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1998-07-14   1196

[기자회견] 참여연대 시민로비단 발족 기자회견

1. 참여연대(공동대표 김중배·김창국·박상증)는 7월 14일(화) 오후2시, 참여연대 중강당에서 “부패방지법 입법방향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2. 이날 토론회에서 ‘부패방지법 입법방향’에 관한 발표를 한 박원순변호사(참여연대 사무처장)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공익정보제공자호보호제도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와 관련하여 “공익정보제공자보호제도가 공직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릴 폐해가 있을 수 있다고 일부 반대하는 의견이 있으나, 제보를 기명으로 하고 제보의 처리기관을 감사원으로 지정하는 규정을 둠으로써 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못박았다.

또한 “부정부패에 대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은 꼭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검찰과 감사원이 반대하고 있으나 부패추방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조직이기주의적인 발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구조화된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부패방지법의 제정, 강력하고도 일관된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3. 이번 토론회의 사회는 이은영교수(외대 법대)가 맡았으며, 국민회의 유재건의원, 한나라당 안상수의원, 감사원 강무치 법무과장, 법제연구원 이종영박사, 참여연대 신광식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실행위원장이 토론에 참가했다.

[발제문 요약]

부패방지법의 두 입법안 – 국민회의안과 참여연대안

[참여연대]부패방지법안의 특징

– 부패문제에 대한 전문적이고 총체적인 대응 → 단일법으로 개별법들을 통합

– 공직자윤리법의 맹점 극복 → 기존 공직자윤리법에 공직자의 업무외 소득제한, 이해관계직무로부터의 제척, 금지되는 선물의 내용과 처리절차, 부정공직자의 취업제한 등 구체적인 조항 추가

– 공익정보제공자보호제도 도입

– 돈세탁방지제도의 도입

– 부정부패의 적발과 필벌 요구 → 부패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 부패공직자에 대한 공직 및 사회복귀 배제, 범죄수익의 철저한 몰수, 부정을 묵인한 상관의 처벌, 사정담당 공무원범죄의 가중처벌 규정 삽입- 강력하고 독립적인 사정기구 창설 → 대통령 직속의 수사기구

[국민회의]부패방지법안

– 현행 공직자윤리법,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내부고발을 한 자의 보호, 자금세정규제, 예산부정방지 및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설치에 관한 규정 신설

– 참여연대안과 대체로 유사성을 띠고 있으나 국민회의 법안의 경우 에산부정방지 항목 추가. 납세자들이 에산부정에 관하여 감사원에 조사를 청구할 수 있고, 감사청구인의 기여도에 따라 보상금 지급할 수 있도록 함

두가지 큰 쟁점

공익정보제공자보호제도의 도입문제

– 공익정보제공자보호제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그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도입할 경우 공직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고 공직사회의 기밀사항이 외부로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는 우려에서 기인

– 그러나 감사원을 제보의 청구기관 및 처리기관으로 지정하고, 제보를 기명으로 하게 하고, 1차적으로 소속기관의 내부에서 시정노력을 하도록 부과함으로써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 부패근절의 최대의 장애물은 독립되고 공정한 수사기관의 부재였기 때문에 별도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 필요

–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일종의 특별검찰부로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반면 종래의 검찰은 하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게 됨으로써 불만이 적지 않을 것이나 부패추방의 실효성을 위해서 조직이기주의적인 발상은 버려야 함

새정부와 부패방지법의 미래

부패방지법 제정 전망이 어두운 이유

– 대통령이 공직자기강확립법으로 만들라고 지시함으로써 내부고발자보호제도, 돈세탁방지 제도 등을 포함한 부패방지법의 명확한 내용과 체제가 약화될 수 있는 점

–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에 대한 검찰, 법무부, 감사원의 반대 – 야당의 반대

경제위기와 부패방지법의 제정

– IMF 경제위기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한국사회의 광범위한 부패현상- IMF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우리사회의 부패현상을 제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구조화된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부패방지법의 제정, 강력하고도 일관된 시행이 필요

발제문 : 부패방지법의 입법방향

박원순(변호사, 참여연대사무처장)

