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2002-07-10   1204

[논평] 석연찮은 검찰의 김홍업씨의 수사 결과 발표

여전히 남아있는 ‘정경유착’의 검은 그림자

1.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가 각종 이권청탁과 ‘떡값’ 명목으로 기업체와 국정원으로부터 모두 47억 8천만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그동안 세간에 제기되었던 홍업씨의 이권청탁 의혹을 대부분 인정한 이번 검찰 수사결과를 접하면서 우리는 충격과 분노를 감출 수 없다. 단지 대통령 아들이라는 이유로 특정한 직업도 없는 개인에게 이권청탁이 줄을 잇고 다시 청탁명목으로 제집 드나들 듯 권력기관과 내왕이 가능한 상황은 우리사회의 권력층의 개혁이 아직도 요원하다는 일임을 깨닫는다.

2. 특히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IMF 경제위기를 가져온 주범인 ‘정경유착’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에 경악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홍업씨가 삼성 구조본과 정주영 전 명예회장 등으로부터 ‘활동비’ 명목으로 22억원을 받은 사실이 새로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가성이 없다며 조세포탈혐의만을 적용했다. 하지만 과연 누가 수억, 수십억원의 돈을 아무런 대가성 없이 홍업씨에게 전달했다고 믿겠는가? 현대, 삼성 등이 홍업씨에게 자금을 제공한 것은 비록 홍업씨가 정책 결정권자, 정책 집행자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에 유형, 무형의 대가를 기대하고 제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3. 특히, 현대는 정주영 회장의 명의라고 하지만 99년부터 2000년 5월까지 매달 5천만원씩을 홍업씨에게 전했다면 이는 정회장 개인돈으로 보기 어렵다. 삼성 또한 구조본 명의로 자금을 제공했다고 하나 구조본은 법적 실체가 없는 기구로 이들 기업은 자금 출처에 대해 스스로 공개하고, 검찰 또한, 관련 기업의 자금출처와 회계처리현황을 엄정하게 수사하여 결과를 공개하여야 할 것이다. 당사자들이 이를 어떠한 변명으로 합리화하든 이는 기업을 위해 대통령에게 통할 수 있는 로비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낡은 시대의 산물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는 여전히 정경유착이 우리 사회에 뿌리 박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며, 현행법상으로 이를 정치자금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더라도 도덕적 비난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이는 올 초 전경련이 ‘부당한 정치자금은 주지 않겠다는 자정’선언과도 배치되는 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4. 또한 각종 게이트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물의를 빚었던 국정원장은 김홍업씨에게 3천 5백여만원을 ‘떡값’ 명목으로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돈의 출처에 대해서 전·현직 국정원장은 국정원 공금이 아닌 개인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정원장 개인돈을 왜 국정원 수표로 발행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대통령 아들의 이권개입이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이를 말려야 할 위치에 있는 국정원장이 아무런 이유 없이 단지 떡값으로 인사권자의 아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걸 그대로 수긍하라는 검찰의 발표는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당연하게도 ‘떡값’의 자금원과 성격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국정원장들에 대한 책임추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5.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검찰이 대가성 여부에 대한 지나치게 엄격한 법해석을 기함으로써 오히려 부적절한 돈 거래, 정경유착 등을 처벌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법적으로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대통령의 친인척 등의 경우에도 일가친척이나 신고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는 경우, 정당한 대가로 지급 받은 것이 아닌 한 신고하도록 규정을 만들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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