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10-11-29   3618

[25차 판결비평③] 배심판결 존중은 사법 정당성 확보를 위한 것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은 1심 형사재판에서 배심제를 채택하여 사실판단에 대한 평결과 양형의견을 배심원들이 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내린 1심 판결에 대해서는 일반 형사재판과 마찬가지로 항소가 가능합니다.
 
이번 [판결비평- 광장에 나온 판결]의 대상이 된 판결들은 배심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 판결들은 배심원의 결정을 왜 존중해야 한다고 했을까요? 우리 사법제도에 새롭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할까요?
 
국민의 사법참여와 사법제도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라는 도입취지를 살리는 국민참여재판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아래 비평문들을 읽으면서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25차 판결비평①] “이웃의 법률문제를 주인 된 입장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재판
[25차 판결비평②] 배심재판은 사실심의 최종심이다
[25차 판결비평③] 배심판결 존중은 사법 정당성 확보를 위한 것

판결비평 원문
JWe201011290a.pdf

<사건의 개요>
○ 사건 1.
2008년 8월 피고인이, 모텔에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피해자를 찾아가 주먹으로 때리고 시가 290만원 상당의 금목걸이를 강취하였다는 공소사실(강도상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서울남부지법)은 상해부분만을 인정하여 징역 10월을 선고. 이후 항소심(서울고법)에서는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 6월을 선고하였음. 그러나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다시 원심을 파기하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한 평결 결과를 받아들여 강도상해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피해자에 대하여만 증인신문을 추가로 실시한 다음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이를 유죄로 인정한 사안에서, 항소심 판단에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의 위반 및 증거재판주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하였음

○ 사건 2. 
2007년 12월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와 말다툼 끝에 목을 졸라 실신케 하고, 이후 과도로 찔러 실혈하여 사망하게 한 범죄사실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청주지법)은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음. 항소심(대전고법)에서는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심신미약 주장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를 배척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되 배심원들의 양형의견이 적정하다고 보아 이를 존중하여 제1심판결의 형량을 유지”하였다고 판시함

25차 판결비평 – 광장에 나온 판결③

배심판결 존중은 사법 정당성 확보를 위한 것

박용철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국민참여재판과 공판중심주의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이하 ‘참여법률’)」이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사법제도 개혁의 하나로 시작된 배심원 재판으로 비록 배심원의 평결결과와 양형의견은 판결에 있어 권고적 효력밖에 갖고 있지 않고, 제1심인 국민참여재판의 평결과 법원의 채택으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라 하더라도 검찰이 항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법제도 운영에 있어서의 국민의 참여 정도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 및 신뢰를 높이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참여법률 시행 첫해 미미하던 국민참여재판 횟수가 올해는 이미 100건을 넘어서는 등 점차적으로 국민의 사법 참여는 증가하고 있다.
 
제1심 판단의 존중

모든 재판에서 가장 우선시되고 중요한 것은 이른바 사실관계의 확정이라 할 수 있다. 형사재판에 있어서는 과연 검사가 기소한 사건이 공소내용대로 실제로 발생하였는가, 그리고 형사법규에 따라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사실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입증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 유무죄 판단에 선행되어야 하는 핵심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사실관계 확정을 위한 증거조사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점은 제1심에서이고 적어도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역할의 일부를 담당하는 국민참여재판에 있어서 배심원의 판단은 그만큼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러한 배심원 역할의 중요성은 2006년 대법원이 “제1심과 항소심의 신빙성 평가 방법의 차이에 우리 형사소송법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취지 및 정신을 함께 고려해 보면, 제1심 판결 내용과 제1심에서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들에 비추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추가로 이루어진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는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판단(대법원 2006. 11. 24, 2006도4994)을 함으로써 더욱 강화되었다.

배심원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한 판결

2010년 3월 25일 대법원은 강도상해죄와 범인도피교사죄로 기소되었던 피고인에 대하여 상해의 죄만을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하여는 무죄 평결을 하였던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만장일치의 결정을 채택한 제1심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이를 모두 파기하고 강도상해죄와 범인도피교사죄의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배심원 평결을 채택한 “제1심의 판단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공판중심주의의 취지와 정신에 비추어 항소심에서의 새로운 증거조사를 통해 그에 명백히 반대되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였다(대법원 2010. 3. 25, 2009도14065).

위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절도 전과가 있던 피고인은 미성년자와 함께 모텔에 투숙한 피해자의 얼굴을 주먹으로 1회 때려 코뼈를 함몰되는 비골골절상을 가하였는데 피해자로부터 목걸이를 강취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상해를 가하였다는 범죄사실에 근거하여 강도상해죄로 피고인이 공소외인에게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 자신의 본명이 아닌 “김훈”이라고 교사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범인도피교사죄로 기소되었다.

1심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가 없다면

국민참여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목걸이를 건네받은 것은 피해자를 폭행한 뒤 한참 후에 있었던 일이고, 목걸이를 피고인이 가져갔는지의 여부와 실제로 범인도피 교사 행위가 있었는지는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공소외인의 증언에 근거한 것으로 상해만을 인정하고 강도상해죄와 범인도피교사죄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한 반면에 항소심 법원에서는 피해자의 진술만을 다시 고려하여 무죄판결을 파기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처럼 항소심 판단에 있어 제1심 법원의 사실관계 확정은 이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증거가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  

한편 대전고등법원은 국민참여재판 절차로 진행된 제1심에서, 피고인의 심신미약 주장을 베척하면서 그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였으나, 배심원들의 양형의견을 적정한 것으로 판단하여 이를 존중하여 제1심 판결의 형량을 그대로 유지하였다(대전고법 2008. 5. 28, 2008노123). 이는 비록 권고적 효력밖에 없는 양형의견이지만 배심원들이 피고인의 상태를 직접 파악하여 이를 양형에 반영한 양형의견을 항소심에서도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형사재판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위에서 언급한대로 국민참여재판은 앞으로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야 할 사법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제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을 사법적 판단에 참여시킴으로써 더욱 배가하여 얻고자 하는 형사재판의 민주적 정당성과 직접주의 및 공판중심주의 중시의 경향은 항소심에서 이를 존중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국민참여재판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연방형사소송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배심원의 무죄 평결에 대하여 제1심 법원이 이를 뒤집을 수 없어야 하고(제29조), 일단 제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것에 대해서는 검찰이 이를 항소할 수 없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은 우리 헌법상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제27조)에 위배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에 현재와 같이 제1심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듯이 역시 제1심인 국민참여재판에 있어 배심원의 평결과 법원의 판단이 일치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배심원의 평결을 존중하는 제도로 자리잡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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