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15-02-13   1670

[판결비평78] 공직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는 유권자의 기본 권리

 

공직선거법을 보면 벌칙 부분에 ‘후보자비방죄’라는 게 있습니다.

제251조(후보자비방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검찰이 이 조항을 근거로 작년 6.4 지방 선거 당시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비판 트윗을 올린 한 대학생을 기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참여연대는 선거와 관련한 유권자의 정당한 의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공익변론을 맡았는데, 지난 12월 24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선미 간사가 짚어주었습니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평가는 유권자의 기본 권리

정몽준 후보 비판 트윗날린 시민, 1심 무죄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형사부 2014. 12. 24. 선고 2014고합1203 공직선거법위반
판사 심규홍(재판장) 김두희 이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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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온라인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라는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2007헌마1001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등 위헌확인)은 선거 제도가 기존의 규제와 단속 중심이 아니라 유권자 참여를 보장하고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의 첫 번째 결실이었다. 긍정적인 한 걸음이지만, 이 결과를 얻기까지 후진적인 선거법 때문에 수난을 겪어야 했던 건강한 유권자들이 있었다.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의 UCC를 게시했다는 이유로, 인터넷 정치 토론방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처벌받았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은 유권자들은 일상적으로 자기검열을 해야 했다. 국회 법 개정으로 온라인 공간이 일부 자유로워졌을 뿐, 유권자들의 수난사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작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대학생은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의 과거 발언과 정몽준 후보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 그의 배우자의 불법선거운동 논란에 대한 비판 글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세 번의 트윗으로 이 대학생은 기소되었다. 적용된 법 조항은 공직선거법의 제251조 후보자비방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했다는 것이다.

 

 

 

2014년 12월 24일, 서울중앙지법 제27 형사재판부는 대학생이 정몽준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이 있었고 사실을 적시해 후보를 비방한 것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후보자비방죄의 단서 조항인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하였다. 비록 일부 과장되고 비하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공직선거에 입후보한 자는 이미 공인으로서 그에 대한 사실은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되고 투표의 판단자료로 제공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유권자의 권리를 인정한 점에서 다행인 판결이지만 매번 현명한 재판부를 기대할 수는 없다. 더욱이 검찰은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공직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와 비판을 위축시키는 후보자비방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보자비방죄는 유권자의 의견과 평가 가운데 어디까지가 ‘비판’이고 ‘비방’인지 판단하기 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평가를 받는 법조항이다. 지난 대선 시기 A후보와 관련하여 ‘빨갱이’ 등의 비방 글을 인터넷에 올린 유권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무죄, 다른 한 명은 후보자비방죄 위반으로 벌금 250만원을 선고 받았다. 후보자비방죄는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그 표현이 사실인지 단순한 의견 표명인지 불분명하고, 모호한 판단기준 때문에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공직선거에 출마한 후보에 대한 단순한 의견 표현이나 비판이 죄가 된다면 선거 시기에 유권자는 구경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유권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없는 선거는 그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튼튼한 사회일수록 선거 시기 후보자와 유권자, 유권자와 유권자 사이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은 충분히 두텁게 보장된다. 후보자비방죄 뿐 아니라 유권자의 말할 권리를 포괄적으로 제약하는 선거법이 존재하는 우리는 ‘공정한 선거’를 강조한 나머지 ‘자유로운 선거’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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