1. 서론

김대중당선자의 취임준비를 위한 대통령직인수위의 100대 개혁과제 안에 부패방지법 제정이 빠졌을 때 적지 않은 비판이 일었다. 새 정부가 부패추방과제에 대해 지나치게 무관심하지 않는가 하는 점 때문이었다. 최근 김대중대통령이 국민회의 간부들과의 주례보고에서 부패방지법 제정을 지시하였을 때 그러한 비판과 의구심이 가시는 듯하였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적어도 그동안 시민단체가 주장해 온 부패방지법의 골격이 적어도 관철되는 듯 하였기 때문이다. 그당시 대통령은 내부고발자보호제도의 도입과 비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러한 비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검찰내에 설치한다는 보도가 남으로써 사실상 독립적인 특별수사부의 체제를 예상한 입장에서는 배신감까지 느낄 정도가 되었다. 더욱이 최근 김대통령이 행정자치부의 업무보고 때 부패방지법을 공직자기강확립법으로 만들어보라고 지시함으로써 김대통령의 부패방지법 제정의 의지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부패방지법안은 현재 국민회의안과 참여연대안 두가지가 제출되어 있다. 두가지 모두 종합적인 부패방지법안으로 여러 반부패 관련제도를 통합하여 하나의 단일법으로 기초한 특징이 있다. 더구나 그 내용도 비슷하여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단일법 체제에 대하여 이견도 없지는 않으나 대체로 이에 대하여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하여 공직자윤리의 강화, 돈세탁방지제도 및 내부고발자보호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정도로 그 절박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에 대해서는 통상의 검찰조직 외에 옥상옥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이러한 일부 쟁점과 이론, 앞으로 그 두법안의 상호 조정과 보완이라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부패방지법 제정은 하나의 대세가 되었고 이 시대의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2. 부패방지법의 두 입법안 ; 국민회의안과 참여연대안

참여연대는 1996년 1월 9일 부패추방과 그 예방을 시민운동의 차원에서 벌여나가기 위한 맑은사회만들기본부를 출범시켰다. 김창국변호사를 본부장으로 한 이 부서는 당시 김영삼정부가 초기 강력한 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갈수록 부패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부패척결없이는 한국사회발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설치되었다. 그 이후 참여연대는 1월 24일 그동안 여러 법률전문가와 행정학자등이 다듬어온 부패방지법(안)을 발표하였다. 이 법안이 그 당시 표방했던 특징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첫째, 부패문제에 대한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대응이었다. 즉 당시까지 존재하던 개별법으로는 효과적인 부패추방장치가 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단일법으로 개별법들을 통합하고 새로운 부패예방제도들을 도입, 묶은 것이었다.

둘째, 공직자윤리법의 맹점을 극복한 것이었다. 당시 시행중이던 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 및 공개제도, 청렴의무규정, 외국인으로부터의 선물신고, 취업제한에 관한 규정 등을 두고 있었으나 대체로 실효성없는 규정이 많았다. 이러한 규정들에 첨가하여 공직자재산등록 및 공개제도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지고 공직자의 업무외 소득제한, 이해관계직무로부터의 제척, 금지되는 선물의 내용과 그 처리절차, 부정공직자의 취업제한등 보다 구체적인 조항들을 추가하였다.

셋째, 공익정보제공자보호제도를 도입하였다. 공익정보제공자(내부고발자)들은 과거 내부비리를 사회에 고발하거나 폭로함으로써 공직사회로부터 핍박과 시련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공익정보제공자보호는 부패의 사전예방과 통제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이 지적해 왔다. 새로운 통합 부패방지법에 이러한 훌륭한 제도가 포함되지 않을 수 없었다.

넷째, 돈세탁방지제도를 도입하였다. 금융산업의 발전과 금융기법의 발전은 부정한 돈의 세탁을 통하여 그 추적을 어렵게 만들고 부패의 확산에 기여해 왔다. 특히 돈세탁수법이 날이갈수록 지능화되고 금융기관의 음성적인 협조까지 이루어짐으로써 범죄에 의한 부정한 돈의 추적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돈세탁방지제도는 부패의 효율적 진압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제도이다.

