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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결정
  • 2014.04.29
  • 3798

 

지난 1월 18일 헌법재판소는 옥외집회의 사전신고제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즉, 집회를 하려면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미리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것이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모든 집회를 이틀 전에 신고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을까요? 또 신고 안했다고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은 적정한 걸까요?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현실에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민영 변호사의 비평문 함께 읽어 보시지요.

 

 

모든 집회를 사전에 신고하라는 발상이야말로 위헌적이다

 

헌법재판소 2014. 1. 18. 2011헌바174 등 결정

 

 

 

91cd1ef9381bf103de84a54d6efc027f.jpg   정민영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 (변호사)

 

 

1. 신문사 수습기자로 경찰서 이곳저곳을 돌던 2007년, 남대문경찰서에서 웃지 못할 광경을 본 기억이 있다. 자정마다 웬 아저씨들이 경찰서 현관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는데, 알아보니 이들은 삼성 계열사에서 해고당한 사람들과 삼성 직원들이었다. 다툼의 이유는 ‘집회신고를 먼저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양쪽 모두 당시 태평로에 있던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려는 것이었다. 삼성은 해고자들이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종의 ‘유령집회’ 신고를 미리 해 놓으려는 것이었고, 해고자들은 방해를 뚫고 어떻게든 삼성 건물 앞에서 해고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려 했다. 실랑이가 되풀이되자, 난감해진(?) 남대문경찰서는 공평한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밤12시 이후 현관문을 먼저 넘어오는 사람에게 집회신고를 먼저 하게 해 주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자정이 되면 양쪽이 경찰서 현관문 앞에서 육탄전을 벌이는 일이 반복되었다. 자정 몇 분 전에 문 뒤쪽에 숨어 있다가 ‘기습’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이런 일은 요즘도 이곳저곳에서 왕왕 벌어진다. ‘모든 집회는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는 집시법 조항 때문이다.

 

 

2. 집시법 제6조를 보자. 이 조항은 ‘야외에서 집회나 시위를 할 경우 48시간 전까지 관할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집시법 22조). 실제로 많은 사람이 미신고 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 이 조항이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최근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또 한 번 실망스런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사전신고의무를 규정한 집시법 6조 등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집회에 대한) 사전신고는 집회의 순조로운 개최와 공공의 안전보호를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한 것으로 협력의무”라며 “일정한 신고절차만 밟으면 일반적·원칙적으로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헌법상 사전허가 금지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집회에 허가를 받으라는 것도 아니고, 미리 경찰에 신고 정도 하라는 것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규정이 실제 집회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3. 우선 살펴볼 것은, 긴급하게 열리는 집회의 경우 ‘48시간 전’에 미리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는 것이 도대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인 중 한 명인 유아무개씨는 지난 2010년 커트 캠벨 미 동아태 차관보가 한국에 방한한 이틀 동안 이에 대응하는 집회를 열었다가 미신고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다. 미국의 차관보가 한국에 온다고 해서 급하게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었는데,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소된 것이다. 이런 경우만이 아니다. 어떤 때에는 주최자 없이 현장에서 이른바 ‘우발적 집회’가 열릴 수 있다. 이 경우에도 48시간 전에 사전신고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집시법 제6조는 이에 대해 어떤 내용도 담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다수 의견은 48시간 전에 집회신고를 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신고할 수 있을 때 즉시’ 신고하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이에 대한 판단은 결코 쉽지 않다. ‘집시법 제6조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이 무엇인지’, ‘즉시 신고를 해야 한다면 정확히 언제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해당 법률 조항이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이 처벌 대상인지 아닌지 법조문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그냥 그 행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결국 이 규정은 집회나 시위를 상당히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면밀히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 

 

 

4. 집시법 제6조는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를 규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우리 집시법은 기자회견을 집회나 시위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사전신고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친다면? 갑자기 기자회견은 집회가 된다. ‘신고하지 않은 기자회견’은 한순간에 ‘신고하지 않은 집회’가 되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조선일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언론소비자주권연대의 김성균 대표는 미신고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를 구호로 외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집시법 제6조가 이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1인 시위도 마찬가지다. 1인 시위 역시, 집회도 시위도 아니어서 집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누구든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피켓에 적어 들고 서 있는 것은 사전신고 없이도 자유롭게 허용된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거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해 1인 시위를 하는 경우에도, 주장하는 내용이 유사하면 경찰은 이를 집회로 보아 처벌한다. 근거는 역시 집시법 제6조다. 사전에 신고하지 않고 집회를 했다는 이유이다. 만일 기자회견이나 집회가 혼란을 초래하거나 위험성을 띨 경우, 해산명령을 내리는 등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하면 될 일이다. 별다른 문제없이 평온하게 진행되는 1인 시위나 기자회견에 집시법 6조를 들어 처벌하는 이상한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5. 더욱 근본적으로 살펴볼 점은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에 대해 징역이나 벌금형 등의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가라는 질문이다. 설령 혼란을 막기 위해 사전에 집회신고를 하도록 할 현실적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어떻게 보더라도 과하다. 국가 형벌권의 발동은 불가피한 경우에 보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과태료와 같은 행정상 제재로 충분한 사안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모기를 보고 칼을 빼드는 일이나 다를 것이 없다. 

 

 

6. 그간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헌법재판소의 표현대로, 집회의 자유는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 요소’이고, ‘언론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소수집단에게 그들의 권익과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며,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 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이토록 중요한 집회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모든 집회에 사전신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하는 집시법 조항은, 그야말로 집회의 자유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다행인지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 중 4인은 집시법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2009년 같은 조항에 대해 재판관 9명 중 2명이 위헌의견을 냈던 것에 비하면 약간의 진전인지도 모르겠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법률을 위헌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의견이 필요하다. 소수의견이 빠른 시일 내 다수의견이 되길 바랄 뿐이다.  

 

 

[판결비평]은 주로 법률 전문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이런 과정을 통해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련한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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