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12-10   2462

[동향6]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각국의 재정위기와 대응 방향


주은선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1. 들어가며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가가 시장을 구원하기 위한 주체로 나서는 과정에서 재정위기를 둘러싼 고전적 논쟁이 재현되었다. 우선 재정적자 원인에 대해 한편에서는 과도한 복지 때문이라고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불황과 구제금융, 특히 금융권에 대한 구제금융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재정적자에 대응하기 위한 긴축예산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놓고, 한편에서는 재정적자로 인해 사회보장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운용을 방만한 운용사례로 비판한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 확대가 필요하며, 이는 일자리 창출, 약자 보호, 내수 보호 등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복지지출을 동결할 경우 오히려 사회적 약자가 희생양이 되며, 구매력이 저하되어 성장 동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의 승부와 무관하게 재정문제를 둘러싼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2008년, 2009년에 팽창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던 세계 주요국들은 2010년 가을 일제히 유례없이 큰 폭의 긴축예산안을 내놓았다. 이 예산안에는 공공부문 전반에 대한 대폭적인 삭감과 연금을 비롯한 각종 복지프로그램 축소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긴축예산의 배경이 되는 재정문제 현황과 최근의 긴축예산안에 대해 소개한다.



2. 긴축예산의 배경: 글로벌 경제위기가 선진국의 재정위기로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세계 금융시장 위기뿐만 아니라 재정위기로 형태를 바꾸어 취약한 재정구조를 가진 국가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파생상품시장의 위기가 보험, 일반 투자은행을 포함한 민간 금융시장 전체로 번져나갔고, 이후 국가 재정 면에서 취약하고 금융시장에 의존적인 국가들의 재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재정위기 문제는 이들 몇몇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유는 세입 감소, 그리고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대부분 국가들이 감세와 유례없는 구제금융 지출을 포함한 위기대응 정책패키지를 마련하여 실시하였기 때문이다.
   IMF의 추정(2010.4)에 따르면 G20 국가들의 재정적자 규모가 평균 2007년 GDP 대비 1.7%에서 2009년 9.4%로 약 8% 포인트나 커졌고, 2015년에 가서도 재정적자 규모가 4.9%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더해 대규모 재정적자로 인해 G20 국가들의 정부부채비율이 2007년 77.9%에서 2009년 96.9%, 2015년에는 117.1%로 약 8년 사이에 약 40%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었다(기획재정부ㆍ한국조세연구원, 2010).








<그림 1> 2005-2015년 G20의 평균 재정수지/GDP 추이
자료: 기획재정부ㆍ한국조세연구원, 「최근 경제동향과 정책 방향」, 2010.9


   일례로 CBPB(미국 예산ㆍ정책ㆍ우선순위센터)(2009)에 따르면 미국의 2009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1조 4천억 달러로 GDP 대비 10%에 달하며 이는 2차 대전 이래 최대 규모이다. CBPB는 상당 부분이 부시정부의 감세와 전쟁비용의 영향이라고 하지만, 2008년 10월 부시 행정부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과 2009년 2월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법안(ARRA)의 영향 또한 상당하다. 이러한 국가재정 문제는 공공복지 프로그램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2008년, 2009년 경기부양책 실시 결과 금융시장의 회복세는 빨랐지만 실물경기 회복 속도는 느리고, 재정 압박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나라의 재정적자 규모와 국가채무 규모를 비교해보자.  


<표 1> 주요국의 재정수지 및 국가채무 비율






































































































































(%)



재정수지/명목GDP



국가채무1)/명목GDP


2007


2008


2009


2010e)



2007


2008


2009


2010e)


미국


-2.8


-6.5


-11.2


-10.7



61.8


70.0


83.9


92.4


일본


-2.5


-2.7


-7.4


-8.2



167.1


172.1


189.3


197.2


유로지역











독일


0.2


0.0


-3.2


-5.3



65.3


68.8


77.4


82.0


프랑스


-2.7


-3.4


-8.2


-8.6



69.9


75.7


84.5


92.5


스페인


1.9


-4.1


-9.6


-8.5



42.1


47.0


59.3


67.5


포르투갈


-2.7


-2.8


-6.7


-7.6



71.1


75.2


83.8


90.9


그리스


-4.0


-7.8


-12.7


-9.8



103.9


102.6


114.9


123.3


영국


-2.7


-5.3


-12.6


-13.3



61.8


70.0


83.9


83.1


중국


0.6


-0.4


-2.2




18.3


15.8


18.0



자료 : OECD, 중국인민은행, 노진영 ․ 임춘성, “재정긴축 논쟁(austerity debate)과 전망”, 2010,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종합분석팀, 해외경제정보 제2010-32호 재인용



   문제는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진작이라는 것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초기 개입과 적극적 재정정책 및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실물부문 위기는 지연되고 있지만, 이들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통해 떠받치고 있는 자국 소비 대부분이 중국, 브라질과 같은 신흥시장 상품에 집중되어 경기부양 효과가 반감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신흥국에 대한 수출 확대, 수입 제한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이 벌이고 있는 환율전쟁 배경에는 각국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다시금 환율전쟁, 수출전쟁으로 회귀하고 있는 현실이 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고, 이를 위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 하락을 추구하는 경우 실물경제의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환율전쟁이 실물경제 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지출정책의 지속불가능성으로 인해 한편으로는 무역전쟁이 다른 한편으로는 긴축재정정책이 대두된다.