다섯째, 부정부패의 적발과 필벌을 기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의 부패에 대해서는 가히 구조적이어서 누구나 부패추방이 쉽지 않으리라는 절망감을 갖고 있다. 부패척결은 무엇보다도 부패가 반드시 적발되고 적발된 범죄는 반드시 처단된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부패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 부패공직자에 대한 공직 및 사회복귀 배제, 범죄수익의 철저한 몰수, 부정을 묵인한 상관의 처벌, 사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범죄의 가중처벌 등의 규정을 삽입하였다.

여섯째, 강력하고 독립적인 사정기구 창설을 예정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법도 그것을 집행할 강력한 수사기구가 존재하지 않으면 도로가 된다. 통상의 검찰기구는 미묘한 정치적 사안일수록 독립성을 잃고 불공정한 수사를 하기가 일쑤였다. 따라서 적어도 일정한 범위 이상의 고위공직자들의 경우는 통상의 검찰체제와는 다른 대통령직 속의 수사기구에서 그 수사를 담당하여야 한다.

이상과 같은 특징을 갖는 이 부패방지법안은 전문 150개조, 부칙 3개조로 이루어져 있는 방대한 법안이었다. 이 법안을 기초로 참여연대는 수십차레의 세미나와 정책토론회, 공익제보자 변론 및 지원활동, 부패추방시민행동을 벌였고 1996년 후반기에는 부패방지법 서명운동을 시작하였다. 국회의원 151명의 서명과 일반시민 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1996년 11월 7일 국회에 정식으로 입법청원하였다.

이러한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에 대하여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대체로 냉담하였고 야당들은 동조적이었다. 특히 국민회의는 곧바로 천정배의원 등을 중심으로 참여연대의 입법안과 같이 단일법 기초에 들어가 그 한달후인 1996년 12월 5일 유재건, 이해찬, 조순형, 이협, 박찬주, 천정배, 김민석 의원 외 71인의 이름으로 발의되었다. 이 역시 전문 133개조, 부칙 3개 조문의 방대한 법안이었다. 이 법안의 제안이유를 다음과 같이 기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패공화국이라고 불리워질만큼 부정부패는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되어 있고 갈수록 대형화.구조화되고 있어 심각한 양상을 띄고 있음. 김영삼정부 출범 이후 부정부패에 대한 거듭된 사정개혁의지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최근 계속하여 드러나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뇌물수수등 부패행위는 오히려 그 도를 더해가고 있음. 따라서 이러한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현행 공직자윤리법,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또한 내부고발을 한 자이 보호. 자금세정규제, 예산부정방지 및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설치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여 단일종합적인 부패방지법을 제정하려는 것임”

이상과 같은 두 법안은 대체로 유사성을 띄고 있으나 국민회의 법안이 제5장 예산부정방지 항목을 추가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납세자로서 예산부정에 관하여 감사원에 조사를 청구할 수 있고 감사원은 60일 이내에 청구내용을 조사하여 청구인에게 그 결과를 통지하여야 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안은 또한 감사청구인의 기여도에 따라 배상액의 100분의 15 이내의 범위 안에서 보상금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예산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중요한 발상에 기초하고 있다. 다만 감사원 청구에 국한하지 않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시민단체가 직접 해당기관 또는 공무원을 상대로 부정예산반환 또는 부정예산집행중단청구를 법원에 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일반 국민의 경우 남소의 우려가 있지만 시민단체들의 경우 그 공익성과 전문성에 대한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도록 하고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소송의 경우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등의 폐해 방지 조건을 달아 허용해도 별다른 문제가 있을 수 없다.

3. 두가지 큰 쟁점

(1) 공익정보제공자보호제도의 도입문제

공익정보제공자보호제도의 도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는 대체로 그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도입될 경우 공직사회의 기강이 무너질 가능성이 많고 그 폐해가 적지않다는 지적을 한다. 특히 공직사회에서 하위공직자가 상급자의 비리를 마구 폭로함으로써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더 나아가 공직사회에 기밀사항이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정보제공자보호로 무너질 공직사회의 기강이란 무너져도 좋은 것이다. 그것은 부정을 상호 은폐 묵인 방조하는 불건전한 질서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도 공정하고 합법적인 지시 명령과 그에 대한 이행이 정당화될 수 있을 뿐 불법적인 지시.명령과 그에 대한 승복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그것은 공직사회라고 하기 보다는 동네깡패들의 조직사회와 다를 바 없다.

