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9-03-02   2086

[판결비평] 소비자불매운동은 합법, 언소주는 불법?③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 판결을 돌아보고 시민들과 함께 공론화하는 장을 만들고자 ‘법정 밖에서 본 판결’이라는 이름으로 판결비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5일(수)에는, 조중동 언론사에 대한 광고불매운동을 벌였던 ‘언론소비자국민주권캠페인(언소주)’ 회원 등 네티즌 24명에 대해 19일 내려진 유죄 판결(1심)을 가지고 판결비평을 하였습니다. 이 내용은 아프리카티비를 통해 생중계되었습니다.
판결비평 좌담회의 전문을 네 번에 걸쳐 나누어 싣습니다.
이날 판결비평에 참여한 분은, 김기창 교수(고려대 법대), 김정진 변호사(네티즌 측 주심 변호인), 박경신 소장(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신종원 실장(서울YMCA시민중계실)이고, 진행은 박근용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이 맡았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지난 25일,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에 관한 판결비평을 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판결은 아예 소비자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

박근용  그 문제로 들어갔으면 좋겠는데요. 혹시나 이 방송을 보시는 분들한테 도움을 드리면 1차 불매운동은 직접적으로 소비자가 반대하는 그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말하는 거고 2차 불매운동은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또는 광고계약을 통해서 관계를 맺고 있는 제2의 집단을 대상으로 해서 불매운동 하는 것을 2차 불매 운동이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김기창 교수님이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 주제로 넘어가면 될 것 같은데요. 판결문에 보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의 목적이나 방법, 절차 정당성에 심각하게 흠결, 결함이 있어야 된다.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은 그들의 광고를 게재하지 말도록 하기 위하여 의사를 광고주에게 전달하고 홍보하고 그 광고주 리스트를 올리고 각종 방법에 의해서 호소하고 설득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렇게 분명히 적시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집단적으로 전화를 걸게 해서 세를 과시하고 “광고중단요구에 불응할 경우에는 더 강력한 방식으로 광고불매운동을 할 것이다.” 라고 표현을 하고 여기서는 물론 그것을 ‘급박’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만 “우리 더 강하게 할 겁니다. 제대로 하십시오.” 이렇게 경고를 하면 이제 이것은 불법이 돼버렸다, 이렇게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아마 법원 판결문을 보셨을 텐데 그러면 도대체 정상적인 소비자 운동을 하려고 하면 어느 선까지 하면 안 잡혀가고 어디까지 하면 이게 잡혀 간다는 건가요?

신종원  이번 판결을 가지고 소비자 운동의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되겠죠. 이번 판결 내용과 관련된 소비자운동 행위 유형이라는 게 소비자운동의 가장 일상적인 행위일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박근용  전화 걸고, 항의하는 것 말씀이시죠?

신종원  예, 그렇습니다. 그 장이 온라인 인터넷 사이트나 카페로 옮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지금 이 시간에도 특정 회사의 불매운동을 하는 카페나 블로그에 올려서 이거 항의 전화 해 주십시오, 하시는 분 많이 있을 거라고요. 그러면 같은 논리로 그 내용을 본 불특정의 소비자가 개설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심한 욕설을 했다거나 실정법에 좀 위반될 만한 그런 폭언을 했다거나 예를 들어 그랬다면, 또 마찬가지로 위력에다가 공동정범 이론을 걸어서 또 처벌이 될 수 있는 이런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은 좀 상상하기 힘들다고 봐야죠.

그러니까 이것이 소비자운동의 상식으로 보면, 이렇게 되면 소비자운동은 이제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배제한 채 상상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할 수 있겠죠.

박경신  사실은 지금 말씀하신 것보다 더 큰 문제인데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직접 전화를 건 행위에 대해서 처벌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뭐냐면 피고인들은 소비자불매운동을 하자고 얘기를 한 다음에 실제로 전화하는 분들이 어떻게 할지를 통제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그런 얘기를 하지 못하게, 소비자 불매운동 하자는 얘기를 인터넷에 올리는 것 자체를 지금 유죄로 처벌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 판결문이 나와서 그러면 ‘이것대로 한번 소비자 불매운동 해보자’ 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그 글을 읽고 전화 거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전화의 내용을 정하는 거고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그것을 전혀 통제를 할 수 없거든요.

