 조례개정을 통하여 6급 인원을 배정하고 있으나, 승진적체 때문에 승진이 불가능한 실정이고, 다른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예 조례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자체에게(지침의 형식으로라도) 6급 이상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개정을 강력하게 권고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3.3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확대

현재 읍면동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약 4,500 여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법 제정 당시의 계획대로 조속히 7,200명 수준으로 조속히 확대해야 이들의 동요를 막고 더 나아가 제도의 정착을 이룰 수 있다.

3.4 교육기회의 확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법 제정 이후 지속적으로 지침 등의 변경을 통하여 제도의 발전을 기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변경을 단지 공문의 형식으로 하달만 하다보니 일선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제도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정기적인 보수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

3.5 복지부 산하의 독립된 복지행정체계의 구축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포함한 복지서비스 업무는 행정실무력 이외에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바, 현재와 같이 행자부의 행정일선 라인에서 일을 하다보니 본연의 사회복지 업무와 더불어 일반행정 업무까지 맡아서 하다보니, 사회복지직 공무원 개개인의 피로도와 소진의 정도가 위험한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복지부 산하의 독립된 복지행정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문진영 /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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