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숙인의 존재와 배제

 

김진미 | 열린여성센터 국장 


거리에서 신체적 폭력이나 성적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여성노숙인의 소식이 간혹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노숙인을 응급하게라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은 미미하기 그지없어서, 남성들을 위해 응급숙박과 탈노숙을 위한 상담이나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상담보호센터’가 여성을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한 곳도 운영되지 않는 어이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수년간에 걸친 지난한 문제제기 속에서 현재 여성을 위한 응급보호 대책은 겨우 거리현장의 서울역상담소 내에 임시로 자그마한 방을 하나 마련하여 숙박하게 하고 아침이면 다시 거리로 내보내는 수준이다. 

 

존재를 외면당하는 여성노숙인

여성노숙인쉼터에서 일하며 만난 일반 시민들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여성들도 노숙을 하느냐는 물음이다. 그만큼 여성노숙인들의 존재는 사람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듯하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문제이다 보니 노숙인에 대한 사회 대책 및 주요 정책에서도 여성들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이를테면 노숙상태나 노숙위기의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이랄 수 있는 쉼터의 분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쉼터에서 일을 하다 보면, 월세를 못내 쫓겨나서 혹은 집에서 지낼 수 없는 가정문제가 생겨서 집을 떠나 당장 갈 곳이 없는 여성이 지방에서 도저히 쉼터를 찾지 못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며 지낼 곳이 있느냐는 절박한 전화를 심심치 않게 받곤 한다.

 

말하자면 여성의 노숙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있는 줄도 모르는 문제이거나, 극히 소수여서 별도의 사회적 대책을 마련할 만한 문제로 취급되지 못하였다. 실제, 공식 통계의 희박함이나 부실함을 고려하더라도 여성노숙인의 수는 남성에 비해서도, 또 절대적 수치로도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의 조사 중 하나인 2010년 전국홈리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의 수는 전체 노숙인구의 5% 내외로 확인되는데, 일주일 간격으로 두 번 조사된 거리노숙인 집계 결과에서 남성이 1,398명~1,450명인데 비해 여성은 85명~65명 정도였다. 2011년 8월의 도시연구소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전국의 거리노숙인이 2,689명인데 이중 여성은 201명으로 7.5%에 해당한다. 

 

여성노숙인의 숫자가 가리고 있는 현실

하지만 ‘여성노숙인의 수가 적다’는 사실은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여성의 노숙은 쉽게 발견되기 어려운 특징을 갖는다. 노숙인이라고 하면 흔히 주요 공공역사나 지하도에서 잠을 자거나 생활하는 사람들을 떠올리지만, 이런 곳 말고도 일반적인 주거지라 할 수 없는 곳에서 잠을 청하거나 생활을 이어가는 광범위한 의미의 노숙인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에는 거리생활이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주거 위기 상황에서도 되도록이면 거리숙박을 피하려고 하고, 설혹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여간해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노숙인쉼터에 입소한 여성들에게 쉼터 입소 직전에 어디에 있었는지를 물어보면 노숙인을 찾아가는 거리상담아웃리치 활동으로도 잘 드러나지 않는 장소를 얘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면 많은 여성들이 노숙 위기에서 공공장소의 화장실에 숨어들어가거나 으슥한 빌딩이나 공원의 외진 곳, 병원, 예배장소 같은 곳을 찾는다. 즉, 여성노숙은 흔히 ‘비가시적인invisible’ 특징을 갖는다. 그러니 주요 노숙지역에서 잠자는 사람 중심으로 노숙인을 헤아리는 것만으로는 노숙상태에 있는 다양한 여성들의 규모를 제대로 잡아낼 수가 없고, 설혹 조사지역이나 범위를 늘린다 하더라도 찜질방이나 기도원 등의 여성에게 접근하여 이를 파악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느날 하루, 한 시점에서 주요노숙지역에서 잠자는 노숙인의 수와 쉼터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의 수를 세는 현재 정부의 노숙인 일시집계방식은 노숙인의 수, 특히 숨어있는 여성노숙인을 과소추정할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한 시점에서 발견되는 여성노숙인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은 노숙인의 숫자를 다른 방식으로 추계해 보더라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거리에서 발견되는 여성노숙인 일시집계 결과와 년간 새로 발생하는 여성노숙인 규모는 차이가 있어서, 일시집계 때 여성노숙인의 수가 전체의 7% 내외인데 비해 매해 새로 노숙인 복지서비스에 진입한 수치로 추정하는 년간 신규 여성노숙인의 수의 비중은 10.5%를 상회한다. 노숙인쉼터가 늘어났던 2002년~2004년 사이에는 신규 여성노숙인의 비중이 14%~20%에 육박하기도 하였다.