김기창  통제를 할 수 없다는 박 교수님 말씀은 당연히 맞고요, 김정진 변호님은 잘 아시겠지만 카페 운영자들하고 여기 피고인들은 카페에 계속 일관되게 말 한 게 뭐냐, “정중하고 공손하고 분명하게 우리의 의사를 저쪽 업체에 고지를 해야 하는 거다. 폭언을 한다거나 무례한 언사를 쓰는 것은 우리 운동 자체에 해가 되는 거다. 이거는 공손하게 해야 지속될 수 있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일관되게 주장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전화한 사람들이 과연 이 페이지를 읽어본 사람이 한 건지 딴 데 가서 아고라나 뭐 이런 거 보고 열 받아서 전화를 한 건지 알 수는 없는데, 이 검사하고 법원은 막상 “폭언을 했다는 그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성명불상자하고 ‘제발 정중하게 해야 우리 운동 성공할 수 있다’라고 제안한 사람 사이에 공모가 있었다.” 라고 이렇게 한 판결이지요.

법률의 예고적 기능을 크게 훼손

박근용  판결문에도 보면 카페지기들 몇 사람, 몇 분들은 “좀 과하게 표현이 된 경우가 언론에 가끔 나오니까 좀 자제해 달라.” 라는 글을 썼다, 라는 게 나오더라고요. 그러면 이 판사도 그러한 노력들을 카페지기들이 했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었을 텐데도 그걸 무시했다는 게 문제될 것 같습니다.

김정진 변호사님이 변호사시니까 여쭤보고 싶은데요. 집단적으로 전화 걸기를 해서 세를 과시한 게 업무방해죄가 적용되냐 마냐의 관건 요소로 판시를 했는데 우리나라 법률 중에 개별적으로 하면 별로 문제 안 삼는데 집단적으로 모여서 해서 문제 삼는 게 어떤 게 또 있나요?

김정진  제가 이 사건을 진행을 하면서 피고인한테 수차례 얘기를 들었는데, 제일 문제라고 느꼈던 것이 형사처벌에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물론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이 해석하고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예를 들면 업무방해라고 하면 일반 범죄거든요.

일반 범죄라고 하는 것은 어쨌든 간에 보통 사람들이 “대략 이정도 하면 이게 위법이구나, 합법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는 법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게 뭐 복잡한 얘기를 하면 명확성의 원칙이고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 공소 사실도 그렇고 통상적으로 이거는 도저히 우리가 불법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행위들이 합쳐 가지고, 이 분들이 한 게, 카페 개설, 리스트 게재, 댓글 달기, 글쓰기, 팩스 보내기, 이메일보내기, 인터넷 게시판에 글쓰기 뭐 이런 것들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합쳐지면 그것을 불법이라고 할 수 있느냐.

이게 참 제가 보기에도 예상하기 어렵고 만약 이렇게 이런 식으로 법률을 해석하라고 한다면 이것은 제가 보기에는 어떤 ‘법률의 예고적 기능’, 내가 뭘 하면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서 일반 시민들이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런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말씀하신 것하고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 내가 개별적으로 해서 누구도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이게 집단적으로 합쳐졌다는 것만으로 불법이냐, 라는 논리가 너무나 궁색하고 국민 일반의 상식으로 봐도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아까 황우석 얘기를 하셨지만, 주도하셨던 분들이 정말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습니다. 이 아이디어, 광고주에 대해서 전화를 해서 불매운동의 방식으로 쓰자, 라는 아이디어가 퍼진 것도 거의 인터넷에서 다음 아고라를 통해서 자발적으로 퍼진 것이고요. 그 배경에는 이것이 합법적으로 허용된다, 라는 전제하에서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채용했고 카페는 이제 그 후에 만들어 진 것이고 이 카페 말고 다른 곳에서도 같이 진행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위를 사후적으로 위법이라고 판단해서, 특히 이런 아이디어가 퍼진 배경에는 아까 말씀하신 황우석사건 그 부분이 있습니다, 그때는 아무 일 없이 넘어갔는데 왜 지금은 처벌하느냐 이런 문제도 있고. 제가 보기에 이 사건은 앞으로 계속 법리 공방이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가 보는 것은 도저히 불법성의 인식이 없었던 분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 분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 법률적으로, 상식적으로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사후적으로 불법으로 했을 경우에 이게 과연 규범으로서 의미가 있을 수 있느냐. 어떤 행위를 해야 되느냐, 하지 말아야 되느냐에 대해서 전혀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그런 것이죠.

