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7-06-27   1580

[16회 판결비평-판결읽기2] 지방자치의 주인은 지역주민인가, 중앙정부인가?

시대를 역행하는 대법원의 판결

법원의 판결에 대해 시민사회의 열린토론을 유도하고 더 나은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판결비평 사업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교수, 건국대)는 그 열 여섯 번째 판결비평 대상으로, 울산 북구청 공무원 승진임용 취소와 관련한 지난 3월 22일의 대법원 판결을 선정하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중앙정부의 불허지침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참가한 구청 공무원에 대해 해당 구청장이 징계하지 않고 승진시킨 것은, 재량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여 법령을 위반하였으므로 상급기관인 시장이 취소한 것은 정당하다고 하였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와 징계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원리를 거스르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있다.

참여연대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함께 토론해 보기 위해 판결비평 대상으로 선정하였다.(편집자 주)

사건의 발단과 결과

지난 3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광역단체장이 기초단체 공무원의 승진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울산북구청(이하 북구청)이 울산광역시장(이하 울산시장)을 상대로 낸 승진임용직권최소처분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하였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의견대립이 발생했을 때 국가의 효율적인 통제를 더 중요하게 판단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권위주의적 판결이다.

이 소송의 발단은 북구청 소속의 파업참여 공무원에 대한 울산시장의 징계의결을 북구청장이 거부한 것부터이다.

2004년 11월 15일 공무원노조 파업 때 북구청 소속 공무원은 213명이 참가하였다. 행자부와 울산광역시는 가담자 전원에 대해 중징계 방침을 세우고, 북구청에 중징계 상신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당시 이상범 북구청장은 “행자부와 울산시의 요구가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자 지나친 간섭과 월권이므로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자치단체장의 인사 및 징계권한을 가지고 행위 정도에 따라 노조간부 8명에 대해서는 자체 징계위에 회부하고, 나머지 단순 가담자 205명에 대해서는 구두 경고 및 훈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005년 2월 3일 정기인사에서 북구청은 파업에 참가했으나 사안이 경미한 단순가담자 일부를 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승진 임용하였다. 이들이 울산시에서 요구하는 중징계대상자로 분류되기는 하나 그 정도가 경미하여 승진임용에 결격사유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지 않은 승진 후보자들을 제외시킬만한 법적 근거도 없었고, 당시 북구청 담당 공무원이 행자부에 질의하여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은 상태라면 승진임용 제외 사유가 아니라는 회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구청에서의 승진임용 사실이 알려지자, 행자부와 울산광역시는 징계상신을 거부하고 승진시킨 것은 고의적인 항명이고, 법질서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간주하여 즉각 임용 취소를 요구하였다. 북구청이 요구를 따르지 않자 지방자치법 제157조 1항(2007년 5월17일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에 의해 관련조항이 169조로 변경되었으나 판결문 등 관련 자료에 157조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이글에서는 편의상 157조로 하겠다)을 근거로 울산광역시장이 직권취소 처분을 내렸고, 북구청이 이에 직권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하였다.

관선시대를 능가하는 중앙집권적 사고에 젖은 중앙정부

먼저 이 사건의 발단이 된 공무원 파업을 둘러싼 중앙정부의 행위가 합리적이고 정당한 수준이었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앙부처 장관들이 합동으로 연가 허용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연가 허용 및 파업참가자가 많은 자치단체에 불이익을 준다”거나 “파업참가자 전원에 대해 배제징계 지침을 시달하고 따르지 않는 자치단체에게는 문책과 예산상 불이익을 주겠다”며 자치단체에 중앙정부의 지침을 따르도록 강제하였다.

지침을 거부한 울산 북구청과 동구청에 대해서 실제 예산상의 불이익이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울산시 조정교부금 배분이나 국ㆍ시비의 지원에서 계속 논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과연 중앙정부가 지역주민의 삶의 문제와 직결된 자치단체의 예산을 담보로 입장이 다른 자치단체장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정부가 잘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정부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역주민을 볼모로 삼아도 된다는 것인가?

