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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결정
  • 2005.10.16
  • 1243

이마트 노조 가처분 사건



지난 9월 1일 수원지방법원 제30민사부(재판장 길기봉, 최기영, 김강대)는 민주노총 등이 제기한 '신세계 이마트 가처분 이의신청' 재판에서 종전 가처분 결정내용의 상당부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광범위하게 노조의 활동을 금지했던 원 가처분 결정이 수원지법 동일 재판부에 의해 결정된 지 6개월만의 일이었다. 지난 3월 신세계 이마트가 신세계 이마트 노조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서 노동기본권의 침해 소지가 있는 대부분의 내용을 수용했었다. 당시 법원이 사용금지한 표현은 ▲이마트 수지점이 노동자를 감금하고 미행하고 있다 ▲이마트가 살인적인 인권유린을 하고 있다 ▲이마트는 악덕기업이다 ▲이마트는 무노조 경영이념을 갖고 있다 등이었으며, 이 같은 내용을 언론매체 등을 통해 알리는 행위와 매장 100미터 이내에서 소란행위를 동반하여 집회를 여는 것 등을 금지했다.

이에 민주노총 등은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수원지법이 이를 상당부분 받아들여 ▲이마트 수지점이 노동자를 감금하고 미행하고 있다 ▲이마트가 살인적인 인권유린을 하고 있다 외의 나머지 표현들은 사용금지가 취소되었고, 이 같은 내용을 언론매체 등을 통해 알리는 행위도 금지가 취소되었다. 다만 100미터 이내에서 소란행위를 통하여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금지가 취소되지 않았다.

'신세계 이마트 가처분 이의신청' 재판에서 종전 가처분 결정내용의 상당부분을 취소한 것에 대해 법원의 무분별한 노동가처분 결정에 제동을 건 판결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노조의 활동이 가장 필요했던 시기에 노조의 활동을 광범위하게 금지했던 처음 가처분 결정이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이 있고, 법원이 이마트 사건을 처음부터 신중하게 다루었다면 6개월 동안이나 정당한 이유없이 노조의 활동이 제약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따라서 법원은 노조활동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노조활동에 대한 사측의 가처분 신청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자 이마트 가처분 사건을 판결비평대상으로 삼았다. (편집자 주)

피케팅은 법적으로 정당한 행위이다

수원지법 제30부 2005.9.1 선고 2005카합 564 가처분의 이의

판사 길기봉(재판장), 최기영, 김강대

피케팅이란 근로자단체가 필요한 장소에 피케팅 요원을 배치하여 다른 근로자 내지 일반시민에게 쟁의행위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려 이에 대한 협력을 호소하고 방해를 방지하도록 하는 쟁의수단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상 “쟁의행위”에 관하여 “파업, 태업, 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의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는데(동법 제 2조 제 6호), 피케팅은 이에 해당한다.

우리 대법원 판례에서는 피케팅과 직장점거에 관하여 “ '피케팅'은 파업에 가담하지 않고 조업을 계속하려는 자에 대하여 평화적 설득, 구두와 문서에 의한 언어적 설득의 범위 내에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 원칙이고, 폭행, 협박 또는 위력에 의한 실력적 저지나 물리적 강제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며,..”(대법원 1992. 7. 14. 선고 91다43800 판결)라고 설명한다. 피케팅은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아닌 한 법적으로 정당한 행위라는 것이다. 피케팅이 법적으로 정당한 행위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그 의미는, 피케팅 자체는 일종의 쟁의행위이므로 당연히 위에서 살핀 정의와 같이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일 텐데,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아닌 한 정당한 행위라고 평가 된다는 의미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점은, “쟁의행위로 인해 업무가 방해받는 것은 정당하다”는 점이다. 다만,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개입되었는지 등의 쟁의행위 자체의 정당성을 살필 필요가 있을 뿐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어떤 직원이 사용자의 비리나 약점을 폭로하였다면, 그것은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행위가 근로조건과 관련되는 것으로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법적으로 정당한 행위로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법원이 피케팅을 사전 금지할 때에는 더욱 신중하여야 한다

앞서 살핀바와 같이 피케팅은 본래 사용자의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이므로, 사용자의 업무가 저해되었다 하여 이를 두고 사용자의 영업권이 방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폭력을 사용하였다거나 전혀 허위인 사실을 유포하였다거나 하는 등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사유가 없는 한 피케팅은 허용되어야 한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표현행위에 관한 사전금지(事前禁止)를 청구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신중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판결에서도 이와 같은 원칙에 관하여 “중대하고도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전금지가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특히 사용자의 근로자들에 대한 사전금지청구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상 근로자에게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이 보장된 취지가 몰각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고 잘 설시하고 있다.

위 판시 뒷부분에서 나타나 있듯이,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에 비해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표현행위에 관하여는 이를 만일 사전금지하려면 다른 경우보다 더욱 신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상대방에게 “중대하고도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사전금지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경우 사용자에게 아무런 구제수단이 없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는 추후 다른 구제수단, 예컨대 형사고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반박보도, 정정보도 등을 통해 해결하여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사전 금지된 표현들 : 과연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는가?

