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二分法的 思考의 틀(국가 對 개인) 속에 갇힌 이동흡 후보자

 

 

하태훈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I. 들어가며

판결비평 대상은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가 재판관 재임 시 합헌의견을 밝힌 두 개의 헌법재판소 결정[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위헌소원(헌재 2010. 12. 28. 2008헌바157, 2009헌바88(병합))과 서울특별시 서울광장통행저지행위 위헌확인(헌재 2011. 6. 30. 2009헌마406)]이다. 대상판결의 공통점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에 관한 것이라는 점과 공익에 대한 이해가 위헌여부의 판단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이 결정에서 밝힌 이 후보자의 견해의 공통점은 이분법적 사고의 틀, 즉 개인과 국가(내지 공공의 안전과 질서)가 충돌하는 경우에 후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사고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국가와 공공질서 및 안전을 위해서는 개인의 기본권은 제한되어도 된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내지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과도하게 중시하는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면서 결론을 내리거나 미리 결론을 내리고 그에 맞는 논거를 찾아내거나 꿰맞추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정부와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사표현과 집회시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소위 미네르바 사건과 서울광장차벽 사건에 대한 합헌의견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그리고 이동흡 후보자의 코드가 일치한다. 지난 5년 동안 이명박 정부는 억눌린 대중의 하소연과 답답한 군중의 함성을 ‘떼법’이자 ‘불법‘으로 낙인찍어 이 사회에서 추방되어야 할 대상으로 만들었다.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이른바 법질서 확립이라는 미명 아래 공권력을 이용하여 탄압했다. 다른 목소리를 ‘국론분열’이니 ‘사회혼란세력’으로 낙인찍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눌러버렸다. 민주국가 국민으로서 당연시되는 기본권행사를 필벌의 대상으로 과잉 형사범죄화하였다. 공권력 강화, 공안, 집회시위의 과도한 제한, 의사표현의 자유 제한, 감시와 통제의 강화 등 민주화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던 5년이었다. 

 

국가와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 개인의 인권쯤이야 희생되어도 좋다는 전체주의적 사고가 되살아났고, 정치세계의 전면에 등장한 시민을 자꾸 법이라는 이름으로 광장에서 쫓아내 버렸다. 정의와 자유를 추구하고 보장하는 법보다는 질서와 안정을 추구하는 법이 우선시되었다. 그동안 정치적 투쟁의 산물이며 피와 눈물로 쌓아온 헌법적 가치인 인권, 인간의 존엄, 법치, 민주, 자유, 정의, 평화 등등의 개념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2개의 결정에서 보듯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으로서 민주주의의 후퇴에 정신적·언어적 방조를 한 셈이고, 그에 대한 대가로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로 지명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II.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 합헌의견에 대하여

 

형벌법규의 내용이 불명확하고 추상적일수록 법적용에 있어서 법관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많아 죄형법정주의 이념이 잠식될 수 있다. 해석자의 자의의 개입을 가능케 하는 불확정한 법률이야말로 법치국가성에 대한 적신호요 시민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 중 무엇보다도 중요한 원칙은 법률 확정성의 요구이다. 

어떤 행위에 대해 어떠한 제재가 가해지는가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의 요구가 명확성의 원칙(법률 확정성의 원칙)이다. 이는 일반 국민에게 행위의 가벌성에 관하여 예측가능하게 해줌으로써 그의 행동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함과 아울러 그 법규를 운용하는 국가기관의 姿意와 전횡을 방지하기 위하여 형벌법규가 규정하는 범죄구성요건이 애매, 불명확하여서는 안 되며 구성요건에서 금지 또는 명령하는 행위의 내용과 법적 효과를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명확성의 원칙이란 구성요건요소가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이든 초과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든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든 법률규정의 명확성, 법문언의 명확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명확성의 원칙이 구성요건요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거도 없이 논증하지 않고 단언만 있을 뿐이다. 법률조항에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초과 주관적 구성요건을 추가하여 ‘허위의 통신’ 가운데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되는 행위의 범위를 대폭 축소시키고 있다는 판단은 타당하나,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초과 주관적 구성요건 부분에 대하여 객관적 구성요건 행위와 같은 정도의 명확성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왜 구성요건 요소에 따라 법률 명확성 요구의 정도가 다른지에 대한 법률가로서 요구되는 논증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다르다면 그저 다른 줄 알아야하는 것일까. 국가와 사회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 개인의 기본권쯤이야 희생되어도 좋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이유를 찾아냈으나 어느 누구도 제시한 바 없고 설득력도 없는 독특한 견해가 된 것이다.

 

III. 서울특별시 서울광장통행저지행위 위헌확인에서의 반대의견에 대하여

 

이 후보자가 이분법적 사고의 틀, 즉 개인과 국가(내지 공공의 안전과 질서)가 충돌하는 경우에 후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사고에 갇혀 있음을 드러내는 결정이다. 국가와 공공질서 및 안전을 위해서는 개인의 기본권은 제한되어도 된다는 생각과 집회시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의 반대의견에는 대규모 집회시위=불법 폭력집회시위로의 발전=사회혼란과 위험=공익침해(시민의 생명·신체와 재산)라는 등식이 기초하고 있다.: “시민분향소가 위치한 덕수궁뿐만 아니라 중요한 공공기관과 가까운 서울광장 주변 곳곳에서 소규모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던 상황에서 서울광장에 대규모 군중이 운집할 경우 자칫 불법․폭력 집회나 시위로 나아갈 수 있고, 그 경우 사회에 미치는 혼란과 위험이 상당히 클 것이므로 이와 같은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여 시민들의 생명․신체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한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를 현저히 불합리한 공권력 행사로 보기 어렵다.”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서 개인보다 국가를 우선하려면 어느 정도 합리적인 비교형량이 필요하다. 전가의 보도처럼 ‘공익’, ‘사회의 안전과 질서’와 같은 매우 추상적인 단어를 들먹일 것이 아니고, 또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단순히 ‘공익이 사익보다 크다’라고 단언할 것도 아니다. 이 사건에서 서울광장에서 여가활동이나 통행을 하지 못하는 개인의 불편함보다 불법․폭력 집회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려는 공익이 왜, 어느 정도 크다고 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후보자는 법률가로서의 논증의무를 해태했다고 볼 수 있다. 

 

IV. 결 론

 

법의 두 날개는 질서·안정과 자유·정의다. 통치자는 전자를 후자보다 중시하려는 경향과 유혹을 받는다. 보수성향의 통치자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 공공의 이익과 안전이란 명목으로 개인과 개인의 인권이 짓밟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국가 또는 전체 이익을 위하여 개인의 자유와 안전이 침해되면서 공권력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런 통치자와 코드를 맞춘다면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기관은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검찰처럼 정치 헌법재판소가 될 우려가 크다.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모든 권력에서 독립해야 한다.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경제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두 개의 결정으로부터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서 자질이 부족하고 법률가로서 의무를 다 했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분법적 사고의 틀 속에서 지나치게 국가와 사회의 이익을 개인의 기본권보다 우선하는 반헌법적 성향을 드러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 이 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가 2013년 1월 17일(목) 오후 3시,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왜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으로 부적격자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긴급좌담회 자료집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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