이와 같은 정부의 행위는 공무원 노조의 파업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과거 관선시대와 권위주의 시대에 시ㆍ도에 대한 중앙정부의 간섭과 통제에서 한 발도 전진하지 못했다. 이는 인사와 예산을 무기로 언제든지 자치단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중앙정부 관료의 권위주의적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대법원의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지방자치법 제157조 제1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그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상급 지자체장이나 주무부장관이 시정명령이나 취소,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적용하여 북구청장의 북구청소속 공무원 승진이라는 자치사무를 임용권자인 울산시장이 감독권을 행사해 취소하는 것이 적법하느냐 하는 것이다.

판결문에서 다수의견은 “지방자치행정은 국가통치질서 내에서 인정되고 국가법질서에 대한 위반은 통제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불법파업에 참가한 공무원들의 행위는 임용권자의 징계의결요구 의무가 인정될 정도의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한데 원고(이상범 전 울산북구청장)가 오히려 승진임용시킨 것은 자치단체장의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고” 따라서 “승진처분을 취소한 것은 지방자치법 157조 제1항에 근거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소수의견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자치사무에 관한 지방자치의 본질상 당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 받은 지자체의 의사가 우선해야한다”며“그럼에도 국가나 상급지자체가 하급지자체와의 견해 차이를 법령위반이라고 단정해 자치단체장의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법 157조 1항에서 말하는 ‘법령 위반’의 의미는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기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주인인 지역주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

다수와 소수의견이 7:5로 팽팽하게 맞설 정도로 매우 치열한 사건임에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론적으로 법리논쟁에 접근하기는 어렵지만 상식적인 차원에서 과도한 중앙정부의 지침에 의해 지방자치가 제한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명백하게 실증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번 사건의 경우 지방자치법 157조 1항을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에 동의가 간다.

또한 관선시대도 아닌데 지방자치단체의 위법에 대한 판단을 상급지방자치단체나 주무부서에서 하고 자치단체의 행정행위를 취소시킬 수 있는 것은 과도하게 지방자치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그리고 한시법이긴 하나 지방분권특별법 12조 제2항에 “국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및 정원에 관하여는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만을 정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운영과 인력관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는 조항과도 충돌하고 있다.

징계결과에 비추어 봐도 대법원의 판결은 부당하다 .

또한 이 판결이 정당한가를 알기 위해서는 다수의 의견처럼 울산시에 의해 승진이 취소된 공무원들의 행위가 승진을 제한받아야 할 위법한 행위인지 살펴봐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북구청에서 당시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은 총 213명이었다. 당시 행자부 및 울산시의 지침에서는 파업참가 전원이 배제 징계에 해당된다고 했지만 실제 징계 및 소청심사까지 종결된 결과를 보면 해임 3명, 감봉 8명, 견책 30명, 불문경고 172명으로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승진이 제한될 정도의 징계를 받지 않았다. 특히 2005년 2월 3일자로 승진 임용되었다가 울산시장에 의해 직권취소처분 대상이 되었던 6명은 전원 ‘불문경고’로 결정되어 승진을 제한 받거나 취소 처분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이는 울산시가 행자부의 지침에 따라 강력하게 징계를 적용했을 것을 감안하면 당시 이상범 북구청장이 밝힌 자체징계 방침이 합리적이었음을 입증하고 또한 그것과 연관된 승진 또한 상식적이고 합리적 범위에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단지 행자부와 울산광역시의 지침을 거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은 중앙정부 못지않게 사법부도 권위주의 시대의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증거이며 이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민주노동당 이갑용 전 동구청장, 이상범 전 북구청장의 직무유기 건에 영향을 받았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공무원 노조 파업 사건과 관련해서 중앙정부와 울산시에 의해 구청장은 직무유기로 고발되어 직무가 정지되었고 관련된 자치행정은 모두 취소되었다. 그리고 법원은 차례대로 중앙정부와 울산시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북구주민이다. 나와 주민들이 정당하게 북구청장에게 위임한 민주적 권리가 중앙정부와 울산시에 의해 제한되고 권위적인 사법부에 의해 훼손되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지방자치의 주인인 지역주민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민주적 권리를 지켜야 하는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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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읽기1]“2할 자치”의 사법적 정당화 논리(이국운 한동대 법학 교수,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권필상 (울산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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