3, 재정 위기에 대한 대응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는 높고, 추구하는 변화는 급격하다. 이는 급격한 복지지출 축소를 요구한다. EU는 9월 29일 재정적자와 공공부채 상한선을 규정하는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SGP) 개정안을 내놨는데, 재정적자 감축 노력이 부족한 나라에 대해 과거보다 한층 강력한 제재조치를 가하도록 하였다.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맞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회원국에 대해 GDP의 0.2%에 해당하는 액수를 무이자로 지정된 계좌에 예치하도록 하며, 이후 성과가 없는 경우에는 예치금을 벌금으로 징수하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긴축 예산안에는 건강보장 예산 감축은 제외되었다. 달러 시뇨리지와 동아시아의 수출달러의 환류구조를 가진 미국에서 재정문제는 과거에 큰 이슈가 아니었지만, 재정적자 증가가 급격하며 전례없는 규모라는 이유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건강보장 확대에 따른 비용 문제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뉴욕 타임즈, 2010). 공화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건강보장 확충이 중장기적으로 비용 폭증을 낳을 것이기에 건강보장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유럽 등지의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서는 구제금융을 받은 자들에게 증세를 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재정적자에 대한 대응에서 부자들을 위한 구제금융 비용과 빈자들을 위한 사회보장 비용을 대비시키기는 어렵다. 대부분 국가들의 대응 기조는 지출억제뿐만 아니라 수입 확대, 즉 증세 또한 포함하기 때문이다.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서 등장하는 금융자본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기에 연금개혁과 상충적이지 않다. 요컨대 악화된 재정상황과 이번 가을에 나온 각국의 긴축예산계획으로 볼 때 어떤 정책 조합을 통해서든 감세 철회와 함께 사회보장제도의 대폭적인 감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우선 금융위기 직후 각국이 복지지출 확대를 포함한 긴급 재정지출에 나선 것과는 매우 대조된다. 위기 직후 미국은 메디케이드 지원 확대, 실업급여 확대, 그리고 조세감면 확대에 나섰다. 그밖에 푸드스탬프 지원 확대, 임대료 지원, 헤드스타트 프로그램 확대 등이 내용에 포함되었다. 물론 EITC 급여 인상과 실업급여 인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시적 조치였다. 다른 나라에서도 사회보장 급여 인상과 세액 공제나 조세 인하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독일의 경우도 2008년, 2009년 1차, 2차 대응방안을 통해 고용 및 사회안전망 강화정책으로 취업알선활동 강화, 소득세 인하, 의료보험료 인하, 자녀양육보조금 지원 확대 등을 내놓았다(어기구, 2010 참조).
   반면에 금융위기가 진화된 이후에 나온 긴축 예산안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큰 폭의 감축안으로 전 방위적이다. 주요국들의 재정긴축 목표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표 2 > 주요국 재정긴축 목표와 긴축 내용





































국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


주요 긴축 내용


그리스


13.6% →3%(2014)


연금개혁, 공공부문 임금 삭감, 공공사업 축소, 부가가치세인상, 간접세 인상, 공기업 민영화 등


포르투갈


9.4%→4.6%(2011)


→ 3%(2013)


공기업과 지방정부에 대한 재정지원 축소, 고위공무원 급여 삭감, 공공부문 임금 4년간 동결, 부가가치세 인상 등


스페인


11.2%→6%(2011)


→3%(2013)


연금지급액 동결, 육아수당(2,500유로) 폐지, 공공부문 임금 삭감 및 동결, 감원 등


독일


5.3%→3%(2013)


장기실업자에 대한 실업수당, 아동수당 삭감, 국방비 삭감, 은행세 신설, 원자력발전소 과세


프랑스


7.7%→2%(2014)


연금개혁, 공공부문 감원, 세제혜택 폐지, 부가가치세 인상


영국


13.3%→1.1%(2015)


연금개혁, 육아수당 3년 동결, 주거보조금 삭감, 교육지원 삭감, 고위공무원 임금 동결, 공무원 감원과 임금삭감, 부가가치세 인상, 은행세 신설,


미국


10.7%→3%(2015)


한시적 세금감면 동결, 구제금융 수수료 추징 등


자료: 2010.10월-11월자 각종 신문기사 종합하여 재구성.


   이들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보면 2009년 재정수지가 -13.6%에 달했던 그리스, 그리고 독일, 프랑스 등의 EU 국가들은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축소할 계획이며, 미국도 2015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로 줄이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러한 예산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증세와 사회보장제도들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지출 감축 계획은 1-2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기적이다. 즉, 사회보장제도 감축이 단기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축 대상인 사회보장제도는 실업급여, 출산장려금, 육아수당, 주거보조금 삭감, 연금 등 다양하다. 특히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대상이 되고 있는 연금 개혁 내용은 연금수급연령 상향 조정 등으로서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것들이다. 특히 프랑스의 사로코지나 영국의 캐머런 등 우파정권 수반들은 신자유주의 시기 복지 삭감의 명분이었던 근로의욕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4. 나가며


   글로벌 경제위기를 그야말로 한국경제, 한국 복지국가와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는 사안으로 바라보기 쉽다. 1998년 위기를 비롯해 이전에 겪었던 위기들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도 있다.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하지만 국가간 공조에 따른 신속한 대응 때문에 금융시장이 초기의 급격한 붕괴 양상에서 빠르게 벗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재정위기로, 또 무역전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경제는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는 한국의 복지 담론 지형을 근본적으로 규정짓는 조건이 된다. 또한 선진국들이 일제히 긴축예산, 복지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현 상황으로 볼 때 향후의 모델들에 대한 근본적인 재론을 필요로 한다. 물론 주요국들이 일제히 내놓은 일련의 긴축예산안들이 복지국가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장기적으로 두고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예산안에 포함된 복지지출 축소를 위한 제도 변화 내용들이 적어도 중기적으로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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