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6-12-28   1728

[좌담회-판결비평] 공직자 취업제한 제도 개선해야 한다

취업제한위반심사소송 ‘각하’결정 행정법원

현행법 한계 드러낸 판결…활동제한 등 대안마련 요구

지난 4월 7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민중기 판사, 김정숙 판사, 이성호 판사)는 한 공직자가 퇴직 후 영리사기업체에 취업한 사건에서 공직시절 수행한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 업체에 취업한 것 인만큼 취업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 판결한 바 있다.

이 사건은 해양수산부의 여러 직책을 거친 후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에서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재직하다 퇴임한 A씨가 퇴직하자마자 자신이 근무하던 공단의 전산시스템을 해마다 유지 보수하는 업무를 맡아온 모 물류회사에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이 과연 업무연관성이 없어 취업제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할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를 두고 벌어진 것이다.

문제가 된 사건을 맡은 2심 재판부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은 행정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퇴직 전에 소속된 해양수산부의 장관에게 취업 제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청을 한 것에 불과한 것인 만큼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소송자체를 각하함으로써, 1심 판결 자체의 효력이 없어졌다. 그러나 직무상 이해충돌 발생 가능성 자체를 막기 위한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제도를 취지를 협소하게 이해했다는 점에서 1심판결의 논리는 문제가 적지 않아, <시민의신문>과 참여연대는 ‘시민포럼-법정 밖에서 본 판결’ 열두 번째 주제로 ‘취업제한위반심사결정처분취소’에 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2005구합34619)을 다뤘다

○일시 : 2006년 12월 20일(수) 오후 3시

○장소 : 참여연대 강당

○좌담회 사회자: 박경신(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고려대 법학교수)

○좌담회 참석자 :

권순록 행정자치부 공직윤리팀장

윤태범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 실행위원(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박경신 : 이번 좌담회 주제는 공직자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의 최근 판결에 대한 내용이다. 사건은 해양수산부 산하에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에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인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던 사람이 임기를 마치고 부두공단에 전산시스템을 제공하는 어느 영리 법인의 대표이사로 취임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아무래도 전 직장의 다른 후임자나 전 동료직원들에 대해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해서 유리하게 할 수 있는 이해 충돌 여지가 있지 않는가라는 의도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1심 재판부는 공직자윤리위의 이의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우선 윤태범 교수께서 글로 자세히 써주셨지만 판결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지 말해 달라.

△윤태범 :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지난 4월에 있었다. 퇴직 공직자의 윤리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다. 결론은 문제가 없다. 사법부의 법률적인 판단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소감을 말하라면 재판부의 입장에서는 공직자 윤리법에 의한 판결이었겠지만 판결을 떠나서 공직자윤리법이 왜 만들어졌는지 퇴직 후 취업제한제도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해가 낮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재판부가 세 가지 입장에서 판결한 것으로 생각된다. 첫 번째가 공직자윤리법상의 퇴직 후 취업 제한규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업무 연관성을 따질 때 명확성과 비례의 원칙에 따라서 해야 하며 유추해석은 금지한다고 했다. 당연한 지적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동시에 공직자윤리법이 취업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특정한 경우 이해충돌이 야기되고 업무연관성이 확실한 경우에만 제한하는 것이라고 해 스스로도 왜 취업제한조항이 필요한지 분명하게 하고 있다. 공무집행의 공정성, 공무원과 사기업의 부정유착을 차단하는 것이 입법 목적이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직무연관성의 유추해석을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판결에서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해충돌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 밖에는 안 된다. 이런 판단의 이유 중 하나가 법률상 흠결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다. 특히 ‘취업제한’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활동제한’에 초점을 둬야 한다.

두 번째로 재판부는 공단과 한국물류 사이의 계약은 원고가 재직하기 이전에 이뤄진 것이고 통상적이며 계약규모도 크지 않는 등 기업체의 재산상의 권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칠수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접근한다면 법의 본래 목적과는 다르게 이해 충돌의 예방과 해소라는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입법 취지나 의의는 처벌이 아닌 이해 충돌 가능성을 확인하고 사전 방지에 있는데 이해 충돌 후 확인하고 처벌하는 것이라면 공직자윤리법이 아닌 일반 형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재판부가 용역계약은 공사 또는 물품 구입의 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업무관련성의 판단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규정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박경신 :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잘 정리해줬다. 이해 충돌의 예방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이 만들어졌다면 제한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라는 문제제기다.

△권순록 : 사실 이 판결 자체는 1심 판결 내용이다. 공직자 윤리 자체가 강제적인 처분으로 볼 수 없으며 원고가 상고를 안했기 때문에 사건은 2심으로 종결됐다.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결내용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사법부로서는 임무가 인권의 수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개인의 권리 제한에 재판부가 신중했던 것으로 이해 간다. 항소심에서는 본안 심의자체가 없었다.

공직자윤리위, 퇴직 공무원 해임 요청 불가

△박경신 : 공직자윤리위에서 퇴직 공무원이 취업을 하는 것을 해임해달라는 요청인데 1심 판결을 보면 스스로 해임하도록 주무부서에 요청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효력이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 공직자윤리법이 실제로 효력이 있을까.

