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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결정
  • 2016.04.26
  • 1125

지난 2015년 4월 박모씨는 대검찰청 정문 맞은편에 위치한 대법원 청사 100미터 이내에 위치한 지점에서 뜻을 함께 하는 6인과 함께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경찰이 구호를 외칠 경우 불법집회가 된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하며 구호 말고 “멍멍”이라고 외쳤습니다. 이에 경찰은 집시법위반 혐의로 박모씨를 현행범 체포하였습니다.

법원은 집시법상 법원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의 집회에 대해서는 ‘법원의 기능 보호’와 무관한 집회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 법률조항을 적용한 것은 부적법한 공무집행으로 생각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법성을 인식한 객관적인 정당성이 결여된 행위로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내렸습니다. 

공무원이 위법한 공무집행을 하였음에도 고의나 과실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번 판결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국립창원대 법학과 이장희 교수의 비평문입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위법한 공무집행 인정하나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  

위법한 공무집행에 따른 손해, 국민이 감수해야 하는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3. 30 판결 2015가단5161196 손해배상(기)

서울지방법원 2016. 3. 30 결정 2015카기51157 위헌심판제청
판사 이규홍

 

이장희 교수

이장희 교수

이장희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 헌법학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는 누구든지 법원 등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의 문언상으로는 별다른 예외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장소에서는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한 것인지 아니면 해석상 허용되는 경우를 인정할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 하지만 이것은 해당 장소가 기본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무슨 성역이어서가 아니라, 헌법상 집회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재판의 공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집회에 대하여 법원의 기능과 안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필요한 한도에서 기본권을 일부 제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4월 경, 사람들이 법원 담장과 이어진 대검찰정 정문앞에서 대검찰청 관계자들의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다가 함께 있던 사람들과 ‘멍멍’ 구호를 외치자 경찰은 금지장소에서의 미신고집회를 열었다고 보아서 참석자들을 집시법 위반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일이 있었다. 이것을 두고 기자회견이 집회에 해당하느냐 아니냐 공방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발적 집회든 일시적 회합이든 심지어 기자회견을 빙자한 집회라 평가하든 그것이 집단적 의사표시의 방법으로 사람들이 일정 장소에 모인 것이라면 모두 헌법상 집회의 자유로 보장되는 대상인 집회라 할 수 있다.

 

즉, 그것이 헌법상 기본권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바로 집회의 자유 보장이라는 상위법에 비추어 그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합헌성과 그 법률 집행의 합헌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집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적어도 헌법 제21조 집회의 자유가 적용될 여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오히려 문제는 집회의 자유 보장에 비추어 과연 모든 집회가 집시법상의 신고를 요하는 것인지, 또 집시법상 금지된 미신고집회 혹은 금지된 장소에서의 집회라 하여 언제나 형사처벌하는 것이 옳은지 여부일 것이다. 이 문제는 바로 개인의 인격 발현과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인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또 집회에 대한 허가제까지 금지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맞게 판단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집시법 등의 법률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하는 법원칙이 있다. 바로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이다. 이것은 법률의 문언이 다의적이어서 이런 의미로 해석하면 합헌적이지만 저런 의미로 해석하면 위헌일 가능성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에 가능한 한 위헌적인 면을 배제하면서 합헌적인 방향으로 그 법률을 해석·적용함으로써 법률의 효력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위헌인 법률의 효력을 억지로 유지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합헌적 해석의 가능성이 있을 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또는 한정합헌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사용되는 결정의 유형이다.

 

헌법상 ‘법률에 의한 재판’을 해야 하는 법원은 한편으로는 현재 유효하게 시행되고 있는 법률의 적용을 거부할 수 없지만, 동시에 그 법률은 최고법인 헌법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되므로 합헌적 법률해석의 방법을 통해 위헌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피하여 법률을 해석·적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재판에 적용하고자 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될 경우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제청하여 묻고 그 결과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하므로, 해당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따라 한정위헌 또는 한정합헌의 결정을 하였다면 그렇게 합헌적으로 축소해석된 내용으로 법률을 적용하여 재판해야 한다. 문제는 법원뿐 아니라 법률을 집행하는 자 역시 그렇게 합헌적 법률해석 원칙에 의해 한정축소해석된 내용에 따라 법률을 집행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마침 위 사건과 관련하여 지난 2016.3.30.에 선고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보면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따라 집시법 제11조를 한정축소하여 해석·적용하였다. 즉, 집시법 제11조가 해당 장소에서의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한 것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의 취지에 따라 ‘법원의 기능 보호’와 무관한 집회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축소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애초에 대검찰청 관계자들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의 기자회견이 법원 앞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여기에 집시법을 적용하여 현행범체포를 한 것은 일견 부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합헌적 법률해석의 결론은 법률을 집행하는 경우에도 헌법을 중심으로 한 법질서의 통일적인 해석과 적용을 위해서 함께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하려는 헌법 정신은 법률을 적용·집행하는 국가기관의 기본적 접근 자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 법제상 ‘선례구속의 원칙’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법집행자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면, 오히려 같은 취지와 내용으로 합헌적 법률해석을 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이나 한정합헌 결정을 기대해 볼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또는 한정합헌 결정은 헌법재판을 통해 위헌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위헌결정의 변형된 형태이며, 이것은 위헌결정과 마찬가지로 법원 기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법적으로 구속하는 ‘기속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법원의 합헌적 법률해석과 법집행자의 법적용이 매번 엇갈려 그때마다 구제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그 과정에서 침해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고 손해를 입는 것도 결국 국민일 뿐이다. 실제로 이 판결에서 위법한 공무집행을 인정하면서도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점은 결국 위법한 공무집행에 따른 손해는 국민이 감수해야 하는 문제가 되고 말았다. 위법한 공무집행의 가능성을 통제하지도 못하고 기본권의 침해를 구제하지도 못한 결과가 되었다. 그럴싸하게 시작하였으나 입맛만 다시게 만들었으니 용두사미에 그친 격이랄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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