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6-01-12   1729

[판결비평문] 법원기능에 비해 국민기본권을 과소평가한 헌재

법원 100미터이내 집회금지 합헌 결정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각급 법원의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 미터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제11조가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9명중 4명이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제시하는 등 법원밖 100미터 이내 집회 시위 금지규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물론 위헌이라고 소수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4명의 의견 또한 다수의견에 비해서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충실하고자 하였으나,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즉 헌재의 결정내용은 다수의견이든 소수의견이든 집회 시위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과는 다른 법익의 보호가 필요하다면 특정 국가기관 혹은 기관장 공관 인근에서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번 헌재의 결정을 비평 대상으로 하였다(편집자 주).

지난 해 11월 24일 헌법재판소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아래 ‘집시법’으로 줄임) 제11조 제1호 위헌제청 사건에 대하여 결정(2004헌가17)을 내렸는데, 헌재는 각급법원의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 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 이 집시법 제11조 관련 조항이 합헌이라고 하였다.

이보다 앞선 2003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구 집시법(2004. 1. 29. 법률 제71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의 100미터 이내 집회시위 금지대상지역에 국내주재 외국의 대사관 등 외교기관을 포함시키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한 바 있다(2000헌바67등). 그에 따라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특정한 경우에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허용하도록 현행 집시법(법률 제7123호)은 규정하고 있다.

법관들의 심리적 위축감이 집회시위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인가?

문제가 된 집시법 11조는 개별적인 경우의 구체적 위험상

황 발생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각급법원 인근이라는 특정장소에서 옥외집회나 시위를 예외 없이 금지하는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판시하였듯이 집회의 목적ㆍ내용과 집회의 장소는 일반적으로 밀접한 내적인 연관관계에 있기 때문에, 집회 장소에 대한 선택이 집회의 성과를 결정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집회장소가 바로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물론 헌법재판소는 “다른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정당화”된다면 집회장소를 항의 대상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다고 한 바 있다(헌재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등 결정).

그렇다면 문제는 도대체 어떤 법익을 위하여 강력한 기본권 제한수단으로서 절대적 금지를 헌법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기능보호와 법원의 안녕보호를 그 입법목적으로 하는데,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와 같은 일반규정에 의한 보호보다 더 강한 보호를 각급법원에 부여하는 것은 법원이 갖는 기능의 특수성 때문이며, 바로 이러한 기능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특별보호가 정당화된다고 본다. 따라서 법원이 갖는 기능의 특수성이 무엇인가가 이 위헌여부의 핵심적인 관건이다.

헌법재판소는 법관이 원칙적으로 법정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보고 들은 것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아야 하는데, 법관도 인간이기 때문에 재판중이나 재판 전에 법정이나 그 부근에서 개최되는 집단행동에 의하여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영향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경우에 법관이 그러한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판단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국민들은 그것이 집단행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은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서 사법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헌법에 따르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한다. 설령 법원 앞에서 집회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여도 법관은 오로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기초해야 한다. 그것은 헌법이 법관에 대한 신분보장을 통하여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는 것에 상응하는 헌법적 의무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는 법원 판결의 논증력과 설득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기 때문에 집회로 인한 영향의 의혹만으로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집회금지장소의 반경의 100미터 규정이 법익충돌의 위험성에 비추어 볼 때 사법기능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거리라고 평가한다. 별개의견을 제출한 권성 재판관은 집회에서 볼 수 있는 다수인의 결집, 위력과 기세의 과시, 의견의 전술적 과장, 군중심리의 표동, 불특정 다수에 대한 우발적이고 연속적인 위력행사의 가능성 등은 그 자체로서 평화에 대한 불안요소일 뿐만 아니라 상대자에게 방어와 대항의 심리기전을 작동시킴으로써 또 하나의 불안요소를 형성하는데, 이러한 불안요소가 집회장소를 떨어뜨림으로써 완화 또는 제거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법관이 헌법상 독립 심판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로 인하여 재판에 대하여 심리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집회장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집회의 3원칙 중 꼽은 것 중 첫 번째인 평화집회의 원칙이고, 이때의 기준은 국외자가 느끼는 심리적 폭력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물리적 폭력성이다. 즉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적 위축감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더욱이 다수의견은 또한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가 금지되더라도 옥내집회는 허용되는 것이고 100미터 밖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시위도 허용되며, 100미터라는 장소적 분리에도 불구하고 집회‧시위의 장소와 집회‧시위의 목적 사이의 연관관계가 상실된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집회‧시위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집회‧시위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효과가 감소되는 것일 뿐 그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집회자유에 대한 제한이 집회장소와 관련하여 절대적인 제한을 가하는 것인데, 집회시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면서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상대적이고 심리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다.그럼에도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거꾸로 법원의 기능에 대하여는 과대평가하고 집회자유에 대하여는 과소평가하고 있다. 사실 각급법원은 청사의 울타리에 의해 이미 충분히 장소의 이격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100m내 집회금지를 설정할 근거는 훨씬 더 작다.

더욱이 집시법은 ①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나 시위의 금지(제5조 제1항), ② 일출시간 전이나 일몰시간 후의 옥외집회나 시위의 원칙적 금지(제10조), ③ 소음발생의 제한(제12조의 3) 등의 규정을 통하여 집회자유를 충분히 위축시키고 있다. 위 규정들만으로도 법원의 기능보호와 안녕보호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도 너무 많이 남는다. 따라서 법관의 ‘자유로운 출입과 원활한 업무의 보장 그리고 신체적 안전’(헌재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등 결정 참고)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면,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의 설정은 집회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이다.

반대의견을 제출한 4명 재판관도 여전히 예외적인 “절대적 집회금지구역” 설정이라는 한계에 갇혀있다

한편 윤영철, 송인준, 전효숙, 이공현 헌법재판관 4명은 집시법 제11조 제4호에 따라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 숙소 인근에서의 집회‧시위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3가지 경우와 관련하여 법원 인근에서는 그와 같은 예외가 인정될 수 없다는 헌법재판관 다수의 의견과는 다른 의견을 내었다. 이들 헌법재판관 4명의 반대의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예외를 규정하지 아니하고 일괄적으로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것은 법원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불가피한 수단이 아니어서 과잉제한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각급법원 인근에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은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집회‧시위가 통상 보호법익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집회나 시위에 관하여 위와 같은 일반적 추정이 깨어지는 경우에는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집회‧시위를 금지할 필요성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우에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이상의 제한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각급법원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집회‧시위,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집회‧시위, 각급법원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되는 집회‧시위 등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에 대한 일반적 위험이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옥외집회나 시위가 허용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가능성마저 봉쇄하고 예외 없이 집회‧시위를 금지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과도하게 국민이 가지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어서 이른바 ‘비례원칙’ 위반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런 재판관 4명의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집회자유를 확장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과연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충분히 숙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입법자에게 집회자유의 침해를 회피할 수 있는 빌미마저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집시법이 규정한 ‘국회의사당, 각급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관저, 국회의장공관, 대법원장공관, 헌법재판소장공관, 국무총리공관’은 청사 혹은 저택의 울타리에 의해서 이미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영향을 받을 여지가 없어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할 정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의 다양한 여론에 귀기울여함을 감안한다면, 각 기관 혹은 관저는 현재의 경계가 너무 멀어서 문제이다. 집회를 통하여 일정한 의견을 표현ㆍ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향하여 목소리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것을 다시 소음으로 규제하는 것은 집회자유에 대한 이중의 차꼬이다. 사실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성가심은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국가기관 혹은 기관장 공관 인근에서만 절대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함으로써 집회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경시하는 권력우월주의적이고 국가편의주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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