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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결정
  • 2006.01.12
  • 1765

최초의 수혜자는 삼성전자 이사들



지난 2005년 10월28일 대법원 제3부(재판장 박재윤, 주심 이규홍, 양승태)는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삼성전자 전ㆍ현직 임원들에게 190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서울고등법원의 원심(2003.11.20. 선고, 2002나6595)판결을 확정했다. 이른바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이라 이름붙여진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경제개혁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상법상의 이사책임 제한의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아도 법원에서 재량으로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 액수를 제한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상법 개정을 통해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법원의 재량권으로 결론지었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법원이 재량적인 판단으로 법률적으로 확정된 손해액보다 적은 금액만을 배상하도록 판결할 수 있다는 판례는 사실 지 2004년 12월 ‘동방페레그린증권 사건’에서 대법원이 처음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대법원은 이같은 법률적 해석만을 제시하고 실제로는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 금액까지는 줄여주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은 대법원이 10개월 전에 제시한 법리를 실제 적용하여 이사들의 손해배상책임 금액을 줄여준 최초의 판결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작년 6월 10일에 발표한 “[판결비평] 2005-02 광장에 나온 판결”에서 ‘동방페레그린증권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당시 대법원이 심리중이던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의 전주곡이 될 것임을 우려한 바 있다. 결국 이같은 참여연대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인데, 이에 참여연대는 지난 비평의 후속으로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의 대법원 판결도 비평하기로 하였다(편집자 주).



상법까지 뜯어 고친 대법원, 최초의 수혜자는 삼성전자 이사들

지난 10월 28일 대법원은 약 7년동안 계속되었던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을 선고했다. 쌍방항소기각을 통해 결국 이건희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이사들에게 합계 190억원의 배상을 명한 항소심판결을 확정시킨 것이다. 대다수의 언론들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이 사건이 비록 일부지만 원고승소로 결말이 난 것과 살아 있는 재벌의 경영진들에게 상당한 액수의 배상이 명해진 것에 초점을 맞추어 이 판결의 의미를 평가했다. 물론 아직도 주주대표소송이 쉽지 않은 척박한 환경에서 그것도 우리나라 최대의 기업을 상대로 이러한 판결이 내려진 것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을 잘 살펴보면 이 번 판결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집단인 삼성의 벽을 극복하지 못한 판결임을 알 수 있다.

법률적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가장 논쟁이 될 만한 부분은 상법상 이사책임제한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아도 법원이 재량으로 이사들의 책임액수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한 부분이다. 이 사건의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피고들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주식을 헐값에 매각하여 회사에 무려 626억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것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의 회사에 대한 공헌도 등을 이유로 배상액을 손실액의 20%에 못미치는 120억원으로 적당히 감액하였는데 대법원이 이를 최종적으로 추인해 준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행상법은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해태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상법 제399조 제1항), 이러한 이사의 책임은 총주주의 동의로만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법 제400조). 이러한 요건이 너무 가혹하기 때문에 상법을 개정해서 총주주의 동의라는 요건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완화하자고 하는 주장이 있으며 실제로 일본에서는 2001년 상법개정을 통해서 이사의 책임을 특별결의로 감면하거나 정관의 규정으로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회사가 정관으로 이사가 받는 총보수의 일정배수 (예컨대 5배)를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의 상한으로 정하자는 제안이 법무부에 제출된 바도 있다. 이러한 논의는 결국 이사의 책임을 제한하는 문제가 국민이 뽑은 대표자들이 모인 국회에서 상법개정을 통해서 해결될 사안이라는 점을 말해 준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은 이러한 모든 입법론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법원이 아주 추상적인 요소들 (사업의 내용과 성격, 당해 이사의 임무위반의 경위 및 임무위반행위의 태양, 회시에 대한 공헌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이사들의 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는 결국 대법원이 현행 상법조항을 법개정절차 없이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며 상법상 주주들에게 부여된 이사책임제한의 권한을 법원으로 옮겨 버린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있기 얼마전 동방페레그린관련 사건에서 같은 논리가 원용되기는 했지만 그 때는 실질적으로 배상액수의 제한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결국 이번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에 의한 최초의 수혜자는 우리나라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사들이 되었다. 우리는 사회적 약자들이 국가나 기업에 의한 권익침해를 호소하였을 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 온 사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수 없이 경험해 왔다. 그런데 이사들의 책임제한이라는 필요를 위해서는 국회가 만든 법을 바꿀 정도의 적극성을 보인 대법원의 태도는 결코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불어 이러한 판결이 또 다시 우리나라의 성역에 해당하는 삼성과 관련하여 내려졌다는 것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가 이건희회장의 아들인 이재용씨에게 이사회 결의도 없이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해 준 것과 관련하여 제기된 전환사채발행무효확인소송에서도 우리 사법부는 이사회결의 없는 전환사채발행도 거래의 안전을 감안하여 그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놀라운 법리를 개발하여 법조인들과 학자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우리는 삼성이 결부된 특정사건에서 새로운 법리가 개발되거나 판례가 바뀜으로써 법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고 입법권이 침해되는 폐단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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