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암환자의 위기

최성철(암시민연대 사무국장)


대한민국 국민의 사망원인 가운데 1위
매년 10만명의 환자가 발생
2020년에는 사망자 둘중 하나는 이 질환으로 사망할 것이다.


이들은 모두 암에 대한 통계 자료입니다. 이 자료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암은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질환이 되었습니다. 암환자의 수는 통계에 따라 70만에서 100만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암환자들에게는 치료과정에 겪게 되는 각종 부작용을 비롯한 고통 이외에도 많은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암환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런 암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암시민연대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 심리적 어려움
무엇보다 치료비가 가장 어려운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암환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은 심리적 어려움입니다. 진단 시에 받는 충격과 죽음에 대한 공포, 장기간의 치료기간 동안 점점 지쳐가는 환자와 간병인의 마음, 매체를 통해 매일 접하는 죽어가는 암환자의 모습 등 투병의지를 꺽게 만드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심리적인 상황들이 실제 환자의 임상적 치료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 경제적 어려움
암환자는 중증환자로 등록이 되고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일반인보다 많이 받습니다. 본인부담금은 10%정도만 부담하면 되지만, 선택진료비나 최신의 항암제등 비급여 부분이 많아서 실제 본인 부담금은 2000만원에서 1억원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목숨이 걸린 일인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은 무엇보다도 환자를 힘들게 합니다.

- 잘못된 정보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일반인이 구할 수 있는 암에 관한 정보도 그 양이 방대해졌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서 잘못된 속설이나, 이론, 상업적 광고들 또한 증가했고 특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이 그 유혹을 뿌리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각종 보완대체요법에 대한 체계적인 분류와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서 환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얻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렇게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2001년 ‘암환자 가족을 사랑하는 시민연대’(이하 암시민연대)가 만들어졌습니다.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위로하며, 정보를 나누는 모임에서 2003년에는 서울시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변화하였고, 암환자와 가족들이 원활하게 투병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커뮤니티의 제공
선진국의 환자모임은 자조모임(Self Help Group)의 형식을 띄고 있으며 치료의 한 과정으로서 인식됩니다. 자조모임의 참가와 활동이 비약물 처방으로 권유되기 때문에 정부는 그 예산의 일부를 보조해주기도 합니다. 환자모임의 활동이 개인의 질환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만큼 유용한 정보와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환자모임은 대부분 친목위주의 모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정 병원의 홍보를 위한 모임도 있고, 특정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환자모임이 대부분입니다. 질환의 치료를 위해 도움이 되는 정보와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는 원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상황입니다. 물론 국민정서와 시스템이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환자가 원활한 투병을 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전념하는 환자모임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암시민연대는 각 암종별 연령별 모임을 진행하고 그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제공과 심리적 지지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 감성치료 프로그램
병원치료와 병행하여 음악, 미술치료, 웃음치료 등의 감성치료 프로그램은 장기간 투병을 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환자의 투병의지를 북돋우고, 면역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료로 진행되는 감성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환자분들은 보면 도저히 중증질환자로 보이질 않습니다. 누구보다도 밝게 열심히 투병하시는 암환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많은 감동을 주고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십니다.
이외에도 평소 여가활동을 하기 힘든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많은 비정기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고, 캠프나 음악회 등 문화 활동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 환자 교육
누구나 아플 수 있지만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막상 진단을 받고나서 급하게 치료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고민을 시작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고, 심지어 시기를 놓쳐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를 위해 암진단을 받고 나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 병원을 이용하면서 주의해야 할 일, 보험이나 의료사고 대처법, 치료 후 일상생활 복귀와 건강관리의 문제 등 원활한 투병을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여러 강좌를 통해 교육하고 있습니다.


- 불법과장광고, 부적절한 진료행위 등으로 인한 각종 피해구제
아직 암은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에 속하고 암세포를 단번에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암환자와 가족의 급박한 상황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치료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완치를 장담하며 거액의 치료비를 요구하거나, 이것 하나면 암이 완치될 것처럼 광고하는 보완대체요법과 건강보조식품들, 가입할 때는 모든 것을 다 책임질 것처럼 하다가 막상 진단을 받으면 갖은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보험관련 분쟁, 의료사고에 대한 병원과의 법적 분쟁 등에 대해 환자 개인이 대응하기 어려워 피해를 보는 상황들이 워낙 많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암시민연대는 생명을 담보로 열심히 투병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정신적, 경제적 손실을 입히는 상황들에 대한 구제활동과 지원에 힘쓰고 있습니다.


- 상담제공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과 함께 암 또한 지속적인 관리와 교육을 통해 치료율을 향상시킬 수가 있기 때문에 주치의 제도가 상당히 유용합니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암진단의 심리적 충격을 감안하여 어떤 방식으로 암선고를 할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까지 보급되어 있지만 3시간대기, 5분 진료라는 말이 대변하는 우리의 의료 환경에서는 담당의사로부터 질환과 치료계획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기도 힘듭니다.
단순한 병명과 다음 치료 스케쥴만 통보받고 혼란스러워하는 암환자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가능한 치료와 부작용에 대한 설명 등 환자를 이해시킬 수 있는 상담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암시민연대는 각 환자의 현재 상황에 대한 상세한 의학적 소견과 더불어 이미 같은 질환으로 투병한 경험이 있는 선배 환자들의 조언과 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 환자권리활동
또 다른 중요한 활동의 하나는 환자권리 활동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아를 실현하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 기본적인 건강권과 환자권리를 침해당하는 모든 정책과 제도들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환자권리활동은 모든 암환자와 가족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입니다.

최근 암시민연대는 ‘암환자의 위기’라고도 이야기되는 ‘의료민영화’에 관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08년 분명히 의료민영화는 없다고 해놓고 의료선진화, 의료산업화로 계속 말을 바꾸며, 보건 의료 시장을 경제논리를 앞세운 자유 경쟁 시장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계속 시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보건 의료 체계는 충분히 영리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그에 따른 치료비의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파산과 이혼 등 가정이 파괴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보건, 의료 시장에 자유로운 경쟁의 룰을 도입하게 되면 분명히 시장실패가 따르게 되고, 이것은 스스로 자신들의 보건의료체계가 망했다고 표현하는 미국을 따라가는 지름길입니다.

정부와 일부 병원자본, 보험자본 들은 파이를 키운다는 표현을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멀쩡한 사람을 아프게 만들수는 없으니 환자를 늘일 수는 없는 것이고, 결국에는 치료비의 인상만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인데 이 부담은 모두 고스란히 환자의 몫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자는 민영의료보험의 대상이 될 수가 없고, 국민건강보험재정이 악화되어갈수록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돈없는 사람은 아프면 죽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은 뻔한 일입니다.

암환자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의료민영화를 막기 위해 끊임없는 교육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지만 당장의 통증관리에 집중해야하는 암환자와 가족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데에는 많은 제약과 한계가 있어서 어려움이 큰 상황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암센터에서는 각각의 사연을 가진 암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겪게 되는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아픈 사람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일은 타인을 위한 일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질환을 겪게 되고 그 치료과정에서 환자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2020년에는 너와 나, 둘 중 하나는 암으로 사망할 것이라면 누구도 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기에, 암환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일상화되고 사회적 약자로서의 지위를 보장하여 암환자도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바람직한 암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암시민연대는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