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14-07-24   2283

[판결비평] 과연 전교조를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볼 수 있을까?

 

이번 판결비평은 지난 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판결을 다루었습니다. 이 판결로 6만 조합원의 전교조가 하루아침에 합법적 지위를 잃고 법외노조가 돼버렸는데요. 아래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실행위원이기도 한 도재형 이대 교수가 두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비평칼럼을 보내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참고로,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전교조는 1심 재판부에 신청했다가 기각된 법외노조 통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항소심 재판부에도 다시 낸 상태입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 2014. 6. 19.자 2013구합26309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판결

판사 반정우(재판장) 김용찬 김정환 

 

 

과연 전교조를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볼 수 있을까?

 

도재형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6월 19일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고용노동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대하여 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취소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 등에 근거하여, 해고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전교조는 교원노조가 아니라고 본 위 통보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것이다. 

 

 

위 판결 이후 약 6만 여 명을 조합원으로 둔 전교조의 법적 지위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판결이 선고되자마자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감에게 전교조 전임자에 대한 휴직명령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불이행하는 교육감을 직무유기죄로 고발하며 복귀하지 않는 전임자는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위와 같은 상황 전개에서 알 수 있듯이 위 판결은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긴박한 시점에 서울행정법원 제13부가 선택한 법리의 당부를 따지며 그 판결의 정당성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너무 한가로운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의 일과는 별도로 사법 영역에서의 상황도 계속 전개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 판결의 법리를 검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이런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아래에서는 위 판결에서 서울행정법원 제13부가 채택한 법리를 살펴보고 그 당부를 검토한다(다만, 분량의 제한으로 인해 2개의 쟁점에 대해서만 살펴보겠다). 그리고 위 판결로 인해 문제되고 있는 법외노조의 지위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본다.

 

 

첫째, 위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설명한 것처럼,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교원노조에 대입하면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읽힐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 규정을 지금 전교조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왜냐하면, 고용노동부 및 위 판결이 문제 삼는 9명의 조합원들은 모두 전교조에 가입할 당시에는 교원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전교조는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것이 아니라 교원으로서 이들의 가입을 허용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규약의 내용 역시 교원이 아닌 자가 전교조에 가입할 수 있다는 취지가 아니라  ‘부당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것에 불과하다. 즉, 이 사건에서 문제된 9명과 관련하여 전교조는 가입의 허용과 같은 적극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

 

 

둘째, 위 서울행정법원 판결에서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라목의 사유가 있는 경우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 독립성 등 적극적 요건의 충족 여부를 추가적으로 살필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노동조합이 아니라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노동조합 설립 심사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와는 상반된다는 의문을 피할 수 없다(위 판결에서 문제된 것은 이미 설립신고를 한 교원노조에 대한 사후적인 노동조합 자격 심사의 적법성 여부로서 사전적인 노동조합 설립 심사 제도와는 다르지만, 그 심사의 대상 또는 정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은 참고할 바가 있을 것 같다).

 

 

헌법재판소에 의하면, 교원 아닌 사람의 가입을 허용하는 것이 설령 교원노조의 결격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그것이 교원노조의 자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따져 보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노동조합 설립 신고 제도의 의미를 “행정관청의 심사를 통해 노동조합이 자주성 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경우에만 노동조합법상 보호를 받는 노동조합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파악하고 “노동조합의 자주성 확보는 노동조합의 본질적 요소로서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라고 하는 노동조합의 개념(노동조합법 제2조 제4호 참조)으로부터도 요구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2. 3. 29. 선고 2011헌바53 결정).

 

 

한편, 법외노조란 노동조합법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조합을 의미한다. 이는 근로자의 단결체가 행정관청에 노동조합으로서 설립신고를 하지 않거나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반려된 경우, 또는 전교조처럼 설립신고된 이후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경우에 나타난다.

 

 

법외노조는 노동조합법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지만, 헌법상 노동3권 조항에 의해 보호받는다(이 점에 착안하여 법외노조를 ‘헌법상 단결체’라 부르기도 한다). 법외노조가 구체적으로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통일된 견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재판소는 “노동기본권의 주체에게 인정되어야 하는 일반적인 권리까지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고(헌법재판소 2012. 3. 29. 선고 2011헌바53 결정), “어느 정도의 단체교섭이나 협약체결 능력을 보유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8. 7. 31. 선고 2004헌바9 결정). 

 

 

지면 관계상 필자의 마지막 질문을 던지고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6만 명의 조합원이 있지만 15년 동안 조합원(대의원) 총회를 열지 않고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를 하지 않은 채 조합비만 받고 있는 노동조합과 6만 명의 조합원 중 9명의 해고자가 있는 지금의 전교조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진정한 노동조합일까? 혹은 사용자의 이익대표자의 노골적 참여 하에 조직된 노동조합과 현재의 전교조 중 어느 쪽이 더 자주적인 근로자의 단결체일까? 위 판결이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의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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