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난주│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서비스바우처사업이 올해로 오년째다. 사회서비스바우처사업은 민간사회복지기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공급의 책임을 다하던 정부가 재정지원의 방향을 공급기관이 아니라 이용자에게로 돌린 제도다. 이를 통해 ‘이용자 선택-공급자 경쟁’이라는 원리가 작동되고 그 결과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계산이었다. 바우처사업은 한국 사회복지 분야에 “바우처는 시장화의 도구”(지은구, 2008)라는 사회서비스 시장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오년이 지난 지금, 바우처사업에서 선택과 경쟁의 논리가 서비스 질을 높인다는 실증적인 증거는 질적·양적 연구에서도 제출되지 않았고(양난주, 2009; 김인, 2010), 바우처방식이 문제라면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뾰족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다.
필자는 사회서비스바우처 도입이 권리에 기반한 사회복지서비스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 사회복지서비스의 역사적 형성과정과 현재 사회복지서비스 제도적 지형을 고려할 때 사회서비스 바우처를 계기로 형성된 변화는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가장 의미있게 보는 변화는 이용자가 직접 정부에게 서비스를 신청하고 정부가 심사하고 판정하며, 전체적인 서비스 수급과 질관리에 대한 책임주체의 역할을 정부가 수행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에 의한 시장기제의 도입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사고, ‘사회서비스 권리’를 ‘이용자의 선택권’으로 호도하고, 사회서비스의 확대를 일자리 확충으로만 연결시키는 사고 안에서 이러한 합리적 핵심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사회서비스일자리’와 ‘사회서비스산업’ 담론이 사회서비스정책을 압도하는 현재 상황에서 그 합리적 핵심을 어떻게 한국 사회복지서비스 제도 발전의 중심으로 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바우처’의 공식적인 등장은 2003년에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 7항에서였다. 개정 사회복지사업법은 주로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에 대한 규정을 담았던 기존의 법과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와 그 친족 그 밖의 관계인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보호대상자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신청할 수 있다”는 사회복지서비스의 권리를 명시한 법조항이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복지요구 조사, 보호 결정, 보호계획 수립, 보호 실시를 담당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바우처는 맨마지막 ‘보호의 방법’으로 “시장·군수·구청장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외의 자로 하여금 제1항의 보호를 실시하게 하는 경우에는 보호대상자에게 사회복지서비스이용권을 지급”한다고 나온다.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이 제정된 이래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책임을 표시해오던 “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하는 자에 대해 필요한 비용을 보조할 수 있다”는 보조금 규정과 더불어 정부의 재정적 수단으로 추가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1990년대 후반 사회복지시설의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맥락에서 ‘바우처’는 드물지 않게 언급되어왔다. 김영종(2000)은 바우처로 입소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음을 소개하면서 전면적인 권한부여는 힘들고 서비스 부문별로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성택(2001)은 사회복지시설의 인권문제를 다루면서 시설의 전문화와 소규모화를 시설생활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안의 하나로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우처와 같은 선택권을 보장하는 복지서비스 도입”이라고 쓰고 있다. 이를 통해 바우처라는 정책수단이 입퇴소를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다른 자원과 대안없이 낮은 질의 시설보호서비스를 견뎌야 하는 이용자에게 ‘시설을 선택’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다른 생활의 조건을 선택’하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의 의미로 논의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맥락과는 상관없이 2007년 사회서비스바우처는 주로 노인과 장애인, 아동에 대한 재가서비스를 중심으로 실시되었다. 2007년 5월 노인돌보미바우처, 장애인활동보조바우처로 시작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사업은 2011년 현재 9개 사업( 9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장애인활동보조, 산모신생아도우미, 가사간병도우미,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 출산전진료비지원, 장애아동재활치료, i 사랑 보육서비스, 아이돌보미)으로 확대되었다. 2007년 1,330억원이었던 예산은 2010년 4,075억원으로 증가하였고 제공인력은 2007년 3만3천명에서 2010년 12만여 명으로, 이용자는 2007년 4만 7천명에서 2011년 67만 명이 넘을 정도로 확대되었다(<표 1> 참조). 이 뿐만 아니라 2011년 8월에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되고 그동안 지정제로 운영되어오던 바우처제공기관을 등록제로 변경하여 정부 혹시 앞으로의 모든 사회서비스 공급을 바우처방식으로 단일화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표 1> 사회서비스바우처 이용현황