공익정보제공자보호로 말미암아 초래되는 위험은 그 남용을 철저히 금지함으로써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두 개의 법안은 모두 감사원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있다. 즉 감사원에게 청구하고 감사원이 그 제보의 처리기관으로 지정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회의법안 제52조, 참여연대안 제40조 참조). 청구인이 아무 곳에서나 내부고발을 할 수 없고 감사원에만 할 수있도록 함으로써 그 고발이 정치적 또는 사익적 목적에 공해질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제보는 반드시 기명으로 하도록 함으로써 익명에 의하여 할 경우 예상되는 남용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국민회의법안 제53조, 참여연대안 제43조 제2항). 뿐만아니라 제보자는 “자신이 소속한 기관의 내부에 정해진 방식과 절차에 따라 내부 부패행위를 시정하도록 노력”하도록 함으로써 1차 내부에서의 시정노력을 부과하고 있다.(참여연대안 제44조) 이 정도의 보장규정이 있다면 더 이상 공익제보자보호제도의 남용에 대한 우려는 더 이상 기우가 아닐 수 없다.

(2)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1)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논란

부패방지법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이다. 그동안 부패근절의 최대의 장애물은 독립되고 공정한 수사기관의 부재였다.

이러한 반성적 고려에서 통상의 검찰조직과는 별도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을 고려한 것이다. 이 기관의 창설은 국민회의안과 참여연대안이 모두 동일하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에는 처장, 차장, 특별검사, 특별수사관 등을 두도록 되어 있다. 처장은 변호사자격을 가진 자로서 15년이상의 경력자 가운데 대법원장의 추천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국민회의안은 대법원장의 추천과 국회의 동의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함. 국민회의법안 제114조 제2항 참조) 차장은 10년 경력자 가운데 같은 방식으로 임명하도록 하며 대법원장의 추천(국민회의안은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추천)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회의안이 처 차장의 경우 국회동의를 요구하며 동시에 특별검사의 경우 대한변협회장의 추천을 얻도록 함으로써 보다 더 개선되어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창설은 통상의 검찰조직과 감사원의 경우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 권한의 큰 폭의 이양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검찰의 경우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수사권한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충분히 중립적이고 개관적인 수사를 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쓰지 않던 권한을 내 준다고 크게 서러울 것이 못된다. 더구나 사정기구끼리의 경쟁관계는 사실상 부패추방노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는 일종의 특별검찰부로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반면 종래의 검찰은 대체로 그 하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게 되어 불만이 적지 않을 것이나 부패추방에 대한 국민의지를 확인하고 그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조직이기주의적인 발상은 버려야 한다.

2) 외국의 특별검사, 특별조사기관 사례

세계 여러나라는 각자의 정치.사회적 환경과 역사적 배경에 따라 독특한 부패예방 및 처벌 체제를 발전시켜 왔다. 그 가운데 부패사범의 강력한 조사와 처단을 위한 특별수사.재판기구를 가진 나라들이 적지 않다.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CPIB. Corrupt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과 홍콩의 염정공서(ICAC.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이 특히 유명하다. 그 외에도 타일랜드도 부정방지위원회를 설치하여 독점적 수사를 보장하고 있으며 인도의 경우에도 특별법관에 의한 재판, 부패사건의 의회보고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호주도 독립부패방지위원회법(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Act)를 제정하고 있다.

대체로 서구선진제국에서는 미국과 같은 특별검사제를 제외하고는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하기 보다는 통상적인 검찰, 경찰등 수사기구에 의한 부패사범수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로 동남아국가들이 독립적인 특별수사기구를 두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부패가 이 지역에서 만연되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그러한 보편적 부패현상을 근절하기 위하여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그 증거로서 바로 독립수사기구를 창설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그 지역국가들과 못지 않는 심각한 부패문제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직껏 이러한 특단의 수사기구 창설과 노력을 보이지 못한 것은 실로 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싱가포르의 경우와 홍콩의 경우만을 간단히 보고자 한다.

