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
정치인들도 사회운동가들도 최근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청년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이다.그것은 2002년 월드컵 응원의 열기에서 조금 의심했지만 결국 2008년 촛불에서 확인했던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말하고자 함일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세대가 한국사회에서 의미있는 사회변화를 추동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서려있다.
88만원세대? 글로벌세대?
현재 청년층을 지목하는 단어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88만원세대’와 ‘G세대(글로벌세대)’일 것이다. 각기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에서 최근의 청년층을 규정하는 단어이다. 어느 한쪽의 규정이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진보와 보수의 시각을 넘어서 이 두 가지 규정은 나름 지금 청년세대의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청년실업문제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었고 이외에도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청년층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어가는데 대학등록금 역시 연간 천만원에 가깝게 폭등하면서 청년층들은 정말 오갈 데 없는 사회 미아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고 볼 수 있다.
청년실업 구성표
(단위 : 천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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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분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
생산가능인구 |
11,243 |
10,953 |
10,651 |
10,368 |
10,141 |
9,920 |
9,843 |
9,855 |
9,827 |
|
취업자 |
4,879 |
4,815 |
4,799 |
4,606 |
4,578 |
4,450 |
4,270 |
4,202 |
4,129 |
|
경제활동인구 |
5,308 |
5,227 |
5,161 |
5,007 |
4,990 |
4,836 |
4,634 |
4,530 |
4,456 |
|
통계상실업자 |
430 |
413 |
362 |
401 |
412 |
387 |
364 |
328 |
326 |
|
실업률 |
8.1 |
7.9 |
7.0 |
8.0 |
8.3 |
8.0 |
7.9 |
7.2 |
7.3 |
|
구직단념자 |
41 |
30 |
17 |
31 |
30 |
32 |
33 |
30 |
33 |
|
취업준비자 |
268 |
297 |
351 |
413 |
417 |
475 | |||
|
쉬었음 |
225 |
258 |
278 |
258 |
245 |
245 | |||
|
실질청년실업자 |
905 |
978 |
1,025 |
1,043 |
996 |
1,051 |
*자료 :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실질 청년실업자 = 실업자+구직단념자+취업준비자+쉬었음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청년실업의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특이하게 취업준비자가 무려 40-50만 명이나 된다. 또한 구직단념자도 몇 만명의 수준이고 그냥 쉬었음, 그러니까 백수라고 표현할 수 있는 청년층도 25만 명에 육박한다. 바로 이들이 대한민국 청년실업의 본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2006년을 경계로 취업준비 청년의 수가 실업자의 수를 넘어서는데 이것은 상당수의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계속하는 것보다 취업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실을 말한다. 노량진이나 신림동의 고시촌, 학원가에 대량으로 몰려있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2000년 이후 청년실업자 및 취업준비자 동향>
(단위 : 천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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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분 |
2000 |
2001 |
2002 |
2003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
실업자 |
430 |
413 |
362 |
401 |
412 |
387 |
364 |
328 |
326 |
|
취업준비자 |
268 |
297 |
351 |
413 |
417 |
475 |
*자료 :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이외에도 대학등록금을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를 2-3개씩 하는 청년들이 적게는 수십만에서 백만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 20대 구직자의 35.4퍼센트가 아르바이트 중이며 이 중 29퍼센트가 아르바이트를 두 개 이상 하고 있다. 정규직 일자리를 못 구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35퍼센트에 달한다. 또한 대다수의 청년들이 계약직, 파견직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 언제부터 대한민국 청년들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을까?
한국 사회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크게 불거진 것은 1997년 IMF 직후였다. IMF 당시에는 청년층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실업난으로 고통받았기 때문에 청년층의 문제만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처음 겪어보는 청년실업이라는 문제는 그간 안락한(?) 중산층의 자녀들로 구성된 특권층 또는 소비문화의 선두주자라고 여겨졌던 20대들이 고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인정케 했다.