단위(백만원, 명)
사업명 | 2008년 | 2009년 | 2010년 | ||||||
인원 | 정부 보조 | 본인부담 | 인원 | 정부 보조 | 본인부담 | 인원 | 정부 보조 | 본인부담 | |
계 | 599,851 | 285,299 | 10,366 | 1,263,599 | 532,593 | 14,077 | 1,300,760 | 669,759 | 20,865 |
노인돌봄종합 | 21,332 | 27,945 | 3,789 | 15,223 | 27,198 | 3,555 | 34,490 | 76,799 | 4,699 |
장애인활동보조 | 23,946 | 101,628 | 4,278 | 31,636 | 181,524 | 6,900 | 32,691 | 201,676 | 11,213 |
지역사회투자 | 488,569 | 114,667 | 485,221 | 94,254 | 463,650 | 145,741 | |||
산모신생아도우미 | 44,965 | 25,801 | 2,299 | 53,401 | 30,976 | 3,622 | 67,420 | 38,810 | 4,953 |
가사간병방문 | 21,039 | 15,258 | 33,281 | 65,888 | 27,957 | 32,596 | |||
장애아동재활치료 | 18,005 | 29,837 | 31,661 | 54,804 | |||||
언어발달지원사업 | 196 | 119 | |||||||
임신출산진료비 | 626,832 | 102,916 | 642,699 | 119,214 | |||||
주: 지역사회서비스투자, 가사간병방문, 장애아동재활치료사업은 본인부담금을 제공기관에 직접 납부
출처: 한국사회서비스관리원 홈페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서비스바우처사업은 사회복지시설 주도로 공급되던 사회복지서비스와는 다른 성격의 사회복지서비스를 현실화하고 다른 규칙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권리에 기반한 사회복지서비스가 정부의 책임 하에 공급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사회복지서비스는 정부의 직접적인 역할이 최소화되고 민간제공기관의 역할과 민간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더디게 발전해온 사회복지분야이다. 정부는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을 제정하였는데, 이를 통해 사회복지법인이라는 특별법인이 사회복지사업의 민간주체로 법제화된다. 물론 그 이후 사회복지사업의 주체 범위는 확대되어왔지만 아직도 생활시설과 대표적인 지역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인 사회복지관 등의 다수가 사회복지법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지역사회 이용시설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경우, 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되어왔고, 정부는 인건비와 운영비의 일부를 보조해왔다. 민간서비스 제공기관의 사업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기관운영지침과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의 유형을 제시하지만, 서비스 대상자를 선정하고(혹은 발굴하고), 서비스의 내용을 생산하고 전달하는 역할은 온전히 민간기관의 몫이었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부보조금으로 모자라는 기관운영자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민간재단 사업공모나 지역사회의 후원과 기부, 그리고 자원봉사를 통해 해결해왔다.
이렇게 제공되는 사회복지서비스는 민간기관의 선의와 헌신적인 노력이 가지는 의미와는 무관하게 문제적이다. 민간기관으로부터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 이용자는 주로 소득기준으로 정해지고 자원봉사인력 등에 의해 무료로 서비스를 받게 된다. 서비스의 내용과 서비스 제공시간과 계획은 대체로 제공기관 주도로 이루어진다. 서비스 이용자의 요구와 반응이 반영되는 구조는 더디 발전하게 된다. 이 서비스의 성격이 정부의 공적 서비스인지 아니면 자선적 서비스인지 불명료해진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복지서비스의 권리가 존재하고, 정당화되고 발전할 여지는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사회서비스바우처사업을 통해 정부는 직접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들로부터 서비스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 서비스 적격성을 심사하기 위해 심사와 판정의 기준을 만들었고 이 기준은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공적 권위를 가진 정부에 의해 판정되어 이용자에게 직접 부여되었다. 제공되는 기본적인 서비스의 유형과 내용이 제시되고 서비스의 양은 시간으로 표준화되었다.
이용자의 선택권은 통상 다수의 공급자가 존재해고 이 중 하나의 기관을 선택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사실 재가서비스에서 제공기관의 선택을 서비스 질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간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직접적인 서비스 전달자와 이용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과가 만들어지는 재가서비스가 제공기관별로 질적 차이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제공기관 선택을 차치하고서라도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의 내용과 시간, 서비스 인력을 제공기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절차를 갖추게 되었다.