대상 사건의 가처분 결정에서 금지한 내용들 중 가처분이의사건판결에서 취소한 다음의 표현들은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던 것이라고 생각되고, 이 부분에 관한 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더 나아가 자세히 살펴 볼 필요도 없이 당연하다.

다. “이마트가 무자비한(또는 파렴치하게) 노조탄압(또는 말살)을 하고 있다”

라. “이마트가 비인간적인 최저대우를 하고 있다(또는 노동자를 착취한다)”

마. “이마트는 악덕기업이다”

바. “이마트는 무노조경영 이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반면 이 사건 대상판결인 가처분이의 판결에서 인가한 다음의 내용은 과연 위와 같은 엄격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가. “이마트 수지점이 노동자를 감금하고 미행하고 있다”

나. “이마트가 살인적인 인권유린을 하고 있다”

피케팅을 함에 있어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중대하고도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보다 더 신중해야 하는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견으로는 부정적으로 생각된다. 그와 같은 표현이 설사 과장된 것, 나아가 허위라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이마트가 입을 손해가 중대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설사 중대한 손해라 하더라도 그 손해가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와 같은 행위로 인해 입는 손해는 쟁의과정 중 입을 수 있는 통상적인 손해에 해당하며, 또한 이는 사후적으로 금전적으로 또는 다른 민ㆍ형사상 구제수단을 통하여 “회복할 수 있는” 성격의 손해일 것이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에서는 이 점에 관하여 “이와 같은 표현은 허위이거나 사실관계를 지나치게 과장ㆍ왜곡한 것으로서 그것이 외부에 표현될 경우에는 다수의 소비자를 상대로 할인판매점을 영위하고 있는 채권자 회사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인가한 것인데, 사견으로는 대상판결 재판부의 이와 같은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

“살인적인 인권유린”부분은 더욱 그러하다. 대상판결에 의하자면, “회사에 근무하는 계산원들의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채권자회사가 노조에 가입한 계산원들에 대하여 노조를 탈퇴하도록 집요하게 종용, 회유하고 이로 인하여 다수의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시켜 노조를 무력화시켰지만, 이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도저히 채권자 회사가 ‘살인적’으로 근로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살인적’인권유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여 중대하고도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것일까? ‘살인적인’이라는 표현을 두고 이것이 실제로 사람을 살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도 상식적인 것이다. 만일 어느 언론에서 “현 정부는 살인적인 부동산 조세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라고 하는 기사를 쓰려 하는 경우, 정부가 언론사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하여 이를 사전금지할 수 있을까? 또한 “지하철이 냉방시설이 고장 나서 많은 시민들이 살인적 더위에 시달렸다”라는 시민의 글에 대해 지하철공사에서 언론사나 기고자를 상대로 사전금지를 청구할 수 있을까? 판단하는 사람마다 자기 가치관이나 우리말에 대한 이해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여기서 예로 들고 있는 언론의 경우보다 쟁의행위의 경우에는 사전금지에 관해 더 엄격해야 한다는, 재판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원칙이다.

노동사건 가처분이 가지는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 가처분과 가처분이의 절차에 관하여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언급하여야 하는 점은 원심인 가처분 사건과 가처분이의사건의 재판부가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 점에 관하여, 어떻게 같은 재판부가 불복사건을 재판할 수 있느냐는 점과 같은 재판부가 행한 재판 결과가 어떻게 다를 수 있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로서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행법상 절차적으로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가처분신청이 제기되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보통 변론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민사소송법 제 280조 참조). 신청인 측에서 제기한 주장과 소명자료만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답변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결정을 내리거나, 상대방에게 답변의 기회를 주더라도 보통 정식의 변론절차가 아닌 심문절차를 거칠 뿐이다. 이 사건의 경우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동법 제 300조 제 2항)의 일종이므로 정식 변론기일이 아닌 심문기일을 여는 것이 원칙이다(동법 제 304조).

