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주식회사.....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병원이름들이다. 지난 5월 13일, 복지부에서는 우리 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들 소위 ‘보건의료서비스육성방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자본의 의료기관투자 허용 검토,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의 관계 정립, 병원 중심의 R&D 지원, 병원 중심의 의료클러스터 조성, 보건의료정보화 기반 마련, 의원개업과 병원 관리의사 겸직 허용 등 국가 의료제도 전반에 여러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들이다. 복지부는 이 방안의 첨부자료에서 그간의 의료정책을 ‘국민들의 의료이용의 접근성을 확보했으나, 규제위주의 의료제도로 인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료 선택권 보장이 미흡’했던 정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복지부는 국민들에게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병원투자에 민간자본 참여를 허용하여 병원의 영리법인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건강보험 본인부담 및 비급여항목에 대한 재원조달방안으로서 민간보험의 역할 및 공보험과의 관계를 검토’하여 조만간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처리방침을 민간보험에 맡기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건강상의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그 격차가 대물림까지 되고 있다는 여러 보고들이 나오는 이런 상황에서 영리법인 허용 반대와 아울러 공공의료 강화 그리고 공공보험의 보장성이 취약한 상황에서의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을 분명히 반대해왔다. 위의 것들이 허용될 경우 서민과 저소득층의 소외 심화 및 자본 경쟁에 의한 비정상적인 의료구조 개편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병원자본과 민간보험자본의 공공의료 잠식 등으로 나타날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이는 영국 96%, 일본 36%, 미국 33% 등에 비교조차 하기가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 상황에서 영리법인을 허용하자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과 같이 비영리법인만이 허용되는 상황에서도 과잉진료, 부당청구, 허위청구 등 각종의 편법과 불법이 만연한 것을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결국 영리법인의 허용은 ‘이윤을 최대한 뽑아갈려면 국민들을 대상으로 수단껏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돈을 벌어가라는 것’ 외에 다름이 아니다.

영리법인 허용과 민간보험도입이라는 두 축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갉아먹을 것이다. 병원자본은 자신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약육강식의 논리가 횡횡하는 들판에서 서로 먹히고 먹는 재편 과정을 거칠 것이다. 이는 대형병원의 중소병원 흡수로 나타날 것이고, 전국적으로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대도시 중심의 병원 체계로 편재되어 지역간 그리고 도농간 의료의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다.

결국 이는 병원자본 중에서도 대형자본의 의료 독점화 현상을 가져오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또한 민간보험자본은 영리법인과 보험계약을 맺으면서 환자(보험자) 유치경쟁에 나설 것이고, 정부는 민간보험의 존재로 인해 공공성에 대한 자기 책임을 방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겪지 않아도 눈에 보일 듯한데 과연 정부는 이런 상품시장에서 국민의 생명이 보호될 수 있다고 믿는가? 시장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가진 소수의 계층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는 최근 ‘암부터 무상의료를’이란 슬로건으로 건강보험의 흑자분을 보장성 확대에 쓰자고 제안하고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지난 달 고액중증질환자에 대한 진료비 경감대책을 발표하면서 비급여 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비급여 빅3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식대)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건강보험 체계에서의 비급여 문제는 앞으로 우리 건강보험의 공공성이 어떻게 강화되어야 하는 가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비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반쪽짜리 제도인 본인부담금 상한제의 온전한 가동도 불가능할뿐더러 우리가 제안한 중대상병보상제 역시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하루에 30만원짜리 1인실이나 불법과 편법으로 얼룩져 있는 선택진료비(특진) 그리고 한 끼에 7500원, 8000원, 9000원씩 하는 정체불명의 식대 등은 전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임에도 이러한 것에 대해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하고자 하기는 커녕 ‘병원의 소득보장’이라는 미명 아래 이런 불합리한 지출을 모두 환자와 국민들의 부담으로 지워버리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안이 바로 ‘민간보험의 도입’이다.

우리는 이번 보건의료서비스육성방안에 이런 ‘비급여에 대한 재원조달 방식’으로 민간보험의 역할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한 것에 또 한 번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 결국 복지부가 이야기하는 ‘민간보험의 역할 검토’라는 것은 현재의 핵심 비급여 서비스를 건강보험의 체계 안에서 풀고자 하는 일고의 관점과 철학도 없다는 자기 고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공보험은 전 국민이 함께 참여하여 상호부조의 정신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이런 건강보험이 당연히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고 정책 결정 담당자의 철학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번 발표한 영리법인 허용 방침은 필연적으로 공공보험체계를 뒤흔들고 끝내는 민간보험회사가 의료서비스를 지배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민과 저소득층인 대다수의 국민들은 다양한 의료의 선택권은 커녕 의료 자체의 접근성도 떨어지면서 시장의 비인간적 논리에 자기 생명을 맡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의 의료시장개방 허용, 외국 병원의 국내 유치, 외국 병원에서의 내국인 진료 허용, 영리법인 허용, 민간보험 도입 등 일련의 변화는 그간 노무현 정부가 의료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관점에 천착한 것이다. 국가 리더의 이러한 철학은 최대 이윤을 위해 어디든 들어가길 원하는 자본에게 그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의료 중 의료재료나 의료기기 그리고 제약산업 등에 대해서 과도한 규제를 풀고 자기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서비스’조차도 이런 산업육성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는 교육도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 있고,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대국민 서비스를 해야 할 것이 있다. 의료와 교육은 바로 그런 것들임에도 이런 문제에 대해 자기 철학이 없는 정부는 이 모두를 산업으로 열심히 키우잔다.

우리는 먼저 자신을 위해 어떻게든 이것을 막아야 한다. 전 국민의 4명 중 한명이 살면서 암에 거린다고 한다. 누구든 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또 병든 것이 스스로 자처해서 든 것이 아닌 다음에야 의료는 그런 국민들의 고통을 책임져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병이 들어서 패가망신의 길을 계속 가야 했던 것은 결코 우리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본이 국민의 생명을 자신들의 이윤창출 대상으로 삼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도 없을뿐더러 또 보고만 있을 수도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두고는 양보와 타협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여러 가지로 안 좋다. 답답한 하루하루다. 하지만 어쩌랴. 자본과의 싸움은 영역이야 어떻든 언제나 이랬다. 국민들의 힘으로 돌파해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강주성 /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