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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결정
  • 2005.08.18
  • 1215

공안감정문서 정보비공개 서울행정법원 결정



지난 5월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이태종)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건국대 학생모임 시놉티콘’ 회원 이호영씨가 지난해 6월 낸 공안문제연구소 이적표현물 감정목록 등에 대한 정보비공개 결정처분 취소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보안업무규정에 의하여 3급비밀로 지정되는 비밀은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정보’로 ‘적법절차에 따라 3급 비밀로 분류, 지정된 정보는 .원칙적으로 열람 및 공개가 제한되는 비공개대상정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 사건 정보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3급 비밀로 지정되어 열람, 및 공개가 제한되어...이 사건 정보는 구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고 있는데, 문제는 행정기관이 3급 비밀로 지정한 이 사건 정보가 실제로 정보공개법에서 비공개대상정보를 정한 취지인 ‘국가안전보장에 유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국가기밀’인지 여부에 대해 사법부가 판단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정보공개소송에 있어 실질적인 정보의 내용에대한 검토없이 청구대상 정보에 대해 행정기관에 처분한 ‘분류기준’이라는 형식만으로 정보공개대상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 판결인데,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서울행정법원의 이 사건 판결을 비평대상으로 올렸다(편집자 주)

공안문제연구소는 경찰청 산하 행정기관으로서 “공산주의를 비롯한 좌익사상에 대한 연구 및 대응이론의 개발,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에 관한 증거물의 감정 등을 담당하고 있는데, 경찰청, 국가정보원, 국군기부사령부 등 공안관련기관으로부터 공식문서로 문건의 감정을 의뢰받으면 감정서를 작성한 다음.. 이를 의뢰한 기관에 송부하. .(하기 판결문)”는 일을 한다.

서울행정법원13부(이태종, 기우종, 신상렬)는 지난 5월31일 공안문제연구소에 대해 서울대 학생동아리 시놉티콘이 신청한 일단의 정보공개청구를 기각하였다. 관련 공개청구 대상이 된 정보는 ‘공안문제연구소에서 설립 후부터 지금까지 감정했던 해당 사건은 무엇이며 그에 따른 감정 도서 및 감정자 등은 어떻게 되는지(‘이 사건정보’)’에 대한 것이었다.

1996년 제정된 정보공개법은 기본적으로 국민주권의 원칙에 따라 국가가 관리 및 보유하는 모든 정보는 국민의 것이며 예외적으로만 비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예외 중의 하나가 이번 사건 재판부가 적용한 구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1호로서, 그 내용은 “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 의한 명령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거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이다.

이 사건 재판부에 따르면,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2항과 그 위임에 의한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 제2조 제1호, 제4호, 제23조는 국가안전보장에 유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국가기밀은 그 중요성과 가치의 정도에 따라 Ⅰ급ㆍⅡ급 비밀 및 Ⅲ급 비밀의 분류로 되고, 해당 등급의 취급인가를 받은 자에 한에 열람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위의 ‘다른 법률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한 명령’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거나 비공개사항으로 규정되면” 7조1항1호에 따라 공개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재판부는 어떻게 이 사건 정보가 위 조항들에 의거하여‘비밀로 유지되거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되었는가’를 다음과 같이 친절하게 설명한다.

공안문제연구소에서 작성한 감정문서 등의 구체적 목록은 1992년부터 1997년까지의 감정목록과 1998년부터 2004년까지의 감정목록 등 2권으로 나뉘어 보관 중인데(이하‘이 사건 감정목록’이라 한다) ①1992년부터 1997년까지의 목록은 감정물을 도서, 유인물(간행물,노래.비디오등) 항목으로 나누어 별개로 편철된 다음, 각 감정물 위로 제목, 쪽, 감정결과(용공, 좌익, 반정부, 문제없음) 및 발행처가 기재되어 있고, ② 1998,1999년 및 2000년의 경우에는 각 감정물 단위로 접수일자, 감정분류(유인물,도서,노래,간행물) 제목,쪽수, 감정연구원(실명기재), 감정일자, 감정결과(용공,좌익,반정부,문제없음), 발행처가 기재되어 있으며, ③2001년, 2002년 및 2003년 의 경우에는 각 감정물 단위로 접수일자, 감정번호, 제목, 발행처, 감정결과(찬양,동조,선전선동, 기타), 감정일자, 감정유무, 쪽수, 의뢰기관(단순히 기관명만이 기재되어 있고, 관련사건의 유무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이 기재되어 있다.

