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공직윤리 2002-10-11   1465

[논평] 감사원의 군색한 변명

-김홍업씨에 떡값 제공한 전·현직 국정원장에 대한 감사요청 거부결정

지난 8일 감사원은 참여연대가 7월 12일 제출한 임동원, 신건 전 현직 국정원장들의 공금유용혐의에 대한 감사청구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감사원의 이번 결정은 “국정원 수표로 대통령 아들에게 돈을 주었다”라는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내사를 종결해버린 지난 7월 검찰의 결정과 더불어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감시해야할 사정기관이 오히려 고위층 부패를 눈감아주는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감사원은 이번 사건은 “검찰에서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죄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달리 없어 내사 종결”한 사건이므로 감사원으로서도 “현 단계에서 다른 혐의가 없는 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감사원 감사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에 설득력이 없다. 감사원의 감사는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의 모든 위법ㆍ부당한 행위에 대해 가능하다. 그리고 실제로 정부기관의 위법ㆍ부당한 행위에 대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내사종결은 종국처분인 무혐의처분과는 달리 검찰이 정식입건을 해서 수사를 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검찰이 내사종결을 했기 때문에 감사를 하기 어렵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성립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결국 이는 감사원의 감사 의지가 없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더군다나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아들에 ‘떡값’ 명목으로 거액을 증여한 사실은 그 자체로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을 위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은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판단도 하고 있지 않다.

이는 감사원이 현직 국정원장과 청와대 통일 안보 특보에 대한 감사를 수행할 때 발생할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군색한 변명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실제로 그동안 감사원은 국정원 등 권력기관에 대해서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감사원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98년 1월부터 2001년 9월까지 국정원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의 감사도 실시한 바 없으며 올 4 월의 국정원 양우공제회의 골프장 인수에 대한 참여연대의 감사청구에 대해서도 ‘국정원장이 해야할 일’이라면 감사를 회피하였다.

이번 감사요청 거부결정은 감사원이 ‘권력 감시와 견제’라는 존재 목적을 망각한 것으로 최근의 공적자금과 관련된 국회의 자료제출요구거부 결정과 더불어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이란 의제가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정치권은 반드시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최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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