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공직윤리 2002-07-19   1407

삼성전자 기반기술연구소 국가예산 230억 낭비의혹

샘플테스트 없이 제품생산, 과기부에 결함보고 안해

거액의 국가지원금이 투입된 국책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연구소가 연구과정에서 생산된 샘플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샘플의 불량검사나 성능시험없이 10억 원 상당의 초전도도체 본제품 생산을 강행하여 총 230억의 국가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한 민간연구소가 이러한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부에 보고하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이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개발과제인 KSTAR 프로젝트 중 세부과제인 “초전도자석 계통 개발·제작과제”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삼성전자 기반기술연구소는 KSTAR 핵융합 장치의 초전도자석용 초전도도체의 연구과정에서 생산된 샘플외형을 살펴본 결과 규격미달, 용접불량 등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샘플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대안을 마련하고 시험검증을 거친후에 본제품을 생산해야 되는데, 삼성전자 기반기술연구소는 이를 무시하고 본제품 생산을 강행, 23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가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용접 상태가 불량한 것을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산배정 받기 위해 결함있는 제품 제작 강행

2000년 6월 삼성전자 기반기술연구소는 초전도도체 샘플작업을 마쳤다. 이미 이때 제품에 대한 결함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자인 K박사는 초전도 자석계통 개발·제작에 배정된 2000년도 예산 116억 원을 배정받기 위해 실패가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본제품 생산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초전도도체의 경우 그 공법상 이미 생산된 제품은 추후 수리가 불가능하므로 샘플을 제작한 후 문제가 발생되면 이에 대한 보완을 하고, 또한 샘플 성능 검증을 거친 후에 본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보완절차나 성능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제품생산을 계속하고 있어 엄청난 국가예산의 낭비 의혹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참여연대가 공개한 도체사진을 보면 현재 생산된 초전도도체는 내부 용접상태가 고르지 않고 일부는 아예 용접이 되어 있지 않은 부분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한 관계자는 초전도도체 내부의 용접상태를 확인하고 “도무지 삼성전자 기반기술연구소에서 생산되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조악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도체가 초전도성을 띠기 위해서는 영하 268도의 극저온과 3만 암페어 이상의 전류, 그리고 수십 톤 이상의 중량을 견뎌야 한다.

참여연대는 “초전도도체의 용접이 불량할 경우 실제 운영과정에서 도체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나고 극저온 냉동상태를 유지할 수 없어 정상적인 작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이로 인해 8년동안 248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한 핵융합연구사업 자체가 좌초할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삼성전자 기반기술연구소의 예산낭비의혹에 대해 핵융합사업 관련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에 대한 질의서를 발송하는 한편, 의혹이 해결될 때까지 다음해 예산의 집행을 보류해 줄 것을 과학기술부에 요청했다.

연구책임자, “테스트 할 시간 부족했다” 주장

삼성전자 기반기술연구소의 K박사는 현재 생산되고 있는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K박사는 “최초 생산된 샘플에서 규격미달, 용접불량 등의 결함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비용을 투입해 공정을 변경함으로써 현재는 전혀 결함이 없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샘플에 대한 성능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본제품을 생산한 이유에 대해 그는 “아직 이 부분이 기술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샘플성능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테스트를 전부 거치고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다”고 항변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최초 샘플에 대한 결함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 “연구중에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과기부에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러 가지 리포트와 보고서를 통해 관련 전문가와 학계에 알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2480억이 투입되는 연구에 샘플테스트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것은 연구의 준비부족을 자인한 것이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라고 지적한 후, “또한 국책사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과기부에 보고해야지 학계에 보고하는 것만으로 의무를 마쳤다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핵융합 연구개발사업단 KSTAR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 L단장 역시 삼성전자 기반기반기술연구소의 도체제작과정에 결함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여 예산낭비를 방조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L단장은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어떤 연구과제에서도 제품생산 시 불량이 발생할 수 있고, 그밖에 여러 가지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초전도도체뿐 아니라 기타 장치들을 결합해 핵융합로를 만들어 곧 성능 테스트를 할 것이다”며 결과를 기다려 줄 것을 당부했다.

초전도도체의 결함문제와 예산낭비 의혹에 대해 과학기술부는 “사안에 대해 아무런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학기술부 기초과학지원과 정기열 과장은 “국책사업을 위탁받은 업체는 연구과제와 관련되어 결함이 발생하면 과학기술부와 담당부서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히며 “업체가 결함사실에 대해 고의로 보고를 누락하였다면 결함정도에 따라 지원금 축소, 중단, 책임자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국책사업을 위탁받은 민간연구소의 보고의무를 강조했다.

삼성전자 기반기술연구소가 주관하고 있는 “초전도자석”은 핵융합연구개발사업 중에서도 핵심과제에 속한다. “초전도자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초전도도체에 결함이 있을 경우 전체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 있고, 제품제작 단계에서만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므로 철저한 시험검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기반기술연구소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KSTAR 프로젝트란?

수소와 같이 가벼운 원소들의 핵들이 서로 결합하여 헬륨과 같은 좀더 무거운 원소의 핵을 형성하는 과정을 핵융합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핵융합과정에서는 질량결손에 의해 막대한 열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핵융합 반응의 실현을 추구하게 되었다.

1950년대 초반, 미국과 구소련은 텔러 박사와 사하로프 박사의 주도 하에 핵융합 반응을 응용한 수소폭탄 개발 계획을 비밀리에 진행했다. 이와 함께 핵융합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인공태양계획’연구도 이루어졌다.

이러한 핵융합에너지는 고갈되어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평가될 뿐 아니라 방사능 유출이 아주 적어 폐기물처리 등 환경문제도 일으키지 않아 각국에서는 이를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집중적인 연구를 시작한 미국, 유럽, 일본, 구소련 등은 핵융합장치를 건설하였는데 현재 일본의 JT-60U, LHD장치 및 유럽연합의 JET장치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연구장치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95년부터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핵융합연구개발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핵융합 연구개발 사업은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장치로 이름 지어진 차세대 초전도 토카막 장치(핵융합로)의 개발·설치와 이 연구장치의 운영을 통한 핵융합 연구와 기술의 확보, 나아가 세계적인 핵융합로 개발에 동등한 자격으로의 참여 등을 중간목표로 하는 3단계 계획으로 수립되어 있다.

이에 따라 KSTAR장치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KSTAR 프로젝트라 한다.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총 14개 기관 150명이 참여하고 있고 2004년까지 총 248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초대형 연구과제이다. KSTAR 프로젝트중 삼성전자 기반기술연구소가 주관하고 있는 “초전도자석 계통 개발·제작과제”는 핵융합과정에서 입자를 가둬 놓기 위한 자석을 생산하는 과제로 핵심과제 중 하나에 속한다.

본 내용은 참여사회 8월호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한태욱



2244_f0.hwp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