[싱가포르의 부패방지법]

제3조(국장 및 직원의 임명)

① 대통령은 공무원을 부패행위조사국의 국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

② 대통령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자를 부패행위방지국 부국장, 보좌관 및 특별조사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

③ 이 법에 따라 국장에게 부여된 권한과 국장이 실행하는 의무는 국장의명령과 지시에 따라 부국장 또는 보좌관에 의해 실행 집행될 수 있다.

제15조(체포권)

① 국장 또는 특별조사관은 이 법에 따른 범죄에 관련된 자 또는 상당한 소송이 제기되거나 또는 범죄에 관련된 것에 관하여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접수되거나 또는 상당한 혐의가 있는 자를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사람을 체포한 국장 또는 특별조사관은 동 피의자를 수색 하고 범죄의 결과 또는 증거가 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 주변의 모든 물품의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다.

③ 체포된 자는 누구나 부패행위조사국 또는 경찰서로 연행되어야 한다.

제16조(조사권) 다음 각호의 범죄 실행과 관련하여 국장 또는 특별조사관은 공공검사의 명령없이 형사소송법에 의해 규정된 체포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경찰조사와 관련하여 모든 특별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

[홍콩의 부정방지독립위원회]

1974년 2월 15일 제정 부정방지독립위원회령

제5조(위원의 임명)

① 총독은 총독의 명령과 통제에 복종하고 위원회의 감독과 행정에 책임질 위원을 임명한다

② 위원은 총독 외의 어느 누구의 감독이나 통제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제10조(체포권한)

① 위원을 대신하여 체포권한을 위임받은 위원회 공무원은 어떠한 자가 이 영이나 뇌물방지령 또는 오직 불법행위령에 위반한 혐의가 있다거나 왕립공직자가 직권남용에 의해 또는 이를 통하여 금전갈취를 범한 혐의가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경우에는 체포영장없이 그러한 자를 체포할 수 있다. —

제12조(위원의 의무)

① 다음 각호의 1을 총독을 대신하는 위원의 의무로 한다.

1. 부정행위를 주장하는 이의를 접수.검토하여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이의에 대한 조사

2. 다음 각목의 1에 대한 조사

가. 이 영에 대한 모든 위반혐의 또는 위반의 주장

나. 뇌물방지령에 대한 모든 위반혐의 또는 위반의 주장다. 부정및불법행위령에 대한 모든 위반혐의 또는 위반의 주장라. 직무의 남용에 의하거나 이를 통하여 왕립공직자에 의해 자행된 금전갈취에 대한 모든 혐의 또는 주장

마. 뇌물방지령이 정하고 있는 범행에 대한 모든 공모혐의 또는 공모 주장

바. 부정및불법행위령이 정한 범행에 대한 모든 공모혐의 또는 공모 주장사. 왕립공직자의 직무남용에 의하거나 이를 통한 금전갈취의 범행에 대한 모든 공모혐의 또는 공모주장

3. 위원의 의견에 의하면 부정행위에 관련되어 있거나 영향을 미친 왕립공직자에 대한 모든 행위의 조사에 이에 대한 총독에의 보고

4. 부정행위의 발견을 용이하게 하고 위원의 의견에 따르면 부정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업무 또는 절차의 방법을 개정하기 위한 정청부서와 공공기관의 실무와 절차에 대한 조사

5. 어떠한 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그가 부정행위를 일소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관한 지도, 조언 및 원조

6. 위원이 부정행위의 유발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청의 부서나 공공기관에 대한 의무의 효과적인 면제와 양립할 수 있도록 기관장에게 정청부서와 공공기관의 실무 및 절차를 개정할 것을 자문하는 일

제13조(위원의 권한) ① 위원은 이 영에 의한 자신의 기능수행의 목적을 위하여 다음 각호의 1을 할 수 있다.

