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4-07-19   1414

양심적 병역거부 대법원 판결, 시대 변화 인정하지만 여전히 보수적

인적구성의 다양성 확보 통해 이념의 균형 맞춰나가야

15일 대법원(2004도2965 병역법위반 사건)은 전원합의체를 열어 종교적 교리에 따른 양심의 자유를 주장하며 입영을 기피한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는 국가공동체 내에서 타인과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다른 헌법적 가치 및 국가의 법질서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적인 한계”라고 설명했다.

또 대법원은 “헌법 39조 1항인 ‘국방의 의무’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며… 특히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불안하고 특수한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국방의 의무가 강조되어야 한다”고 덧붙여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의 충돌에서 국방의 의무를 우월적 가치로 판단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번 판결이 남북관계의 개선과 시대 상황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며, 나아가 ‘양심의 자유’라는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기본권을 외면함으로써 인권의 최후 보루로써 대법원의 위상과 역할을 망각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

참여연대는 그나마 유사한 사건에서 한번도 나온 적이 없는 반대의견과 보충의견이 제시된 점에 주목한다. 특히, 반대의견을 제시한 이강국 대법관이 “헌법상의 기본권인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무나 그에 의한 형벌법규보다 더 한층 보호되어야 하거나 적어도 동등하게 보호되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판시하며,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 보장에 보다 적극적인 견해를 제시한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또한 보충의견을 제시한 5명을 포함한 총 6명이 실질적으로 대체복무제의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입법기관이 제대로 기능할 것을 권유했다는 측면에서 사법적극주의를 실현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들 대법관 6명의 대체복무제 논의 권고는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부분적으로나마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법원은 시대적 변화와 사회적, 이념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했으며, 국민의 기본권 수호의지를 확고히 하지 못해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으며, 이번 판결의 경우도 반대의견이 제시되고, 5명의 대법관이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대법원의 보수성을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대법원이 이러한 이념적 편향을 극복하고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적구성의 다양성 확보가 시급하다.

한편, 이번 판결로 인해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문제는 이제 국회와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갔다. 그동안 국회는 대체복무제의 입법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다수 여론의 감정적 반발에 밀려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통해 6명의 대법관이 국회가 나서서 대체복무제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 것을 기회로 삼아 국회는 즉각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동일한 차원에서 유사한 사건으로 위헌법률심판을 벌이고 있는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판단을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이번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이 자체 심판 과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헌법재판소가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본연의 위상과 역할에 맞는 전향적인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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