먼저 1997년 IMF 사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고학력 청년들이 선호하던 대기업 일자리가 엄청난 숫자로 사라져버린다. 주요 대기업들이 망해버렸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사태를 전후로 하여 한보철강, 삼미, 진로, 대농, 기아, 해태, 뉴코아, 쌍용, 한보, 동아, 고합, 우성, 벽산, 아남, 나산 등의 주요 대기업이 무너졌다. 30대 대기업 중 17개가 무너졌다.
두 번째로 한국의 대학생들이 선호하던 중간 규모의 일자리인 은행권 일자리들이 사라져버렸다. 지방대나 대학서열화 체제에서 중위권 대학들을 졸업해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고 연봉과 근무환경도 괜찮은 편에 들었던 은행권 일자리들 역시 1997년을 기점으로 대규모로 구조조정 된다. 은행권에서만 무려 15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그나마 없어지지 않은 나머지 일자리의 절반 정도는 비정규직으로 다시 채워졌다.
이른바 대졸자들이 선호하던 중간급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그 자리를 어디서 메울 수 있었을까? 1999년 IT업계를 중심으로 한 벤처 열풍은 이러한 상황을 잠시 무마시켜주었지만 2001년 벤처 열풍이 무너지고 나자 이마저도 수월치 않게 되었다. 그리고 2003년 마이너스로 돌아선 ‘내수경제 붕괴’가 오면서 그나마 고졸 청년층의 고용을 담보해주던 서비스업과 자영업마저 무너진다. 이제는 대졸자와 고졸자를 가리지 않고 취업을 위해 똑같은 곳에서 똑같이 경쟁해야 하는 지독한 무한경쟁의 상황이 온 것이다.
학력을 불문하고 모든 영역에서 청년층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나마 최후의 보루는 7급, 9급 등으로 이야기되는 공무원 일자리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마저도 오래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2003년까지 표면적으로는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이유는 1999년 정도를 기점으로 IT업계를 선두로 벤처기업 열풍과 수출호황 속에서 청년실업자의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이 시기에 수많은 청년들이 인턴사원, 계약직 등의 이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로 취업하면서 청년실업자의 수가 증가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실제로 청년층 고용의 질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었으며 이미 이 시기쯤부터 대부분의 청년층은 공기업 또는 공무원 시험 준비로 몰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고용의 질 하락은 청년층만 경험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고용의 질 하락이라는 경험은 전 계층이 함께 경험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시간차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구조조정당하고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환되면서 고용의 질이 하락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정년퇴직을 앞둔, 또는 막 정년퇴직을 한 고령층이 고용의 질 하락을 경험했다. 세 번째는 청년층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쯤에는 이미 모든 곳에서 일자리를 둘러싸고 기성세대가 생존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이 그 치열한 생존경쟁에 끼어들기에는 경험도, 가지고 있는 실력도 너무나 부족했다.
이 생존의 싸움에서 밀려난 20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임용고시 아니면 공무원시험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마저도 외부의 다른 일자리의 질이 9급 공무원보다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무한경쟁의 장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도망칠 데가 없는 20대 청년들이 선택한 것은 안타깝게도 인터넷 게임중독과 다단계, 도박, 자살 등이었다. 88만원세대라는 청년들에 대한 규정은 바로 이런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 지금의 청년세대는 매우 자유분방하고 적극적이며 글로벌하다. 수평적 의사소통에 익숙하고 그들이 다루는 인터넷, IT기술은 전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뛰어나기도 하다. 어느 소설가의 말대로 단군 이래 가장 높은 스펙을 쌓았고 웬만한 액션영화쯤은 자막없이도 볼 수 있으며 인터넷, 실무능력 등은 최고수준에 달한다. 특히 2008년 촛불에서 보여주었던 청년층의 재기발랄함과 역동성은 수많은 사회운동가들을 설레게 할 정도였다. 이런 특성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청년층은 시대의 변화와 분위기에 가장 민감하다. 7,80년대에는 청년층의 이런 특성이 사회운동, 학생운동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이었다면 90년대 중반이후부터는 이 특성이 양면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나는 97년 IMF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논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세대가 되어버렸고(이것이 자의에 의해서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든)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의 발달 등으로 인해 광범위한 의사소통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 등을 갖추게 만들었다. 이 중에서 보수진영이 주목하는 특성은 사실 경쟁논리를 내면화한 전자일 것이고(보수진영은 이것을 글로벌세대, G세대 등의 이름을 붙여 부른다) 진보진영이 주목하는 특성은 틀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기존 체제에 충분히 반항적인(?) 후자의 특성이라 하겠다.
