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06-11   1707

외국의 기업 사회공헌 추세

기업 사회공헌의 배경

  세계의 많은 선도적인 기업들은 전략적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인 회사의 경영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일류를 지향하는 기업들은 외부의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대가가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기업시민활동(corporate citizenship)의 의무를 담당하고 있다. 즉, 사회적 책임의 한 유형인 기업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적 접근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29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 때이나, 본격적인 관심은 1960년대에 이르면서 급격한 사회 환경 및 사회가치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였다. 세계화와 정보통신의 발달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기업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그 활동범위와 영향력을 확대해 왔고, 기업은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교육 등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기업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감대와 사회공헌 활동이 전 세계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이윤추구라는 본래의 목적 달성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기업 본래의 활동과 사회적 요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가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기업사회공헌 활동의 경향

▪ 지역사회 투자로서의 사회공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이 사람과 그들의 지역사회 및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사회투자 모델은 기업의 사회공헌이 기업과 지역사회 양자의 상호 호혜적 관계로 발전될 수 있을 때 가장 의미가 있고, 특히 소비자로서의 시민들의 호응과 지지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일회성, 일시적인 사회공헌이 아니라 중장기, 지속적인 투자 사업으로 추진되는 경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보잉사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1998년 약 1억8천만 불의 손실을 입었고, 이로 인해 20,000명을 해고하였다. 그러면서도 보잉사는 같은 해에 5,130만불을 사회공헌활동에 투자하였다. 해고된 근로자들이 주로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학교에 1,900만불, 공동모금회에 1,000만불, 문화예술분야에 700만불, 환경단체에 300만불 등을 기부하였다. 그 해 보잉사의 사회공헌백서에는 “우리가 존재하는 곳 어디에서나 우리는 훌륭한 기업시민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보잉사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씌여 있었다.

보잉사가 직원들을 해고시키면서까지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킨 사례이지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례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기업의 본래적 기능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가장 실속 있는 사회적 투자인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최근 보고서는 ‘지역사회투자’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기업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영향과 지역사회가 기업에 기여하는 영향이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을 이루어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이 전개하는 사회공헌활동은 그 자체가 하나의 투자이며, 이는 즉각적인 상품판매 증진효과로 이어진다.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는 기업은 소비자들이 선의의 기업으로 인식할 뿐 만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박애정신을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기업 제품의 구입을 선호하게 만든다. 이처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지역사회와 기업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상생의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공익활동 또는 공익법인에 출연한 비용에 대해 조세혜택을 확대하는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기업이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경우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법을 제정하여 기업의 지역사회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 재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

– 독립재단(Independent foundation)

대체적으로 기업의 소유주나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사재로 설립하는 재단의 형태로서 록펠러 재단이나 포드 재단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며, 가장 근래의 컴퓨터 재벌인 빌 게이츠가 만든 빌 게이츠-맬린다 부부재단이나 미디어 재벌 테드터너가 만든 재단이 여기에 속한다. 한 사람이나 몇 사람의 기부자가 헌납한 최초의 조성금에 의해서 설립되어, 지속적으로 그 기부자나 기부자의 후손에게서 기부를 받아 활동하는 경향이 있다. 독립재단은 기부자 개인의 사적인 재산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기부자의 개인적 성향이나 이념에 따라서 재단의 사업내용이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독립재단의 재정운영 및 사업내용의 선정이 기부자의 모기업의 경영실적이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 기업출연재단(Company sponsored foundation)

기업재단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해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조직화하기 위하여 기업이 후원하는 재단을 설립하는 형태이다. 기업재단은 일반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모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연간 이윤에 기초해서 해마다 또는 정기적으로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는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조세정책의 변화로 기업의 기부활동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고, 기부활동에 대한 면세조치가 취해지면서 기업재단이 설립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됨에 따라, 1960년대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기업 내에 자선재단을 설립하게 되었다.

기업재단의 이사회나 직원은 대개 모기업에 있는 임직원들이 차지하거나 모기업에 있는 사람들로 충원되고, 이들이 지원하는 사업은 기업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며 모기업이 운영되는 지역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 기회창출을 위한 사회공헌

오늘날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이유는 크게 “책임의 논리”와 “기회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은 책임의 논리였다. 즉,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주요 목적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박애적 행위에서 나온다고 보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 특정 목적을 위해 기부하는 것은 자선의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기부를 하며, 어떠한 형태의 반대급부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원 목적은 기부자의 사업적 이익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책임의 논리에 입각한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의 예는 영국 엑슨(Exxon) 정유회사의 ‘엑슨교육재단’을 들 수 있다. 이 재단은 엑슨사의 사업적 이익과는 전혀 관계없는 장학사업과 같은 교육 관련 프로그램에 주로 기부를 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러나 1989년 이 회사 유조선이 난파하여 청정 남극의 해양을 오염시키는 사태가 터졌을 때, 그들이 견지했던 태도를 철저히 후회했다고 한다. 재단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줄 비영리 단체와의 관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 이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기회의 논리”가 강조되고 있다. 이는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상호간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기업들이 자선적 기부를 통해 ‘또 하나의 기회’를 얻는 전략적 사회공헌활동을 추구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마인드를 사회공헌활동에도 도입하여 재정적 효율성과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이와같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목적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목적이 있다는 것은 순수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순수성 결여는 윤리성 결여를 의미하는 것으로 탈세나 변칙증여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의미하며, 목적을 갖는다는 것은 사회공헌을 통해 기업이 발전지향적인 변신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 비영리기관과 연계한 사회공헌