1. 위원회공무원이 조회 조사를 할 수있로독 하는 문서에 의한 권한부여2. 정청의 구내에 출입하여 왕립공직자에 대해 왕립공직자와 공립공직자의 의무에 관한 질문에 답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복무규정, 지침, 사무요령 또는 지시 등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일

3. 폐지

4. 어떠한 자가 자신 의무를 수행하고 그 자가 명시한 이 영과 뇌물방지령 또는 부정및불법행위령에 규정되어 있는 그러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문서에 의한 권한부여

② 위원과 위원으로부터 권한을 받은 공무원은 이 영에 의한 자신이 기능 수행이 목적을 위하여 왕립공직자의 소유로 된 정청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모든 문서와 도서에 접근할 수 있다.

4. 새정부와 부패방지법의 미래

(1) 부패방지법의 제정 전망

서두에서 본 것처럼 대통령의 지시로 새로운 현안이 된 부패방지법이지만 그 제정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그 이유를 몇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통령 자신의 의지이다. 위에서 본것처럼 대통령은 부패방지법의 제정을 지시하였지만 스스로 공직자기강확립법으로 만들어보라고 지시함으로써 당초 지시한 부패방지법제정의 의지를 변경.약화시키지 않았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공직자기강확립은 단순히 도덕적 차원에서의 설득이거나 아니면 종합적이고 행정적인 조치들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지 법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패방지법은 명백히 내부고발자보호제도, 돈세탁방지제도등 명확한 내용과 체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공직자기강이라는 애매한 용어로 희석될 수 없다.

둘째, 관련 행정기관의 반대이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은 검찰과 법무부, 감사원이 완강히 반대하는 사항이다. 독립되고 중립적인 강력한 부패사정기관이 검찰과 감사원과 별도로 생긴다는 것은 이들 기관의 위축과 위상약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과거 단순한 특별검사제조차 예민하게 반대함으로써 어떠한 수사권.기소권의 예외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이 두 기관에 이른바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실세’들이 차지하고 있어 더욱 그 신설에 대한 반대는 힘을 싣게 마련이다.

셋째, 야당의 반대이다. 여전히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적어도 부패방지법의 제정에 관한 한 소극적이고 반동적이다. 부패방지법 제정에 찬성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상상수 있지만 당의 입장으로서는 소극적이다. 이러한 야당의 태도변화없이는 부패방지법의 국회 통과는 대단히 어려운 실정임이 틀림없다.

(2) 경제위기와 부패방지법의 제정

IMF구제금융을 필두로 하여 한국에 밀어닥친 경제위기는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로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겠지만 한국사회의 광범한 부패현상이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패는 국가기능을 저해하고 공공이익을 훼손하여 마침내 국가붕괴와 사회파괴의 결과에 이르게 한다. 정경유착. 비자금. 분식결산등은 바로 경제와 정치, 사회의 부패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지난 한보사건때 수많은 정치인. 관료들이 한보의 불법적 경영과 무한 대출에 개입하고 뇌물을 수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하나만으로도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거나 존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IMF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마땅히 그 원인이 된 우리사회의 부패현상을 제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미 구조화된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부패방지법의 제정, 강력하고도 일관된 시행이 불가피하다. 김영삼정부는 일시 사정드라이브를 폈으나 지속적이지 못하였으며 부패방지정책의 제도화를 이루지는 못하였다. 김영삼정부의 후반기에 부패는 더욱 극성을 부리며 IMF위기를 자초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하에서 부패문제가 쉽게 해결되리라는 전망은 아무도 할 수 없다. 최근에도 고위공직자와 하급공직자를 막론하고, 은행.기업.학교를 막론하고 부패사건을 끝이 없을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같이 부패현상은 완고하게 나타나고 있고 그것을 불식시키는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오늘의 경제위기는 사회 전체의 근본적 수술을 요구하고 있다. 난국을 극복하려는 국민의 의지와 동의가 이루어져 있는 마당에 부패방지제도의 도입은 가장 유리한 조건을 맞고 있다. 정부가 의지만 갖는다면 그 저항은 얼마든지 물리칠 수 있다. 만약 새정부가 이 부분에서 그 절박성을 깨닫지 못하고 흐지부지 시간만 보낸다면 분명 실패한 정부가 될 수 밖에 없고 마침내 후회할 것이다. (1998. 7. 14)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