이용자의 선택을 통한 공급자의 경쟁에 의해 서비스 질이 높아진다는 바우처 가정에 의하면 바우처방식의 서비스 공급에서 공급측면에 대한 정부의 질 관리는 불필요해진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바우처사업의 확장과 병행하여 서비스의 질을 관리하려는 정부의 활동이 배가되었다. 정부는 해마다 사회서비스바우처 제공기관에 대한 평가를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바우처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다.
정부가 조성한 ‘바우처사회서비스시장’의 공급자는 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재가복지센터, 지역자활센터 등 전통적인 비영리기관들이 다수이다. 특히 <표 2>에서 보듯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재가서비스는 거의 비영리기관이 제공하고 있다. 물론 장애아동재활서비스, 아동인지서비스 분야에는 영리기업과 사설치료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바우처사업평가나 기관평가결과를 살펴보면 영리/비영리라는 제공기관 유형이라는 요인보다 제공기관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온 기간이나 기관의 규모(영세성), 사업운영인력의 전문성과 안정성 등이 서비스 질과 이용자 만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드러난다.
<표 > 사회서비스바우처 제공기관 유형별 분류
(단위 : 개소, 2010. 12월 기준) | ||||||||||
구 분 | 기 관 수 | |||||||||
총 계 | 돌봄 서비스 | 기 타 | ||||||||
소 계 | 가사 간병 | 노인 | 산모 | 장애인 | 소 계 | 장애아동 | 지역 사회 | |||
유 형 | 총 계 | 4,424 | 2,088 | 309 | 1,001 | 250 | 528 | 2,336 | 770 | 1,566 |
영리 | 1,105 (24.9%) | 156 | 3 | 27 | 120 | 6 | 949 | 343 | 606 | |
비영리 | 3,316 (74.9%) | 1,929 | 305 | 972 | 130 | 522 | 1,387 | 427 | 960 | |
국가 및 지자체 | 3 (0.2%) | 3 | 1 | 2 | 0 | 0 | 0 | 0 | 0 | |
그동안 한국에서 사회복지서비스의 확대는 민간제공기관의 유형과 수가 늘어나는 것과 동일시되었다. 정부의 간접적 책임성과 민간의 재량적 전문성에 근거한 이 방식은 현대사회의 사회적 욕구에 대한 제도적 대응으로서의 사회복지서비스의 효과성과 형평성, 접근성 등의 원칙적 발전방향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은 사회복지서비스 욕구에 대한 일차적 대응(서비스 신청)의 창구를 정부가 할 수 있고, 하는 것이 이용자의 권리와 서비스 공급의 형평성을 갖추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바우처라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이 직접 구사되었기 때문에(민간제공기관을 매개로 간접적으로 이루어졌던 이전이 비해) 이루어진 일이다. 서비스에 대한 권리는 이용자 개인에게 직접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충족하는 서비스의 생산과 전달은 지역사회의 실정과 서비스 유형에 따라 바우처, 서비스 구매계약, 보조금 방식 등으로 자유롭게 구사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핵심적인 출발은 이용자의 권리와 서비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직접 담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모든 사회복지서비스를 바우처방식을 통해 공급하려고 하는 편향이다. 또 정부가 지원하는 바우처서비스가 최소한의 마중물이 되어 사회서비스산업이 육성되면 정부의 재정부담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비현실적인 기대이다. 덧붙여 정부가 조성한 사회복지서비스 시장에서 정부가 정한 서비스 단가와 서비스 제공기준에 맞추어 정부가 정한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민간제공기관들과 서비스노동자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라며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이다. 이러한 점들이 사회서비스바우처사업을 통해 한국의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정부가 이룬 중요한 성과를 가리는 정부의 자충수가 되고 있다.
참고문헌
김영종(2000) “한국 사회복지조직들의 혁신을 위한 과제와 조건”. 『한국사회복지행정학』 제2호, pp.75-102.
김인. 2010. "사회서비스 전달에 있어서 바우처 제도의 시장 경쟁성과 수급자 선택권이 서비스 질에 미치는 영향." 『한국행정논집』22(2):397-425.
양난주(2009) “노인돌보미바우처 정책집행분석-선택과 경쟁은 실현되는가?” 『한국사회복지학』61(3):77-101.
임성택(2001) “사회복지시설의 인권문제”. 『한국의 사회복지와 인권』 pp.183-147.
지은구(2008) “바우처와 사회복지서비스: 복지서비스의 확대인가 퇴조인가”. 『월간복지동향』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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