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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05.03.22
  • 846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센터 출범 초기부터 했던 판결비평 활동을 좀 더 활발히 하기위해 3월부터 ‘[판결비평] 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대법원의 판결 1건과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온 판결 1건에 대해 비평문을 발표하였다.

참여연대가 이런 일을 한다고 하자, 어느 기자로부터 ‘판결비평을 시민단체가 강화하겠다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는 다소 묵었지만 반복되는 주장이다.

법관의 판결은 국민 다수의 의사에 따라서 이루어질 수만은 없다. 국민 다수의 의사와 법관의 법적 판단, 그리고 법관이 판결의 근거로 삼는 법률이 일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다수결 투표를 통해 기본적으로 구성된 국회가 만든 법률이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는 법관이 국민 다수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또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못하더라도 헌법정신이나 자연법적 정신에 입각하여 보호해야 한다.

또 특정한 이슈에서 국민 다수의 의사가 법률의 취지나 냉정한 판단에 근거하지 못하고 감성적인 상황에 따라 왜곡되게 표현될 수 있다. 이럴 경우에도 법관은 다수의 의사라고 따를 수 없는 것이다. 판결은 여론재판과 일치할 수만은 없으며, 따라서 여론의 향배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법관이 여론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판결에 대한 비판과 사회적 토론까지 부정하는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법관의 독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판결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비판을 봉쇄하고자 한다면 이는 사법부의 배타성과 폐쇄성을 독립성을 명분으로 감추는 것에 불과하다.

법관의 판결에 대한 비판이 선고된 판결이 가지는 법적 효력 또는 법률적 강제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리고 판결을 선고한 법관에 대한 인신모독성 비방이나 물리적 위협을 가하는 것이 아닌 이상 판결에 대한 이성적 비판은 판결의 정당성이나 완결성을 제고하기위한 노력의 과정이다. 이는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는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과정이다.

법관은 판결로서 말한다고 한다. 그만큼 자기가 선고한 판결의 정당성에 대해 법관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스스로 결정한 재판의 결과와 그 판결의 논리적 이유에 대해 당당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그 판결에 대해 토론하고 비평하는 것을 법관이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자신이 선고한 판결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져보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자기 판결에 대한 자신이 없어 떳떳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법관이 되는 과정에서 습득한 후천성 배타성과 폐쇄성에 잡혀있기때문일 것이다.

법관의 독립이 법관의 ‘무오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법관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 과정을 거쳐 판결한다. 법관은 재판이 되는 사건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들으면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 다음에는 어떤 법조항을 적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법관은 법률에서 부여한 재량권을 행사한다.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선고형량을 줄여주거나 더 무겁게하거나 또는 선고를 유예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고한 판결에 오류는 없는 것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이 있는 판결도 있고, 반대로 탁월한 법률해석이나 재량권 행사로 칭송받을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법조항의 문자에 얽매인 법률해석에 그치는 판결도, 실체적 정의와 헌법정신을 고려한 법률해석으로 전향적인 결론을 도출하고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판결도 있을 수 있다. 기존의 법해석이나 판례를 기준으로 했을 때에는 흠없는 판결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점진적으로 진보하는 인권의식이나 가치관, 사회현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지 못하는 판결인 경우도 있다.

법관이 실체적 정의실현과 인권수호 기관으로서의 권위를 회복하기위해서는 법조계만의 고답적이거나 실무적인 판결비평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법관이 내린 판결이 국민들의 가치판단과 행동양식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판결은 사회에서 토론되고 정당성을 인정받아야한다. 열린 비평이 활발하면 할수록 법관들이 재판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일반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판결을 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끔 하는 자극이 된다.

부탁하고 싶다. 법관들이 판결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자신들의 독립성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 영양제로 받아주기를.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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