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살아가는 시간대에 대해 동일한 관념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 어떤 특정한 서구의 시간대가 온 지구를 뒤덮고 있다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 21세기 첫 10년을 지나 보내고 있다는 감회는 그저 허구에 기반한 것일 수 있다. 게다가 그에 대한 의미 부여는 십년 전 밀레니엄 단위의 전환에 비하면 미약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21세기 첫 10년 한국의 복지를 돌아보며’라는 이번 기획은 단지 2009년에서 2010년으로 넘어간다는 시간의 변화만을 이유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획은 한국의 복지가 처해 있는 암울한 상황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4대강사업으로 뒤덮인 정부 예산으로 인해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감원, 임금동결, 폐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회복지에 관한 담론다운 담론이 제시되지 않음에 따라 ‘사회복지’를 둘러싼 논쟁조차 부재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사회복지에 대한 전망은 고사하고, 정부가 입을 닫으면서 비판조차 쉽지 않다. 지금 상황만 본다면 한국사회에는 변종 신자유주의와 개발시대의 억압적 자본축적 방식의 부활, 그리고 최소화된 복지 이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평가와 성찰이 필요하다. 전망을 갖기 위해서는 더욱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사회복지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21세기 들어 한국사회복지가 걸어온 궤적을 정리하는 것은 한국 사회복지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물론 역사가 반드시 답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답이 바로 지금, 우리 손에 쥐어져 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번 복지동향의 시도는 2000년대의 것으로 한정된다. 그러나 2000년대에 한국사회와 한국 사회복지는 지금 하나의 사이클을 그리며 전개되고 있기에 중요한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 기획의 변에서 언급된 바처럼 ‘21세기 첫 십년은 정치적으로 보아 이 기간은 민주화로 시작하여 반민주화로 끝나가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보아 이 기간은 IMF 경제위기로부터 시작하였으며 역시 그 끝도 경제위기로 지새고 있다. 또한 이 기간의 시작이 복지국가의 본격적 발전을 위한 고군분투로 시작하였다면 이 기간의 끝에는 복지국가 발전 전망이 대단히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복지가 지난 십 년 동안 그려온 궤적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떤 흐름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필요가 있다.
우리가 복지동향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전망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지난 시기 복지 노력의 궤적을 추적하고 재해석하려는 이번의 작은 시도가 교착점에 서있는 한국 사회복지가 돌파구를 모색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