비영리단체들이 재원개발을 위해 영리부문인 기업과 연대하는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를 공익연계 마케팅(CRM: cause-related marketing)이라고 하는데, 서구 사회에서 사회복지기관을 포함한 비영리기관들이 모금을 위해 많이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이는 미국의 American Express Card에서 처음 사용한 방법인데, 회사는 카드 속에 그려져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활용한 판촉을 위해 자유의 여신상 복원사업을 펼치는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개인이 사용한 카드금액의 일정비율을 시민단체에 기부하는 판촉활동을 펼쳤다. 고객이 카드를 한번 사용할 때마다 자유의 여신상 보수자금으로 영수증 금액에서 1센트를 기부하였다. 이 캠페인은 매우 성공적이어서 총 170만불을 모금하는데 성공했으며, 카드의 사용률도 28%나 증가시켰다. 이러한 방식은 기업의 이미지를 높여주어 기업의 상품 판매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동시에 비영리기관의 사업을 홍보하고 재원개발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성공 이후에 많은 회사들이 공익연계마케팅에 관여하게 되었다.

공익연계마케팅은 영리-비영리기관 간에 보다 창의적인 협력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기업과 비영리기관은 상호 중요성을 갖는 이슈를 중심으로 창의적인 캠페인을 벌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캠벨 수프회사가 미국 심장협회와 미국 당뇨병협회와 팀을 이뤄 고콜레스테롤, 고혈압, 당뇨병을 퇴치하려는 우편주문배달 식사를 생산해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도 미국 퇴직자협회와 함께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공익연계마케팅에 대한 비판과 논쟁도 만만치 않다. 공익연계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이윤추구 활동으로서 투자에 대한 보답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선활동을 마케팅의 수단으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다. 또한 자선단체에의 기부를 공익연계마케팅으로 대체함으로서 기업이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American Express의 경우 Shop for Cure라는 캠페인 기간 동안 .재단을 통한 기부는 대폭 줄고 공익연계마케팅 광고에 돈을 더 많이 썼다고 한다. 한편 기업들은 투자에 따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잘 조직되고 지명도가 있는 조직이나 덜 논쟁적인 이슈들만을 공익연계마케팅의 파트너로 선택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지방이나 규모가 작은 곳들은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공익연계마케팅을 협약하는데 있어서 비영리기관은 공익연계마케팅의 파트너를 선택하는 데 신중해야 하고, 단체에 걸맞는 제품의 유형을 제시하는 지침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도 공익연계마케팅을 자선적인 노력과 관련하여 바라보아야 한다. 마케팅보다는 자선에 근거한 장기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 현지화 전략으로서의 사회공헌

기업과 사회 환경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상호작용적인 사회체계를 구성한다. 양자가 서로를 필요로 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국제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에서는 그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기업과 사회는 국제적인 맥락에서 상호 작용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고 진출하면서 현지사회에 정착하고, 현지 사회와의 조화로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들은 외국기업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한 이질감을 극복하며, 현지 정부 및 시민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현지화 전략으로서 사회공헌 활동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현지화 전략으로서의 사회공헌 활동에서는 현지인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회사로서의 이미지 정착이 중요한데, 이를 무시하는 경우 아무리 많은 재원을 투자하는 활동이라도 실패하게 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표준화 작업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다양한 표준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표준화 작업은 환경문제 중심의 지속가능개발지표 개발에서부터 안전, 노동, 기부 등의 문제로 확대되었으며 최근에는 GRI의 지속가능보고서, ISO의 SR (Social Responsibility)표준화 작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책임의 표준화 작업은 표준화의 주체나 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표준화의 주체는 국가, OECD, UN, 국제조직, 비영리조직, NGO 들이 되고 있으며 표준화의 대상은 환경, 노동, 윤리, 사회공헌, 사회적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들의 경우 일부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보고서 제출을 의무화 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UN의 경우 지속가능개발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표준화작업을 해왔다.

외국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규모는 커지고 있고,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전략적인 측면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며, 사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태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개념은 사회공헌을 기업의 경영전략에 통합시키고 있으며 적극적인 투자방식으로 간주되고 있다.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program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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