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14-06-30   3172

[판결비평] KT ‘제주 7대 경관 선정 전화투표 부정의혹’을 신고하고 부당전보․정직을 당한 직원이 보호조치를 취소당한 이유

 

공익제보자 이해관님을 아시나요? 

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초대 위원장)은 2010~2011년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와 관련하여, KT가 전화투표를 하는데 ‘투표 전화번호가 국내인데도 국제전화로 홍보하고 요금을 비싸게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2012년 4월 이러한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하였습니다. 

같은 해 12월 이해관 대변인이 해임되면서 이 위원장과 참여연대는 2013년 1월 ‘불이익을 구제해달라’며 ‘원상회복을 명령하는 보호조치’를 신청했고 권익위는 이 위원장의 신청을 받아들였으나, KT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지난해 1심 판결에서는 공익신고라고 인정받지 못했으나, 올해 5월에 있었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공익신고는 맞지만 권익위가 보호조치결정을 사측에 통보할 때 행정절차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KT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강을영 변호사가 아래와 같은 판결 비평문을 작성했습니다. 

 

 

 

KT ‘제주 7대 경관 선정 전화투표 부정의혹’을 신고하고 부당전보․정직을 당한 직원이 보호조치를 취소당한 이유

 

서울고등법원 제 9행정부  2014. 5. 1. 선고 2013누16908 공익신고자보호조치결정취소 판결 

재판장 이종석, 판사 하상혁, 판사 김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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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을영 /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공익제보를 하였음에도 조직은 공익신고자를 철저히 응징하려는 속성을 드러내왔다. 공익제보의 취지에 공감하는 소수의 동료들이나 노동조합도 불이익조치를 방어해주기에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익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당한 사람의 불이익을 해소해주기 위해 보호조치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결정으로 공익신고자가 당한 불이익조치를 취소 또는 금지하는 보호조치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권익위가 한 보호조치결정이 법원에서 연이어 취소당하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공익신고는 공익침해행위 또는 공익침해행위가 일어날 우려를 그 대상으로 한다. 공익침해행위가 일어날 우려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공익신고의 범위가 달라지며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보호조치결정의 범위도 결정된다. 

 

문제의 판결(서울행정법원 2013. 5. 16. 선고 2012구합32352 판결)은 ‘공익침해행위가 일어날 우려’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함으로써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분명히 공익신고임에도 공익신고가 아니라고 보았고, 결과적으로 보호조치결정도 취소함으로써, 인사상 불이익을 온전히 공익신고자가 감내하도록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사안은 이렇다. KT 소속 근로자인 공익신고자는 지난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를 주관한 KT가 해외전화망 접속 없이 국내전화망 안에서 신호처리를 마무리하고도 소비자들에게는 국제전화요금을 청구하여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을 언론에 알림으로써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KT는 언론보도 후 신고자에 대하여 즉시 불이익조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출근시간만 편도 3시간이 넘는 가평으로 전보조치한 후 정직을 감행하였으며 종국에는 해고까지 하였다. 신고자는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하였고 권익위는 곧 보호조치결정을 하였는데 KT는 권익위를 상대로 보호조치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권익위에 대하여 보호조치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하였는데 그 논리를 보면, 공익신고자보호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1심 법원은 공익신고의 대상이 되는 ‘공익침해행위가 발생할 우려’란 “공익신고 당시 기존 행위가 공익침해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 새롭게 공익침해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즉, 신고자가 목격한 행위가 공익을 침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신고하더라도 공익신고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장래 새로운 공익침해행위가 일어날 가능성까지 있어야만 공익침해행위가 된다는 말이다. 나아가 1심 법원은 추가적인 요건으로 신고한 행위가 법률상 취소처분, 정지처분 등 행정제재처분의 대상이 되는 행위이어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공익침해행위 대상이 되는 법률은 180개인데 그 법률에 대해서 수사결과까지 검토하고 판단한 후 공익신고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공익신고를 매우 어렵게 하는 기준이다. 이러한 기준을 들이댄 결과 1심 법원은 위 KT 사례에 대해 공익신고가 아니라고 판단해버렸다.

 

반면 2심인 서울고등법원(서울고등법원 2014. 5. 1. 선고 2013누16908 판결)은 결론은 같으나 공익신고의 범위를 법률의 취지에 맞도록 적극적으로 해석한 측면에서 의미 있는 판결을 하였다. 2심 법원은, 공익신고란 해당 법률의 벌칙 또는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행해졌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권익위 등에게 신고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설령 신고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신고자가 신고 내용이 거짓임을 알지 못하였고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공익신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더 나아가 신고내용이 해당 법률의 벌칙 규정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해당 규정의 해석상 명확하거나 대법원 판례 등에 의하여 일반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상태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익위가 벌칙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그러한 판단에 명백한 잘못이 없는 경우라면 공익신고가 된다고 판결하였다. 권익위도 180개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을 모두 조사할 전문성을 갖춘 기관은 아니며, 반대로 그러한 전문성을 갖추어야만 공익침해행위 또는 공익신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2심 법원의 판결은, 공익신고를 하는 주체가 수사기관이 아니라 일반인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타당하다. 사회 일반인이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목격하였을 때 이를 신고하도록 함으로써 공공의 영역이나 국가공권력으로도 접근하기 어려운 사기업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익침해행위를 예방하고 투명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법률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매우 합리적인 판결이다. 

 

이처럼 판단기준이 변경되자 위 KT의 사례에서 공익침해행위도 인정되고 공익신고도 인정되었으며 보호조치결정의 필요성도 인정되었다. 다만 행정처분의 형식적․절차적 측면의 흠결을 이유로 취소 판결은 유지되었다. 위 판결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므로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보호조치결정의 신청은 불이익조치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다만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3개월 이내에 신청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사유소멸 후 14일 이내에 재신청할 수 있다. 권익위의 보호조치결정이 절차적 흠결로 취소될지 여부는 대법원 판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며, 만약 대법원에서도 절차적 흠결로 취소된다면 공익신고자로서는 3개월 이내에 보호조치결정을 신청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14일 이내에 재신청함으로써 보호조치결정을 받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공익제보의 중요성이 절실한 요즘 시점에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안기지 않도록 대법원 판결 및 후속 조치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우리나라는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부패방지법」내의 공익제보자 보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법 모두 신고 대상 및 보호 범위가 협소해 다양한 공익제보자들을 완전하게 보호하고 있지 못한 실정입니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침해행위를 이 법이 정한 180개 법률 위반 행위에 한해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80개 법률에는 정작 공익제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형법 상 배임 횡령이나 사립학교법, 노동법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2013년 12월 ‘부패방지법 및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청원을 하였습니다. 청원안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하세요. >> 청원안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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