 

 

<서울지역 연도별 신규 등록 여성노숙인 현황>

년도

전체등록자수(명)

여성수(명)

비중(%)

1998

4,376

143

3.3

1999

6,128

262

4.3

2000

3,021

211

7.0

2001

2,387

244

10.2

2002

2,430

509

20.9

2003

2,302

287

12.5

2004

2,178

306

14.0

2005

2,969

420

14.1

2006

2,623

374

14.3

2007

2,941

404

13.7

2008

2,952

359

12.2

2009

2,036

310

15.2

2010

2,383

290

12.3

합계

38,726

4,119

10.6

출처: 서울시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 DB(2010년말 현재)

 

즉, 여성노숙인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서비스가 생기면 그만큼 가시화된다. 역으로 말하면 현재 여성노숙인의 수는 서비스의 협애함 때문에 억제되고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들의 경우 마땅한 주거대책이 없고서는 설혹 집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린다 하더라도 집을 떠나기 쉽지 않으며, 적절한 숙소가 없어 찜질방이나 기도원을 전전하더라도 거리로 나서기는 힘들다. 따지고 보면, 광범위한 노숙여성을 위한 공식적 시설의 절대적인 부족은 서비스 욕구와 필요는 가지고 있되 현재 서비스망에 진입하지 못한 여성의 문제를 더욱 ‘보이지 않게’ 만들어 버린다. 

 

배제의 악순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여성노숙인의 수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하게 되며, 그래서 기초적인 보호대책조차 부실하니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심각한 주거불안 상황에서도 여성들은 서비스 욕구를 표현할 기회에서 배제되고, 더욱더 소수가 된다.

 

무엇보다 근본적 점검이 필요한 사실은, 여성노숙인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다 치더라도, 적은 수라고 하여 거리에서 기본적인 생존과 성적 결정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정당한가라는 점이다. 과연 그 수의 많고 적음만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모두 판단해버릴 수 있는가.

 

본질적으로 여성의 노숙은 극심한 가난, 가정으로부터의 폭력이나 외면, 건강상의 문제, 사회서비스로부터의 소외 등 여러 문제가 중첩된 결과이다. 더욱이 여성 노숙은 노숙인이 겪는 고통에 더한 특별한 어려움을 갖는다. 예를 들면, 빈곤의 여성화가 심화되고 가정폭력을 비롯한 가족갈등이 더욱 빈번해지는 가운데 여성들은 여전히 가정내 권력이 미약하고 취약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 노숙이라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겠지만 여성들은 노숙세계에서도 성적, 신체적 폭력의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노숙을 탈피하는 과정에서도 아동을 동반한 여성노숙인은 경제적 자립을 만들어가고 독립생활을 유지하는 데 불리하다. 전통적인 성역할에 따른 여성 고용에서의 차별, 아동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모자가정 가구주의 이중고 등 여성의 경제사회적 불안정성은 이들의 주거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빈곤한 여성 일반이 경험하는 사회적 배제라는 전제 위에서 여성노숙의 소수성, 비가시성은 또다른 배제의 원인이 된다. 무엇보다 그 수가 적으니 비중있는 정책대상으로 주목받기 힘들다. 작년 8월 도시연구소의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리생활을 하는 여성노숙인은 비록 소수이더라도 전국에 걸쳐 고루 발견되고 있는데 비해서, 여성을 응급보호하기 위한 상담보호센터는 전무하고, 노숙인쉼터조차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설혹 부산과 광주에서 노숙 상황에 놓인 여성과 아동이 있다면 그들은 무임승차를 해서라도 서울에 올라와야 그나마 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여성을 위한 전용 상담보호센터가 없으니 여성들은 안전한 잠자리를 보장받기 힘들고, 노숙의 위기에서 안전한 서비스에 접근할 통로가 넓지 않으며, 또 노숙을 탈출할 정보를 얻는 데도 훨씬 불리하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여성노숙이 본질적으로 숨겨져 있거나 잠재되어 있다는 특성 때문에 늘 여성노숙 문제는 실제보다 저평가되곤 한다. 