이와 같이 가처분 재판과정 중 변론절차를 거치지 않는 이유는 가처분이 본질적으로 긴급성(緊急性)과 밀행성(密行性)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문제점은 이의신청제도로 해결하는데, 이의신청 절차에서 정식 변론절차를 거치게 된다(동법 제 286조). 따라서 긴급성과 밀행성에 따라 변론절차 없이 가처분결정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에 대해 채무자 측에서 이의신청을 제기한 경우에 정식 변론절차를 거쳐 처음의 결정이 취소되는 것은 결코 모순이거나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또한 이의사건은 가처분결정을 한 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에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되는 것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이 사건의 경우도 당초 가처분결정 당시는 회사 측의 가처분신청을 폭넓게 받아주었다가 그 후 노조원 측에서 이의신청을 제기하자 변론절차를 거치면서 충분히 심리한 후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많은 부분을 취소하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가처분을 인가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 과연 법원이 초기에는 가처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몰랐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보기에 이 사건 재판부의 입장은 피케팅 행위에 대해 사전금지를 명함에 있어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 사건에 있어서 어떠한 표현에 대해 이를 금지시킬 것이냐의 문제는 반드시 변론을 통하여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처분신청에 대해 심문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이를 판단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사건의 취소ㆍ인가 사유들은 그 성격상 가처분결정 시점과 가처분이의 판결 시점을 비교할 때 양자가 특별히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당초 가처분에서 사전금지결정이 이루어진 표현 중 “이마트는 무노조경영 이념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에 관하여 생각해 보자. 이 사건 재판부는 당초 가처분을 명할 당시에는 이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사전금지를 명하였다. 그러나 그 후 가처분이의절차에서 비로소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거나 사실관계를 다소 과장한 것에 불과하고 ...(중략)... 위와 같은 내용이 외부에 표현된다 하여 채권자회사에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한 것이다. 그런데, 이마트가 속해 있는 그룹이 대표적으로, 또는 거의 유일하게, 무노조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웬만한 대한민국 국민들 간에는 상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재판부는 이러한 노조의 주장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는 점을 변론절차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일까? 한편 어떠한 표현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통상적으로 그 표현 자체와 개략적인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용이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마트는 무노조경영 이념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여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재판부는 변론절차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판단할 수 있었을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쟁의행위로서 이루어지는 피케팅상의 표현행위를 사전금지하기 위해서는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 이상의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가처분결정 시점에는 그와 같은 사유가 있었다가 가처분이의 판결 시점에 있어서 그와 같은 사유가 해소되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경위야 어쨌든 이 사건 재판부가 가처분 결정시 다소 경솔하게 광범위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여 주었다가 차후 이의신청 재판에서 이를 상당부분 바로잡았으므로, 이 사건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가에는 매우 큰 함정이 있다. 가처분의 법적 효력과 노동사건 가처분의 특수성을 생각할 때 대상판결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인 이마트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고 노조원들로부터는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피케팅을 할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가처분결정과 집행력 : 노조 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한 가처분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가처분결정은 변론절차 없이 발령되고, 이의신청 절차에서 본격적인 변론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가처분결정 후 이의신청판결 전까지의 기간 동안 가처분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민사 본안소송의 1심에서 원고의 청구가 받아들여지고 피고가 패소한 경우에도, 만일 피고가 불복하여 항소를 하면 원고는 1심 판결을 가지고 강제집행을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가처분의 경우는 다르다. 가처분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그 집행은 정지되지 않는다.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채무자 측에서 가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을 뿐이다(민사소송법 제 309조). 이 사건의 경우는 집행정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가처분결정 후 이의신청판결 전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광범위한 사전금지를 명한 당초의 가처분의 효력이 인정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가처분결정당시 노조원들이 가처분 결정내용을 위반할 경우 1회당 금 500,000원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결국 이 사건 재판부의 재판에 따라 2005. 3. 24. 가처분결정일로부터 2005. 9. 1. 가처분이의 판결일까지의 약 6개월에 가까운 긴 기간 동안, 결과적으로 보면 노조원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피케팅의 행사를 제한받은 셈이 된다. 이제 막 설립한 후 와해공작에 대항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던 이마트 노조활동은 그 기간을 거치면서 사실상 심각하게 제약되었을 것임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병 주고 약 주는 재판부

노동관계, 특히 쟁의당시의 노사관계는 마치 생물(生物)과 같아서, 시시각각 변하는 변수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고 한다. 여러 가지 상황의 변동에 따라 주요 당사자들조차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와 같은 특성을 고려할 때 노동사건 가처분은 그 결론이 물론 중요하지만, 결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의성(時宜性) 내지 적시성(適時性)이라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을 서류상으로 살펴 볼 때에는, 변론 없이 이루어진 가처분에 대하여 변론과정을 거치면서 상당부분 노조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으므로, 노조원들로서는 별다른 불이익을 입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언뜻 보기에는 이 재판에서 오히려 노조원들이 ‘최후의 승리’를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노조원들은 실질적으로 완전 패소한 것이나 다름없다. 진정으로 피케팅이 필요한 당시에 피케팅이 광범위하게 금지되었으며, 그 금지의 효력은 6개월 가까이 지속되었고, 그 결과 피케팅이 무의미해진 상태에 이르러서야 그간 잘못되었던 피케팅 사전 금지 결정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면, 이 사건 재판부는 노조원들에게 ‘병 주고 약 준’ 셈이며, 노조활동이 가장 필요했던 시기가 지난 후 노조원들이 받아 든 ‘승소판결문’으로서의 가처분이의 판결문은 그야말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사람은 오히려 노조원들

이 사건 판결 후 이마트 노조 및 노조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하여 필자가 개인적으로 확인해 본 바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 사건 사전 금지를 명한 가처분결정은 이마트 노조의 활동을 심각하게 제한했으며, 그 후 가처분이의 판결에서 잘못되었던 대부분의 사전금지결정이 취소되었다고 한들 이미 타격을 입은 이마트 노조의 활동이 쉽게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 가처분 절차를 통하여 정작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당사자는 가처분 채권자인 회사 측이 아니라 오히려 노조원들이었던 것이다.

노동사건에 대한 가처분이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헌법과 법률상 인정된 노동자들의 기본권의 행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제도적 족쇄로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법원은 가처분 결정 단계부터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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