△권순록 : 이번 판결은 기관장이 소송당사자가 된다는 취지다. 공직자윤리위가 기관장을 구속하기는 하지만 그 단계에서 공직자윤리위가 법원에 제소할 사항은 아니라는 판결로 생각된다. 12월 개정된 법에 의하면 과태료 등의 처벌 규정이 있다. 회사가 과태료를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 2006년 1월부터 취업을 원하는 퇴직공직자는 공직자윤리위에 취업확인을 받아야 한다. 미리 업무연관성이 없다는 확인이 있어야 취업이 가능하다. 사전적 규제다. 그러나 2005년까지는 공무원 스스로가 판단을 하면 된다. 임의로 취업을 할 수도 있다. 현재 소송에 걸린 사항은 대부분 06년 이전에 발생한 것들이다.

△박경신 : 사전확인절차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생기고 나서 몇 건이나 취업사례에 대한 결정을 했고 제한을 했나.

△권순록 :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제도의 효력을 심사실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사전적인 여과기능의 제도다 직무가능성여부는 본인 자체가 판단을 한다. 불가 판정을 기대하면서 확인요청을 하지는 않는다. 적을수록 성공적이라고 봐야 한다. 2006년 110건이 접수돼 지금까지 3건 정도 부적절 판정이 있었다.

△윤태범 :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위원회에서 판단할 때 어떻게 판단하는가. 가부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 그것을 구분할 애매한 경계점이 있지는 않은가. 세 건이라고 하지만 건수는 훨씬 더 다양하지 않을까.

△권순록 : 국민들의 법감정은 현행법과의 차이가 있는 듯 하다. 법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실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측면에서 소속부서가 아니라도 취업 제한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행법은 재직 시의 직무자체가 소속부서의 직무가 아니면 직무연관성은 없다고 판단한다. 과장이라면 자기 과, 국장은 자기 산하의 여러 과 중 하나에 해당되지 않으면 상관없다. 윤리위원회의 그릇된 판단은 없다.

현행 취업제한제도 개선 필요성 공감

△박경신 : 어떻든 공직자윤리위는 행정기관이고 법이 정한 명백한 기준에 따라서 취업제한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미국의 입법례와 비교를 해봤을 때 관련부서를 기준으로 이해 상충을 따지게 되면 잡아내기가 힘들지 않겠는가. 미국과 캐나다의 입법례를 봤을 때 캐나다는 취업제한의 면이 있는 반면 미국은 취업을 제한한다고 하기 보다는 새로 취업한 사기업체의 이익을 위해 전직 기관에 연락과 접촉을 금하게 하는 활동 제한 입법례가 있었다.

△윤태범 : 취업제한을 통해 이해충돌을 막을 수 있다. 물론 활동제한을 통해서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취업을 제한하다보니 직무연관성에 대한 개념도 모호하고 매출액 기준 등도 고려하는 등 어려운 부분이 많다. 취업제한이 되는 기업에 대해 매출액 등 기준을 없앤다면 취업제한 역시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렇게 놓고 보면 차라리 활동 제한과 가깝게 된다.

△박경신 : 한발 물러나서 생각을 해보면 한국 같은 경우는 한번 공무원생활하면 아주 오랫동안 일을 하다가 나온다.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정년을 못 채우고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영화진흥위에서 일한 분들은 당연히 영화사 이사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걸 나무랄 수 있는 근거가 있나. 사안별로 어떤 식으로 균형을 잡을까가 중요한 듯 하다.

△권순록 : 활동제한이라는 제도에 대해 흥미가 있다. 취업제한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거의 해결될 수 있다. 공무원들의 수용성 또한 굉장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효성이 문제다. 적발하고 처벌하고 규제하는 등의 실행 수단이 마땅치 않다. 실천적인 방법은 못찾고 있는 상태다.

△윤태범 : 공직자 윤리법의 구조를 살펴보자. 먼저 공직자 재산등록이 가장 먼저다. 심사하고 공개한다. 그러나 직급에 따라 공개대상도 달라진다. 그런 후에 취업제한이 붙어 있다. 등록대상인 고위직 공무원들만 제한 가능하다. 하위직 공무원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공직자윤리위가 취업제한을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줘야 한다.

공직자윤리위 판단 기준 문제없나?

△권순록 : 공직자윤리위의 판단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일면 타당하다. 공직자윤리위의 판단 준거는 법령과 제도의 틀에 얽매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벗어나서 판단한다면 자의적일 수 있다. 정부 위원 4명과 민간 위원 5명으로 구성된 위원들의 판단이 중요하다.

△윤태범 : 법규정에서 판단한다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왜 퇴직 후 취업제한을 하는가에 대한 이유와 개념이 정리돼 있어야 하는데 현행법은 그런 해석의 여지가 없다. 입법 취지가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다.

△박경신 : 현재 2심 판결을 보면 공직자윤리위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제가 보기에는 이미 취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을 빨리 진행할 여지는 없는 것 같다. 여기에서 효용성 문제가 생기는데 해임강구요청을 취한 다음 곧바로 해임이 되지 않았을 때 그 다음 절차로 주무부서 장관에게 신청을 하거나 조치를 빨리 취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권순록 : 이른바 버티기 소송으로 시간을 때우면 공직자윤리위가 할 수 있는 대책은 없다. 가처분 신청도 같이 하는데 대부분은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전 공무원이 소속기관장에게 소송을 거는 식의 극단적인 경우는 없지 않을까. 그런 극단적인 경우까지 고려해서 제도를 유지한다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들 듯 하다.

박성호(시민의 신문 기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