 

한편, 여성노숙인들은 오랜 물리적,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이 깊어지는 등 정신건강상 취약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거칠게는 여성노숙인의 반 정도는 정신건강상의 문제를 갖고 있는데, 때문에 여성노숙인의 상당수가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경험하는 배제 현상을 고스란히 경험하게 된다. 정신질환이 있으니 쉼터에 입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자신을 보호하는 더 좋은 대안이 무엇인지 판단하기 힘든 상황에서 거리에 훨씬 더 많이 적체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거리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에 대한 특별한 보호대책이 없으니 정신장애를 가진 여성노숙인은 더욱 노숙인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여성노숙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대책은 

여성은 노숙에 이르는 과정, 노숙상황, 노숙을 탈피하여 자립하는 과정에서 일관되게 우리사회 성차별구조의 영향을 받고 있다. 2010년 서울시의 노숙인 지원정책 성별영향평가에 따르면, 남녀 노숙인은 노숙의 원인, 주요 노숙지, 노숙 경험으로 인한 어려움, 노숙 상황에 성별 차이를 보인다. 거리 여성노숙인은 경제적 어려움(46.7%)과 함께 가족문제(43.3%)가 주된 원인이며, 쉼터 입소 여성노숙인 역시 가족관계의 어려움이 주된 노숙 원인이다. 거리의 여성노숙인은 의식주와 경제적인 어려움 외에도 폭력으로부터 위험(6.7%)을 어려움으로 꼽고 있으며, 자발적 거리노숙 선택 외에도 쉼터에 대한 정보부재로(26.7%) 거리노숙을 한다. 또한 쉼터에 입소한 여성노숙인은 아동을 동반한 경우(27.3%)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이는 노숙인을 동질적 경험과 욕구를 가진 집단으로 보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성별 특성이 정책의 주요변수로 고려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노숙인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한 정책, 특히 여성노숙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정보접근성이 낮고 폭력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거리의 여성노숙인 응급보호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여성노숙인을 위한 정부의 응급보호 대책은 지나치게 소홀하였다. 지난한 문제제기 끝에, 이제 6월8일부터 시행되는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의 시행령, 시행규칙상에 여성노숙인 전용 일시보호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삽입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명백한 책임으로 명시되지 않는 한, 소수의 여성노숙인 문제는 언제나 긴급성과 예산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위험이 있다. 적어도 위기의 여성을 보호하는 기초적인 인프라 마련에 대해서는 정부의 책임을 명백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여성노숙이 발생하는 전국 어디에서라도 그 수가 몇 명이든 안전한 곳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호시설, 쉼터, 긴급주택 등의 인프라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민간의 활동 역시 여성노숙인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성노숙인에게 접근하기 위한 전담 아웃리치 활동을 정례화하고, 특히 정신건강상 취약성을 가진 여성노숙인과의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소수 여성의 문제에 보다 민감할 수 있는 실무자교육도 중요하다.

 

여성노숙인의 경우 아동을 동반하고 있기도 하다는 점 또한 중요한 고려 대상이어야 한다. 노숙인쉼터의 환경을 이용자 친화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동을 동반한 여성에게 보다 친화적인 물리적,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에는 아동을 위한 놀이 공간 등에 대한 여성들의 욕구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시설운영 지침에서 성별, 장애유형별 시설설치 기준을 구체화할 때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탈노숙과 자립을 위한 대책에서도 여성의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정신건강상의 어려움을 가진 여성노숙인에게는 기존의 보호적 일자리만으로는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없다. 2010년의 남녀 노숙인의 일자리 참여 현황을 보면, 여성은 남성(65.8%)에 비하여 일자리 참여비율이 낮다(60.9%). 또한 남성이 고임금 건설일용직(43/2%)에 참여하는 데 비해 여성은 상대적으로 저임금 일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시설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경우, 아동양육의 이중부담이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남성은 위업지원과 신용회복 지원에 대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고, 여성은 동반아동을 위한 지원 요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서울시가 진행하는 노숙인의 ‘일자리 갖기 사업’ 같은 정책을 보더라도, 여성, 장애, 고령 등 노숙인의 다양성을 고려한 일자리 발굴이 필요하며, 근무 조건의 유연화, 일자리 안정성 확보를 위한 양육지원 계획 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사실 노숙인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정기적이고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더불어 여성노숙인의 규모를 파악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이후 노숙인데 대한 정기적 실태 파악은 정부 정책대상의 규모를 추산하기 위한 기초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여성노숙인 현실과 관련하여 유념할 것은 이러한 조사과정에서조차 여성이 배제되는 현실을 반복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여성들의 노숙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정기적 조사계획이 필요하다. 성별, 노숙유형별 현황과 인구학적 사항, 성별 노숙원인과 경험 등 노숙인 실태파악을 통해 성별 기초통계를 구축하고, 이를 위해 서식도 변경할 필요가 있다. 노숙인 지원정책에 성별통계를 활동하고 이에 기반을 둔 성인지 예산수립이 필요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여성의 노숙문제는 숫자의 문제로 접근되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안전을 위한 반폭력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어야 하고,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한 보호대책, 인식개선, 활동지침이 필수적이다. 더 이상 안전한 잠자리조차 찾지 못하고 떠돌거나, 집이 무서워 차라리 공공역사를 찾거나, 혹은 거리에서의 안전을 담보받으려 화장실에 숨어야 하는 끔찍한 현실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