새로운 청년운동의 고민
이렇게 대한민국 청년들이 굉장히 다른 특성을 가진 존재, 그리고 그 이상으로 혹독한 경제적 조건에 처해있게 됨으로써 청년운동은 큰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왜냐면 이전 청년운동이라는 것은 학생운동, 정확히는 대학생운동의 연장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이런 상황은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특히 2000년대를 지나면서 청년들의 처지가 변함으로 인해 청년운동은 달라진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청년층(20, 30대)의 문제가 사실상 한국 자본주의의 노동시장 문제를 중심으로 한 생존권의 문제로 변했으며 이제는 한국 20, 30대의 정치, 사회, 문화적 문제들도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와 동일선상에 놓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청년운동은 더욱더 노동운동의 영역을 고민해야 한다.
2000년대 중반이후 학생운동의 경우는 등록금, 청년실업의 문제에 주력해서 세대를 묶어나가는 운동으로 전환을 모색하였고 과거의 지사적 성격을 띠는 인텔리적 운동에서 더 대중적인 예비노동자 대중운동으로의 전환을 나름 모색하였다.
대학생운동이 예비노동자의 성격을 가지는 운동으로 전환한다면 청년운동은 말 그대로 청년노동자운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되면 청년운동의 조직노선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학생운동이 학생회라는 조합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청년노동운동도 노동조합이라는 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이 적절하다.
청년유니온의 경우 지역의 공통성을 중심으로 한 일반노조의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일반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체불임금 문제해결만을 하지는 않고 오히려 조합원들의 권익을 쟁취하기 위해 주로 대정부 투쟁, 서비스 제공 등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청년노동조합)은 이러한 모델에 기초하여 새로운 청년노동운동을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청년유니온은 청년운동조직이자 청년노동조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일본의 ‘수도권청년유니온’이다. 파견, 아르바이트, 정규직, 기간제 등 다양한 노동조건에 있는 일본청년들을 조직하는 노동조합이다. 주로 노동상담, 구직상담 등을 중심으로 일본정부를 상대로 대정부투쟁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청년유니온이 조직된다면 이보다 더 광범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전망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노동운동과 연계를 잘 맺는다면 이것은 새로운 청년운동이자 노동운동으로서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유니온(청년노동조합)은 바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지위와 역할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당수의 청년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하는 것이 될 수도 있으며 취업을 하지 못해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면 구직급여 지급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할 수도 있다. 정부를 대상으로 청년고용할당제를 요구하는 투쟁을 할 수 도 있다.
새로운 청년운동은 대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의 가교역할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미 노동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인데 특히 노동운동의 경우 고령화수준이 심각하다. 그런데 기존 노동운동은 첫 번째로 정규직 부문에서 신입직원 채용비중이 극히 낮기 때문에 청년들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두 번째로 기존 노동운동이 새로운 청년세대의 요구에 맞는 운동방식을 창출하지 못함으로써 정서적으로도 청년들의 노동조합 참여 유인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로 기존 노동조합은 정규직 중심이고 실제 청년 취업자들은 주로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에 몰려있어 청년 취업자를 제대로 흡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적 조건이다.
지금까지 청년유니온(청년노동조합)이라는 생소하고 조금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조직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청년운동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기존의 운동에서는 청년운동,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 등 각 운동의 영역과 역할들을 나누는 것이 유효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각 운동의 영역과 역할들은 점점 복잡하게 섞이고 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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