우리나라의 법률이 딱 한 조문만 있는가

신종원
  좀 다른 각도에서 보고 싶은데요. 이번 판결에 대해 공감하는 분도 있고 문제를 느끼는 분도 있을 텐데. 당사자들이 어떤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는 인식이 없었던 데는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의 소비자주의나 소비자운동의 지금의 행동양식들은 거의 미국식 소비자 운동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형성이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1982년에 소비자보호법이 입법이 됐는데 그때 소위 7대 권리, 지금은 환경권리가 포함돼 8대 권리로 바뀌었습니다만 소비자의 8대 권리라는 게 케네디 대통령의 소비자교서에서 나온 7대 권리에 바탕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보호법 체계가 상당히 미국의 소비자 보호제도를 원용해서 했고 그러다 보니까 미국에서의 소비자운동 양식이 어떤 것이 있고 그것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소위 이런 1차 불매, 2차 불매, 항의 심지어는 청소년에게 유해하다 싶은 프로그램이 티비에 방영이 되면 거기에 광고를 준 회사에 대해서 죽이네, 살리네 하는 소비자들의 그런 항의 행동은 일상화 되어 있습니다.

이번 광고주 불매운동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그런 부분일 것 같고요. 우리나라 법률적 근거도 소비자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헌법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는 데다가 현재 소비자기본법이라고 하는 게 소비자들의 표현의 자유, 의사결정에 참여할 자유, 영향을 끼칠 자유, 조직할 자유 이런 권리들이 다 보장이 돼 있습니다. 저는 그런 나름의 공유된 인식하에 이런 참여자들의 행위가 있었고 전혀 그에 반하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당연히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기창  관련해서 제가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은 내용은 이번 판결은 마치 우리나라의 법이 딱 한 조문밖에 없다는, 그런 착각을 들게 합니다. 뭐냐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그것 하나만이 우리나라 법조문의 전부인 것처럼, 다른 법에 대한 아무런 고려가 없는 것이지요.

업무방해죄에서 구성요건 중에 하나인 위력이 성립했느냐 안 했느냐, 그것만을 판단하고 말씀하신 소비자의 여러 권리라든지 헌법상의 권리라든지 이런 것은 배제하고 진공상태에서 업무방해죄 하나만 있는 것처럼. 그게 제일 큰 문제이고 그 판단을 하는 데에서도 오류를 범한 것이죠.

오늘 형법의 대가께서 오셨는데 제가 이런 말씀하기가 그렇습니다만 형법에서 말하는 위력, 업무방해죄 자체가 ‘위험범’, 아마 이렇게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 피해자의 의사가 제압되었는지 아닌지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의사를 제압할 그런 세력을 동원하면 업무방해죄가 말하는 위력은 성립한 거다. 이런 논리로 판단을 한 건데요.

그런데 적어도 소비자운동과 관련해서는 이미 우리 대법원도 상대방인 광고주가 자유로운 의사로 판단하는 걸 결정했으면 적법하다, 이렇게 되니까 소비자운동에 관한 한 이게 더 이상 위험범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우리 대법원 판례하고는 어긋나 버리는 이런 논리가 되거든요.

우리나라 법률가들이 참 안타까운 단점이 너무나 형식 논리만을 보고 지엽말단적인 논리 조작에만 골몰하다 보니까 그 옆에 엄청나게 많은 규범들이 다 있고 판례도 다 있고 그런데 이것만 보고 위력이 됐다 안 됐다 판단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4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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