공안문제연구소장은 1998.4.27 경찰대학 공안문제연구소에서 1992년부터 199712.31까지 접수,감정한 도서 및 유인물 목록을 Ⅲ급 비밀로 지정하기 위한 보안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경찰대학 보안심사위원회는 1998.5.1 위와 같이 작성된 감정목록이 외부로 누설될 경우 이적성 시비 및 창작,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을 야기시켜 사회문제로 된 가능성이 있고, 국내 대공기관에서 내사하고 있는 공작사항이 노출된 우려가 있으며, 목록에 수록된 자료 입수방법에 대한 적법 시비가 야기되어 보안수사 기관의 공신력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감정목록을 Ⅲ급 비밀로 지정한 것을 의결하였다.

이 사건 재판부가 의지하고 있는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1호의“다른 법률 또는 법률에 의한 명령에 의하여”라는 문구의 취지는 간단하다. 입법부는 특정 정보를 비밀로 할 것을 미리 정할 수 있다. 즉, 정보의 공개 여부를 사법부와 행정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법의 절차를 통해 결정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고, 입법부가 미리 공개여부를 결정짓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법부의 결정이 정보공개법에 의해 무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7조1항1호와 같은 조항이 존재하며, 이와 비슷한 취지의 조항들은 다른 나라의 정보공개법들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조항의 해석이 문제이다. 이 조항을 해석할 때 법률이나 법률에 의한 명령이 명시적으로 비밀유지를 정한 정보에만 한정하여 정보공개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관련 법률이나 명령으로 위임받은 기관이 행정결정을 통해 비밀유지를 결정한 정보에까지 예외가 확대해석할 경우, 위 조항은 정보공개법 전체를 형해화할 수 있다. 7조1항1호를 해석할 때‘법률과 명령에 따라 행정기관에 의해 비밀로 지정한 정보에는 정보공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해석하게 되면, 국가는 어떤 정보이든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가 있으면 행정기관에 요청하여 비밀로 지정하면 간단히 정보공개법의 적용을 피할 수가 있게 된다. 즉, 7조1항1호의 예외가 정보공개법 전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 즉, 7조1항1호는 ‘법률이나 명령이 비공개를 명시한 정보에는 정보공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이와 같이 예외가 원칙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미국의 경우에는 관련 조문 자체에서 ‘다른 법률에 의해 비공개로 특정된 정보이되, (A) 그 법은 비공개 여부에 대한 재량을 허용하지 않거나 (B) 비공개되는 정보의 기준과 종류를 특정한 경우’에만 정보공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이 사건 관련 정보공개법 조문은 위와 같이 친절하게 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건 재판부는 예외가 원칙을 집어삼킬 수 있는 해석은 피했어야 한다. 국정원법은 ‘국가안전보장에 유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국가기밀’이라는 비공개의 기준을 특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을 누가 운용하는가가 문제이다. 이 기준을 운용하는 주체는 법원이라야지 행정청이어서는 안된다. 이 사건 재판부는 “이 사건 정보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Ⅲ급 비밀로 지정되어 열람, 및 공개가 제한되어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정보는 구 정보공개법 제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하고 있어 실제로 이 사건 정보가 ‘국가안전보장에 유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국가기밀’인지 여부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

법원이 법률의 위임을 받은 행정기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보를 비공개로 분류한다면 7조1항1호는 국가는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가 있을 경우 언제라도 그 행정기관에게 비밀지정을 요청함으로써 모든 정보공개청구를 회피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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